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앱(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20대 여성을 피해자 집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정유정(23)씨가 동년배 명문대 학생의 신분을 훔치려는 의도로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정유정은 2018년 고등학교 졸업 후 5년간 별다른 직업 없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정의 할아버지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손녀가) 다음 달 공무원 필기시험이 있어 독서실, 도서관 등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상상도 안 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내가 손녀를 잘못 키운 죄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유족한테 백배사죄하고 싶다.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고 증언했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정유정이 고학력 대학생이 포진한 과외 앱을 이용했고, 온라인상에서 인기 있고 높은 학력을 가진 피해자들을 지목한 점에 주목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 신분 탈취(를 위한 범행이었을 것으로 의심된다)”며 “(피해자가)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과외 교사였지 않았냐. (정유정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여성의 정체성을 훔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밤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로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 후 살해·사체유기한 혐의로 붙잡힌 3명에 대한 구속 심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범인 중 1명이자 주범인 A씨는 법률회사 직원으로 납치 살인에 직접 가담한 황모, 연모씨에게 범행 대상을 알려주고 범행 도구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배달일을 하며 알게된 B씨, C씨는 각각 주류회사 직원과 무직으로 피해 여성과는 일면식도 없었다. B씨와 A씨는 대학 동창이었고 A씨에게 C씨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 도착한 B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기자 질의에 “죄송하다”고 짧게 답한뒤 법원으로 향했다. 나머지 2명은 “왜 납치 살해했느냐”, “유가족에게 할말 없냐”는 기자 질의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A씨는 현재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다. 이들 세 명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거쳐 이들 3명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