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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리포트, 보험금 안 주는 보험사?


[M이코노미 조운 기자]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각종 보험은 이제 현대인의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보상을 받아야 할 때 각종 핑계를 대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보험사로 인해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발돼 문제가 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약관해석의 모호함을 빌미로 보험금을 삭감지급하거나 지급을 거부하기도 한다. 최근 생명보험사의 자살로 인한 사망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법정싸움에서 대법원이 소비자의 편을 들었지만 보험사가 이번에는 자살보험금 소멸시효를 들며 어떻게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하고 있어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 속으로 들어가보자.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오늘 날, 현대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는 각종 보험 가입으로 이어졌다. 보험은 질병, 재해 등 기타 사고를 당할 위험성에 대비해 미리 돈을 모아 재산을 형성한 후 실제 사고 발생 시 정액 혹은 실손으로 금액을 주어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근대 이전까지 재산에 한했던 보험은 현재 사람의 생명이나 질병, 상해에 관한 보험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실비 보험, 암 보험, 생명 보험 등 보험을 안 든 사람은 있어도 한 개만 드는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보험 가입자수가 늘어 실손 의료보험의 경우 작년 말 현재 약 3천2백만명 이상의 대다수 국민들이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국민들의 건강과 미래에 대한 약속을 통해 시장을 키워온 보험. 하지만 보험금 지급 판단에 있어 일반 소비자는 보험 회사보다 의학지식 및 정보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를 악용해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삭감지급하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발돼 문제가 되고있다.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자가 불의의 사고나 질병에 대해 대처할 수 있도록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정보 우위에 있는 보험사가 약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험사, 모호한 약관 해석 빌미로 삭감 지급·지급거부해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삼성생명의 리빙케어보험을 가입했고, 2008년 뇌경색증으로 언어장해와 편마비가 발생하여 보행이 거의 불가능하고 일상생활동작수행에 부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언어장해도 있는 환자로서 보행장해, 일상생활동작장해 등에 대한 운동치료와 작업치료 등 재활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삼성생명에 이 같은 치료비에 대한 보험금을 요청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약관에 “보험대상자(피보험자)가 이 특약의 보험기간 중 질병 및 재해 분류표에서 정한 질병 또는 재해로 인하여 그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4일 이상 계속하여 입원, 수술을 하였을 때에는 보험금을 받는 자(보험수익자)에게 약정한 입원급여금을 지급합니다”라고 되어 있다며 김씨의 경우 “직접적인 치료”가 아닌 재활치료이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또 입원비를 부지급하거나 삭감하기 위해 화해신청을 통한 합의서를 받아서 향후 법적으로도 대항 할 수 없도록 소비자에게 횡포를 자행했다.


금감원에 민원제기하자 보복까지


또 다른 사례로, 불량감자로 유명한 개그맨 유모씨(45세)는 2011년 동부화재의 훼미리라이프보험에 가입했다. 질병수술비 특약 약관 제41조(질병수술비)는 “피보험자가 진단 확정된 질병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매 사고 시마다 질병수술비(10만원)를 지급하여 드립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유씨는 2014년 9월 턱에 골수염이 생겨 부골제거수술을 받고 질병수술비 10만원을 받았다. 5개월 후 유씨는 병원의 지시에 따라 다시 부골제거수술을 받았고 “매 사고 시마다”라는 약관에 따라 이에 대한 질병수술비를 청구했으나 지급을 거부당했다.


동부화재는 약관의 ‘사고’는 ‘수술’이 아니라 보험사고로서의 재해의 정의에 적용되는 우연한 사고를 의미한다며 질병수술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험금지급에 관한 세부규정에 “질병수술비는 동일한 질병으로 두 종류 이상의 질병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하나의 질병수술비만 지급하여 드립니다. 다만, 질병수술을 받고 365일이 경과한 후 같은 질병으로 새로운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다른 질병으로 간주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여 드립니다”라는 조항을 들어 365일이 지나지 않았기에 부지급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약관상의 사고는 수술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365일 경과 규정은 동일한 질병으로 두 종류 이상의 수술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 단서조항을 역으로 보험사에게 유리하게 잘못 해석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질병사고에 ‘우연성’이 없다고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보험사로서는 보기 드문 처음 있는 주장이다”라고 지적했다. 즉, 세부조항은 두 종류 이상의 수술시 적용되는 조항이며, 이 조항의 단서로써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보험사가 아전인수식으로 자기들에게 유리한 일방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동부화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유씨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금감원도 동부화재 편을 들어 민원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동부화재는 동부화재 보험설계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유씨에게 보복성이 짙은 1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또 회사는 유씨에게 질병수술비를 지급할 경우 다른 소비자들도 모두 지급해야 하므로 공식적으로는 지급할 수 없고, 비공식적으로 지급할 테니 민원을 철회하라는 회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객들도 터무니없는 보험사의 횡포에 당하면 안 될 것 같아 회사의 회유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2015년 보험금 10만 건당 1천 건 안 준다


보험 금융소비자연맹(상임대표 조연행, 이하 금소연)은 소비자가 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지급을 거부하는 건수가 2015년도 평균 10만건 당 970건으로, 많은 회사는 2천700건(2.71%), 적은 회사는 150건(0.15%)으로 18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금소연’은 국내 생병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보험금 부지급율과 불만족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그 명단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보험금 부지급 건은 AIA생명이 2천710건(2.71%)으로 가장 높았으며, ACE생명이 1,550건(1.55%), 농협생명이 1,460건(1.46%) 순으로 높았다. 손해보험사 보험금 부지급율에는 한화손해가 1,270건(1.27%)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롯데손해가 1,160건(1.16%)으로 높았다.



또 보험금 청구 후 소비자가 만족하지 못하고 민원 해지하거나 보험사의 강제해지로 보험사에 대한 보험금 불만족도를 나타내는 지수의 경우 생명보험사는 AIA생명이 10만 건 당 2,980건(2.98%)으로 가장 많았고, 손해보험사는 KB손해가 530건(0.53%)으로 가장 많았다. 금소연 이기욱 사무처장은 “보험금 부지금율과 보험금 불만족도는 보험의 본래 목적인 보험금 지급이나 보상서비스와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수치로 보험금 부지급율이나 불만족도가 높은 보험사 선택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업계전문가는 억울하게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보험사에서 꼭 ‘부지급 명세서’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부지급명세서란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를 서면으로 작성한 것으로 이를 통해 부지급에 대한 근거를 살피고 보험사가 자신들 쪽으로 유리하게 해석한 경우 이를 근거로 문제제기할 수 있다. 덧붙여 “소비자가 보험사로부터 부지급 명세서를 받더라도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외부 손해사정사에게 문의해 보험금 부지급 근거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고 도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대법원 소비자 승소 판결


최근에는 오랫동안 법정싸움으로 질질 끌어오던 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판결에서 대법원이 소비자의 편을 들면서 보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가입 2년 이후 자살사고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정한 약관을 2010년까지 수백만 명의 소비자에게 판매해 왔으나 자살을 재해로 인정하는 약관이 실수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은 2014년 금융 당국의 감사에 의해 적발됐고 금융당국은 “약관에 정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며 지급을 지시를 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ING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알리안츠생명, 농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신한생명)는 이를 거부하고 보험금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오히려 소송을 걸어 자살보험금을 끝까지 지급하지 않았다. 금감원의 지급지시도 무시한 채 소송을 제기한 생명보험사들은 결국 소멸시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3년여의 시간을 끌며 소송을 제기해 왔다.


이같은 보험사들의 행태에 시민단체들은 생명보험상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피해자들을 모아 생명 보험사를 상대로 20개의 재판부에서 100여명이 보험금 청구공동소송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들은 ‘약관규정이 단순실수였다’,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이 사회적으로 자살을 방조하는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유가족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으며 시민들의 공분을 쌓았다. 금융정의연대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 등 빅3를 포함한 12개 생명보험사들은 금감원의 재해사망보험금 지급권고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회의를 열어 담합논란의 중심에 섰고,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던 39명의 유가족들을 소송으로 겁박했다.


특히 ING생명은 금융감독원이 과태료까지 부과했지만 이에 불복하고 대형로펌을 동원하여 행정소송으로 맞서 현재 1심 패소하고 2심을 진행 중이다. 오랜 싸움 끝에 지난 5월12일 대법원 3부는 자살한 A씨의 부모가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사망특별약관을 무효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의 재해사망특별약관은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됐을 경우를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소비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멸시효 들며, 자살보험금 미지급하는 보험사들



금융감독원의 통계에 의하면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수는 2천980건으로 미지급 보험금은 2천465억원에 달한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소비자들은 이제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보험사들은 청구권소멸 시효가 지났다며 또다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실제로 자살보험금 미지급 중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고 소송으로 시간을 끌면서 소멸시효가 초과한 건은 2천314건(77.7%), 2천3억원(81.2%)으로 보험사들이 소송으로 시간을 끌어 자신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액을 80%까지 줄인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소연은 “생보사들은 애초부터 소송을 제기하여 시간을 끄는 것이 보험금 지급을 줄이는 유효한 수단으로 택한 것”이라며 “승소하면 지급을 안 해서 좋고, 패소해도 시간을 끌며 소멸시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비열한 수법을 쓴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보험사들의 행태에 소비자들은 도덕성을 완전히 상실한 생명보험사에 사기와 다름없다며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어떻게든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고 꼼수를 써 가며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는 한국 보험사들의 행태는 가까운 일본 보험사들의 사례와 비교된다. 일본 삼정생명은 보험설계서상의 보험금 지급액이 약관에 명시된 액수보다 2배나 많게 잘못 기재된 사실을 발견했다. 약관 규정대로 많이 지급한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소비자에 요구할 수 있었지만 보험계약자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보험설계서상의 기재 오류를 보험사가 전적으로 책임 지기로 결정하고 이미 보험금을 수령한 375명은 물론 미청구계약자 4천375명 모두에게 설계서상의 금액대로 지급해 총 1억2천만엔을 지급하여 고객과의 신뢰를 지켰다.


반면, 우리나라 생명보험사들은 7년 동안 280만여 건의 상품을 판매해 왔으면서도 막상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약관에 명시된 대로 지급하기는커녕, “작성자불이익의 원칙”마저 버리고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생명보험사이기를 포기하는 행태를 벌여오고 있다.


보험업계, 신의성실의 원칙 지켜야




생명보험사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약속한 보험금은 반드시 정당하게 지급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보험업계가 높은 수준의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보험회사들이 소멸시효를 이유로 지급을 미루는 행태에 대해 보험회사 윤리경영과 건전경영에 반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감독·책임을 지고 있는 금감원이 이를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고 밝히며 대법원이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하더라도 보험회사가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는 보험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권한에 따라 검사 및 제재, 시정조치를 일관되게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향후 보험금 지급을 거부·지연한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해 엄정히 조치하고, 보험금 지급률이 저조한 회사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보험회사 귀책사유로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경우 소멸시효 대상에 제외되도록 하는 등 관련법규 개정을 건의해 보험금 미지급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20대 금융관행 개혁과제’를 선정해 ‘정당한 보험금 지급관행 확립 방안’에 대한 세부추진과제 16개를 만들어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도 관련이 있는 보험업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관리와 감독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보험 관행을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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