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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大法, “땅 오염시킨 자 끝까지 책임져야”

14년 만에 입장 변경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5월19일 “자기 소유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한 전 토지소유자는 그 토지를 전전 매수해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게 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자신의 땅에 폐기물을 묻었더라도 이후 여러 번의 토지 거래가 이뤄지고나면 새로운 소유권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14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이번 판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세아베스틸(당시 상호 대한중기공업㈜)은 1973년경 부터 20년 동안 주물제조공장을 운영하면서 시·국유지를 포함해 소유 토지의 토양오염을 발생시켰다. 이후인 93년경 이 업체(당시 상호 기아특수강(주))는 공장철거과정에서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고, 같은 해 12월경 부지의 1/2 지분씩을 기산 및 피고 기아자동차에게 매도했다. 이후 이 자리는 프라임개발 주식회사가 토양오염사실 등을 알지 못한 채 복합전자유통센터인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신축·분양할 계획으로, 기산이 취득한 위 1/2지분을 2001년 12월경 매수했다. 또 나머지 1/2 지분에 대해서는 기아자동차로부터 2002년 2월경 매수했다. 이후 나머지 부분인 시·국유지도 매수했다.


이후 토양오염 및 폐기물 매립이 밝혀졌고 오염토양 정화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은 프라임개발 주식회사가 지출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사업 제외 부지’의 오염토양 정화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을 앞으로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은 1심에서 “폐기물을 묻은 세아베스틸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아자동차에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했다. 1심 법원은 세아베스틸이 땅을 사고판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같은 사건에 대해 2심은 “세아베스틸도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이 판단했다.


과거 判, “자기 소유 토지에 대한 행위 불법행위 성립 안 돼”


매매계약을 맺고 물건을 받았는데 물건에 하자가 있다면 계약상 권리에 의해 당연히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토지에 관해서도 당연히 토지 소유자가 불법 폐기물 매립 등 오염된 토지를 판매한 경우, 매수인이 입은 폐기물처리 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 등이 인정돼 왔다. 하지만 토지가 수차례 소유자가 바뀐 경우 폐기물 매립 등 토양을 오염시킨 자와 현재의 토지 소유자 사이와는 따로 법률관계가 없어 계약상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이에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가 논란이 돼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자기 소유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한 행위는 자신에 대한 행위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14년 만에 입장을 변경해 토지 오염을 시킨 자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변경 判,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 있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헌법, 구 환경정책기본법, 구토양환경보전법, 구 폐기물관리법 등 관련 법의 취지와 규정 등 전부를 살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세아베스틸의 토지오염 행위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9명의 다수 대법관은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면서, 국가와 국민이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고, 이는 국가뿐아니라 국민도 오염방지와 오염된 환경의 개선에 관해 책임을 부담함을 의미한다”고 전제한 뒤 “환경오염에 관련해 관련 규정과 법리를 해석·적용할 때에는 환경보전을 위한 헌법의 정신과 환경정책기본법의 기본이념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토양오염의 특수성도 주목했다. 토양오염은 일단 발생하면 정화되지 않는 이상 오염 상태가 계속되고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누적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오염토양 자체가 다른 토양오염의 원인이 되는 등 국민건강 및 환경 상 위해를 초래하고 토양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매우 큰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구 토양환경보전법에서도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시키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시킨 자’에게 오염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우고 있다(제10조의3 제1항 본문, 제3항 제1호)”면서 “토양오염을 유발한 자는 오염 상태가 계속됨으로 생기는 피해를 배상해야 하고, 또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해 직접 오염토양을 정화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폐기물은 누구든지 법에 따라 허가·승인을 받은 매립시설 외에 매립해서는 안 되고, 폐기물로 인해 환경오염의 원인을 발생시킨 자는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오염에 대한 방지 및 회복·복원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법상 소유물방해제거의무의 하나로써 폐기물 처리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대법원의 이번 판례변경은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고 정화·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거래하고 유통했다면, 거래의 상대방뿐만 아니라 이후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데 의미가 있다. 또 현재 토지 소유자의 오염토양 정화비용, 폐기물 처리비용지출은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봤다.


이에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해서도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4인의 반대의견, “불법행위 책임, 토지 거래 상대방과 논의될 수 있을 뿐”


동 사건의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도 나왔다. 대법관(박보영·김창석·김신·조희대) 4인은 “자기 소유토지에 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한 자는 토지의 매매과정에 다른 위법행위가 있고, 그것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경우에 직접 매수인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을 뿐 그 이후의 매수인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면서 “토양이 오염되고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의 매수인이 그 정화·처리비용을 실제 지출하거나 지출하게 된 것을 민법의 불법행위의 ‘손해’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는 토지의 거래 상대방과 사이에서 논의될 수 있을 뿐이고, 그 이전의 매도인이나 오염유발자와 사이에서 논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시국유지 부분에 대해서도 “타인 소유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한 자도, 당시 토지 소유자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지만, 토지가 매도된 경우에 매수인이나 전전 매수인에 대해서까지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환경훼손 및 방치 … 소유권의 행사로도 용인될 수 없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판결을 통해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해 환경을 훼손한 행위는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위법한 행위이며, 원인행위자가 해당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환경의 훼손 및 그 방치 행위의 위법성은 토양생태계의 보전, 국민건강 및 환경상 위해의 방지라는 공공적 성격과 사회정의 및 형평의 관념이라는 특수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이는 소유권의 행사에 의해서도 용인될 수 없고 다른 어떠한 위법행위보다 엄격하게 규제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토지소유자가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함으로써 환경을 훼손하고 그 훼손 상태를 방치한 채 토지를 유통해 매수인을 비롯한 제3자를 위험에 노출시킨 경우, 그 행위로 인해 제3자가 입는 피해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 및 그 범위에 관해서는 이와 같은 반규범적 행위의 불법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한편, 제3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충분한 전보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중한 자원임을 되새겨야


지난해 12월12일,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전 세계 195개국이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수립을 위한 최종합의문을 채택했다. 그만큼 현대사회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대기·물·토양으로 대표되는 환경오염은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토양오염은 토양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염된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에 각종 중금속이 축적되고, 이를 섭취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환경은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현세대의 우리가 사는 터전일 뿐 아니라 후세에 물려줘야할 소중한 자원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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