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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시대상을 담아 온 대학축제의 변화

 


대학축제는 1950년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왔다. 1950년대에는 창경궁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학생과 화려한 한복을 입은 여대생이 포크댄스를 추며 대학축제를 즐겼다. 1960~70년대에는 쌍쌍파티, 가장행렬, 경연대회 등 좀 더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렸다.


198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열기가 대학축제에서도 이어졌다. 1990년대부터 축제현장에 가수공연이 등장하면서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학축제 하면 이색놀이, 프리마켓, 장기자랑, 가수공연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매년 똑같은 모양새로 진행되는 대학축제는 여전히 상업화와 술 문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축제의 현장에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다. 봄의 끝자락에 다가선 대학 교정을 찾아가 20155, 현재의 대학축제 모습을 담아봤다.

 

뜨거운 대학 축제, 주변 상권 참여는 문제

 

혹독한 중간고사를 마치고 5, 전국 대학은 축제기간을 맞이했다. 한창 축제 캠퍼스는 벌써 여름인 듯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인하대 축제 현장을 찾았다. 낮에 찾아간 대학축제현장은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다. 각 과별, 동아리별로 본인들만의 특색 있는 축제를 기획해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동안 축제는 무분별한 주점과 도박 등 일종의 야시장 같은 행태를 보여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전에 가득했던 동전던지기, 빙고 등 도박 같은 사행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리학과는 중력장치를 대운동장에 설치해 많은 사람의 시선을 모았고, 건축학과는 주점을 2층으로 설계해 만들었다. 또 볼링 동아리는 야외 볼링장을 꾸려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인하대 중앙 호수에는 학생들이 보트를 타면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학생들 말고도 축제에 참가한 단체도 있었다. 인하대 미화원 어머니들은 엄마손 먹거리 장터를 열어, 축제현장에서 판 수익금 전부를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한다고 축제 참가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대학생이 주인공인 대학축제 현장에 주변 상점에서의 참여는 문제라고 지적하는 학생도 있었다. 최영식(가명)씨는 학교 후문가 바에서 나와 현장에서 칵테일을 만들어 팔고 있다면서 주점도 없어지는 대학축제도 있는 상황에 상점에서까지 나와서 술을 파는 모습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해가 지자 본격적으로 축제는 열기를 띄기 시작했다. 중앙광장에서 전국인하자랑을 열고 대학생들의 장기자랑이 이어졌다.  


대학의 주점(酒店)문화   


대학축제하면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이다. 축제의 밤이 다가오자, 각 캠퍼스에는 천막이 깔리고 조명이 밝게 켜졌다. 주점(酒店)이 시작된 것이다. 각각의 주점은 학과 특색이 살아있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알맞은 콘셉트를 정해 화려하게 꾸며졌다. 학생들은 저마다 같은 복장을 하고 한 쪽에서는 안주용 요리를 만들고, 한쪽에서는 서빙을, 나머지는 주점 밖에서 손님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주점은 교수, 학생, 졸업생들로 가득했고 오랜만에 마주앉은 기쁨을 술 한 잔 기울이며 즐기고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연락이 뜸해지고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다 보니 주점에서 마주친 선후배들은 대학시절을 추억하며 담소 나누기에 여념없어 보였다. 주점은 서로 단절된 사람들을 이어주는 만남의 공간이며 지나간 시절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다.


학생들은 주점사업을 하면서 서로간에 더욱더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주점사업에서 얻은 수익은 학과 활동비로 쓰이게 되어 학과 운영이 원활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동국대학교 15학번 신입생인 이민우 씨는 사실 동기들이랑 별로 안 친했는데 주점준비하면서 회의도 하고 자주 만나서 같이 학과사업을 해보니 더 친해진 느낌이다. 재미있는 것 같다고 밝혔으며, 15학번 최혜진 씨도 제가 직접 민든 안주를 맛있게 먹어주니까 기분도 좋고, 고학번 선배들도 많이 와서 함께 이야기하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도 넘는 대학 내 음주    


하지만 지금 현재 주점의 모습은 많이 변질되고 있으며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음주사고의 문제이다. 적당한 음주는 좋지만 수위를 넘어서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11시가 되자 취한 학생들이 여럿 보였다. 술에 취한 친구를 부축해주고, 심지어 한 여학생은 술에 취해 벤치에 쓰러져있기도 했다. 즐기는 것은 좋지만 도를 넘은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간혹 술에 취해 축제에 놀러온 타 학교 학생들과 시비가 붙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주점 후 나뒹구는 수많은 술병과 쓰레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주점은 고등학생들의 탈선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주점은 누구나 이용가능하고 술을 제공할 때 주민등록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악용해서 대학교 주변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주점을 찾기도 한다. 사복을 입고 주점에 들르기 때문에 그들이 고등학생인지 아닌지 파악이 불가능하다. 또 주점 안은 정신이 없기 때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런가 하면 길거리처럼 호객행위도 하고 있다. 여학생들은 짧은 치마와 의상을 갖춰 입고 주점 밖에서 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데, 대학교인지 아니면 길거리의 술집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였다.


학과 사람들끼리 추억을 이야기하고 타 대학 학생들과 공유도 하는 건전한 의미의 주점은 좋다. 하지만 내부를 클럽처럼 바꿔서 주점 안에서 헌팅을 해주는 주점도 생겨났다.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주점을 운영하는 학생이 와서 각 남녀성비에 맞춰 각 테이블마다 짝을 정해준다. 주점이 아닌 또 하나의 술집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든 학교가 축제에 주점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화여대의 경우, 낮 시간 위주로 주점없는 축제가 열린다. ‘물총싸움테이스티이화라고 불리는 음 식대결과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학과와 동아리별로 먹거리를 팔면서 알찬 축제를 만들어 냈다. ‘이 없어도 풍성하고 의미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동국대학교 3학년 홍현규 씨는 대학교는 대학생이 주인이기 때문에 술을 먹는 것 또한 대학생의 권리이다. 하지만 학교의 주인은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우도 마찬가지라며, 적당한 음주는 좋지만 음주 후에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이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야말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축제에는 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술병으로 뒤덮혀진 교정을 보면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열정과 끼가 가득한 시간 


국민대학교 총학생회는 주점을 열지 않는 날과 주 점을 여는 날을 구분해서 축제를 진행했다. 19()부터 20()까지 이틀간은 상설거리 및 연예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으며, 21()부터 22()까지 이틀간은 단과대별로 주점을 선보였다상설거리 행사에서는 금속공예과 학생들이 장신구 거리부스를 만들어 자신들이 만든 장신구를 직접 팔았으며,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미대생들도 있었다. 대학축제하면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도 풍성했다.


과별로 내놓은 먹거리 중 인기 있는 것은 꼬치와 맥 주, 닭꼬치, 뻥스크림 부스였다. 뻥스크림을 팔던 학생은 오후 530분쯤 뻥스크림이 얼마 남지 않자 원래 천오백원인데, 천오백원에 팔아요라는 멘트와 함께 떨이(?)’로 팔았다.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날려준 각종 놀이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인간샌드백을 자처한 학생은 와서 스트레스 확 풀고 가세요라며 호기롭게 외쳤고 남학생들이 글러브를 끼고 복싱을 즐겼다. 인간샌드백 학생이 워낙 능숙하게 피해 때리는 학생은 힘겨워 보였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은 듯했다.


물풍선 코너에서는 물풍선 대기 학생들이 옷이 흠뻑 젖은 채로, 서로 누가 다음 차례가 될 것인가를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어 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씨(, 23)취업준비 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보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20일 공연에는 대세 여성래퍼인 타이미가 나와 세련된 랩을 선보이며 공연의 열기를 띄웠으며, 래퍼 지조가 나와 여성 팬들의 환호 속에 공연을 펼쳤다. 두 사람은 국민대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타이미는 자신의 모교인 경희대학교 힙합동아리와 국민대 힙합동아리가 교류가 있다고 설명했고, 지조는 국민 대학교 언론학부에 지원한 바가 있다고 전다. 이날 공연은 EXID가 나오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EXID 는 데뷔곡 후스댓걸과 최신곡 아예등을 부르며 대세아이돌다운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학생이 아닌 가수가 주인인 축제 


대학축제하면 언제부턴가 빼놓을 수 없게 된 행사가 가수들의 공연이다. 모 대학 총학생회 임원은 대학축제에 연예인이 빠지면 축제 홍보가 안 되고 학생들도 김빠진 맥주같다는 의견을 제시한다고 했다. 연예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썰렁하던 공연장이 공연이 시작되면 사람들로 꽉 들어찬다. 축 제의 주인공이 학생에서 연예인으로 뒤바뀐 형국이다. 가수 한 팀을 섭외하는데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드는 등 연예인에게 드는 개런티도 만만치 않다. 이 모든 비용이 학생들이 빚을 내서 지불 한 등록금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씁쓸함만 남는다.


최근에는 이런 학생회 측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오비맥주에서는 카스 콘서트를 대학 내에서 열며 가수 섭외부터 무대설치까지 거의 모든 공연을 대행하고 있다. 사전에 총 학생회와 협의해서 총학에서 원하는 연예인을 섭외한다. 개런티도 오비맥주에서 직접 지불한다. 대 신 2~3시간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카스가 새겨진 풍선을 띄우거나 콘서트 중간에 신규광고를 보여주는 등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오비맥주는 전국 10개 대학에서 카스콘서트를 진행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콘서트를 통해서 자사광고의 홍보효과를 노릴 뿐, 독점으로 맥주를 공급하거나 시음회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이트맥주에서도 대학 축제에서 연예인 행사를 돕는다. 하이트맥주 홍보팀에서는 연예인 섭외는 하지 않지만 공연에 필요한 물품이나 여러 가지 지원을 함께 한다고 밝혔다. 브랜드 홍보를 위해 홍보 부스를 설치하지만, 주류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축제가 상업화로 변질되었다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다. 대학 축제마다 특정업체의 마크가 새겨진 대형 애드벌룬이 떠다니고 각 학과 부스가 아닌 기업체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보니 이게 대학축제인지 기업홍보 전시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대중성·상업성 축제는 뒤안길로 


200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던 문효석(36) 씨는 “2000년에 대학에 입학해 처음 맞이한 대학축제는 대동제란 이름으로 주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면서 그러던 것이 2006년 쯤 되니 학교축제는 전부 주점의 장으로 변했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축제에 연예인은 누가 오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축제는 학생들의 참여는 줄고 주점과 연예인으로 대변돼 버렸다. 원래 대학축제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많이 반영한다. 군부 독재 시대의 대학축제가 사회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을 띈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2000년 대 대학 축제가 술과 연예인으로 대변됐다면, 2015, 현재 대학축제가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끊임없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술이 사라진 캠퍼스도 등장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과 함께 어울어지려는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또 현재 시 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올해 서울대는 우리 사회 의 갑질을 풍자하기도 했고, 고려대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물품과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플리마 켓을 열기도 했다. 건국대 음악교육과 학생 합창단은 건국대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힐링콘서트를 열었다. 일회성 공연위주의 축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원래 대학 축제는 대학에 따라 고유의 명칭을 붙이기도 하지만, ‘대동제(大同祭)’라는 명칭을 쓰며 다 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의미로 열렸었다. 학생들이 떠난 자리에 주점과 연예인만 가득 찼던 대학축제에 다시 학생들이 돌아오면서 대학 축제의 또 다른 변화가 기대된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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