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배지환 의원의 '고인 물'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운데 여파가 수원시의회를 넘어 경기도의회까지 번지고 있다. 여야의 힘겨루기 양상을 넘어 정쟁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수원시의회 국민의힘은 오늘(30일) 해당 발언이 국힘 전체의 의견이 아닌 의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30일 수원시의회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 의원의 ‘고인물’ 발언은 국민의힘 전체 의원들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국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수원시의원 어느 의원도 군공항 이전과 경기남부국제공항을 반대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며 “수원시의원의 시장과의 시정질의를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견인 것처럼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의원 한분 한분이 독립된 의회로 보아 책임 또한 의원 한분 한분의 몫이라고 생각해 시의원의 의정활동을 교섭단체가 간섭하거나 지적하는 일은 없다“면서 소속 의원 개인의 일탈임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또 "군공항 예산은 상임위를 거쳐 본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수원시의회 국민의힘이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은 수원군공항이전과 경기남부국제공항 유치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대호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물타기가 아닌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를 촉구한다”며 “시민단체 막말, 지역언론 비하발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당차원의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과되지 않은 막말과 지역언론 비하, 경기남부국제공항 추진의지에 대한 국민의힘의 입장을 정중하게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당 차원의 변명과 의원 개인을 향한 모욕과 협박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당의 공천을 받고 당선된 해당 의원의 막말 논란에 대해 소속정당의 공식 입장을 요구한 것이 왜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전체를 모욕하는 말인지 설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황 의원은 이와 함께 “6월 임시회에 경기남부국제공항 유치 촉구결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에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결의안에 수반된 행동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뒤 사과와 함께 당차원의 재발방지 약속을 다시한번 촉구했다.
한편, 한 시민단체는 배지환 의원을 명예훼손죄로 고발한 상태다.
배지환 의원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375회 수원시의회 임시회에서 수원시장에 대한 시정 질의 과정에서 "시민협의회 회장과 부회장이 4 연임, 사무국장이 3 연임 중"이라며 "시 차원에서는 계속 같은 사람들이랑 일을 하니까 편할 수 있겠지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미리미리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는 수원 군 공항 이전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돕기 위해 사업정책분과, 주민참여분과 등 9개 분과 1천100명의 전문가 및 시민으로 구성된 민간조직으로 2015년 5월 발족했다.
지난 15일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는 "시의원은 공직자로서 시민단체의 자율적 운영에 개입하거나 임원진 구성에 관여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게 임원진 교체를 요구하며 단체를 모욕했다"며 명예훼손죄로 배 의원을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다.
16일에는 수원시청 앞에서 배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열어 "배 의원은 2015년 수원시 조례에 근거해 출범한 이후 9년 동안 군 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활동해온 시민협의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5일에는 황대호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수원 군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시민단체를 격려하지는 못 할 망정 막말과 명예훼손으로 수원특례시민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며 배 의원에게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또, 수원 군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국제공항과 관련된 입장뿐 아니라 수원시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다음날인 26일 배지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와 수원특례시 그리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편가르기하려는 도의회 민주당 황대호 수석대변인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주민대표기관이자 독립기관인 시의원으로서 제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시정질문을 한 것이 어떻게 저를 제외한 19명의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의 막말이 되느냐”며 “개인의 의정활동에 정당색을 입히는 색깔론에 단호히 반대하며 정치 싸움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을 떠나 해당 시의원의 발언이 수원지역 사회에 몰고올 여파를 생각했어야 하는거 아니냐. 지역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마디면 될 일을 정쟁으로 키운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