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이차전지의 열폭주 위험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한국세라믹기술원(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의 전기차 배터리 등 이차전지 화재 안전성 관련‘24년 R&D 예산’을 약 30%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전지 안전성 R&D 과제는 전기차 화재 발생률을 대폭 낮추거나, 화재 발생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다. 전기차 화재는 주로 배터리 충전 또는 사용 시 온도상승으로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하는 분리막이 손상되어 발생한다. 여기에 전류가 흐르도록 돕는 액체 전해질이 발화성이 높아 불이 붙으면 진압이 어려워 화재 피해를 키운다.
정부는 2021년~2022년에 걸쳐 전기차 등 이차전지의 화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6개 R&D 과제 중 2개 과제에 참여해 이차전지의 분리막을 세라믹 코팅을 통해 손상 위험을 낮추는 기술과 불이 붙지 않는 고체전해질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이차전지 화재 안전성 관련한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대전동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한국세라믹기술원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 R&D예산을 전년 대비 2조8,000억원 삭감하면서, 한국세라믹기술원이 참여한 이차전지 화재 위험성을 대폭 낮추는 세라믹 코팅 분리막과 고체전해질 제조 R&D 예산을 협약금액 대비 각각 29.9%(-5억6300만원), 24.7%(-7억1,200만원)를 줄였다. 이외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이 진행하는 이차전지 화재 안전성 관련 3개 R&D에서도 협약금액 대비 29.9%(-7억5900만원)삭감했다.
예산삭감은 연구개발 신뢰성 저하와 연구원 인건비 후려치기로 이어졌다. 분리막 제조 기술의 경우 개발 샘플량을 20% 축소하고, 시험분석 검증 횟수도 40% 축소해 진행했다. 전고체 배터리 관련 제조기술 R&D에서는 연구장비 도입 계획을 취소하고 노후화 장비를 사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시제품의 완성도를 검증하는 분석검사(고도분석X-ray CT)를 취소했다. 두 R&D 모두에서 참여 연구원들의 인건비 및 수당을 11~26% 삭감했다.
장철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충동적으로 R&D 카르텔을 잡겠다면서 국민 안전을 경각으로 몰아넣고 있다”며“이차전지 화재 안전성 관련 기술은 산업경쟁력과 국민 안전 모두 연관된 중요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