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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초원 연구원> 청년에게 진짜 필요한 것


‘청년’이 핫이슈다. 이재명 시장의 ‘청년배당’, 박원순 시장의 ‘청년보장’,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희망펀드’ 및 ‘청년고용증대세제’를 비롯해서 지난 2일에는 국회 앞마당에서 ‘청년일자리박람회’까지 성대하게 열렸다. 정부 및 여야를 막론하고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오늘날 한국사회의 핵심 키워드는 ‘청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오늘날 대한민국 청년의 현실


왜 이렇게 ‘청년’이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 현행 우리나라 사회구조의 최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학벌 중시 풍조 속에서 초·중·고 때까지 입시 위주의 과도한 공부와 부족한 수면에 시달린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가면 나아질 줄 알았더니 높은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바빠 죽겠는데 취업난이라며 1학년 때부터 스펙을 쌓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캠퍼스의 낭만은 사라진지 오래고 대학 도서관에는 일찌감치 토익과 자격증 등 스펙을 쌓으려는 학생들로 시험기간이 아니어도 북적거린다.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직장에 간신히 진입해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야근수당도 없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공무원 일자리는 젊은 시절의 몇 년을 쏟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로 경쟁률이 거의 300대 1에 이른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증명해 주듯이 청년 실업자는 100만명을 돌파했고, 20·30대 자살원인 1위는 취업 등 신변에 대한 비관이다.


이처럼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안정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것도 절망적인데, 인간관계와 내집마련(‘오포세대’)에 이어 이제는 꿈과 희망조차 버린 ‘칠포세대’, 심지어 계속해서 포기할 것이 늘어나서 셀 수조차 없어진 ‘N포세대’까지 되어버렸다. 월드컵 때 오천만 명이 하나 되어 ‘대~한민국’을 외치며 애국심으로 뜨거웠던 이 나라가 이제는 ‘헬조선 지옥불반도’가 되어 지옥같이 끔찍한 불구덩이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청년들이 대한민국에 등을 돌려버렸다.


청년정책에서 빠진 것


이런 사회에서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지속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이다. 한국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청년실업을 꼽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이런 위기감과 필요성을 인식하였는지 모두가 앞 다투어 청년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과연 ‘헬조선 지옥불반도’를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인지 효과가 의심스러운 정책들이 태반이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청년희망펀드를 살펴보자. 청년희망펀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기금을 조성하여 청년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펀드다. 그러나 아직 이 펀드를 운영할 주체도 설립되지 않았을 뿐더러 어떤 사업을 할지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게다가 공익펀드이기 때문에 펀드에 투자하더라도 원금과 운용수익을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라 자발적 참여에 의한 기금 조성도 쉽지 않다. 이렇게 실체가 없는 펀드의 구조로 인해 청년희망펀드에 대해 30대의 78.2%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청년고용증대세제 역시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청년고용증대세제는 청년 정규직 고용 시 해당 기업에게 1인당 500만 원의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어 고용을 늘리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공제기간이 최대 3년으로 제한적이고 훨씬 싼 인건비로 고용 가능한 비정규직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과연 기업들이 정규직을 더 고용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이 제도를 악용해 공제 혜택만 보려는 기업들이 생길 수 있다.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확대 조치도 마찬가지이다. 이 조치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 시 지난 3년간 소득세의 50%를 감면해주었던 것을 70%로 확대한 것이다. 구직 중인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출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을 회피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에 나온 발상이다. 지난 5년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청년의 평균 임금은 2009년 72% 수준에서 2014년 62%로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복지 수준에 차이가 크게 나는 것 역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임금 격차는 나날이 커져가고 회사별 복지도 차이가 큰데, 얼마 되지 않는 소득세 감면을 받기 위해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궁극적으로 위의 정책들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했다는 문제점뿐만 아니라, 정책의 목적에 있어 청년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지도 못했고, 청년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진단도 부족한 임시방편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책이었기 때문이다.


청년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청년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여태까지는 일자리를 늘리도록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정책들이 주로 실행되었는데 현재처럼 노동시장의 구조가 이미 모순된 상황에서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오히려 실효성 없는 정책들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패배감과 위기의식만 높아져 갔다. 따라서 장단기 정책들이 실효성 있게 병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양극화를 불러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 극복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민주화 노력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줄여서 중소기업이 청년들이 가고 싶은 직장이 되도록 노동시장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을 축소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대책이고, 지금 당장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을 다시 사회 속으로 데려올 수 있는 중단기적인 조치가 시급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지방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정책을 주목해 볼만 하다. 바로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서울시의 ‘청년보장’이다. 지역 내 청년들에게 성남시는 분기별 25만원 가량을 지역화폐로, 서울시는 월 10만원 가량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중앙정부와 달리 당사자인 청년들에게 직접 지급함으로써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처지의 열악함을 극복하고 자기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 청년들이 처한 현실적 절박함을 고려해볼 때 이런 정책적 시도 자체는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이 정책들 역시 문제점이 있다. 첫째,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이다 보니 재원에 한계가 있어 대상자가 한정적이고 금액도 적다. 더군다나 최근 지방정부의 재정상태는 중앙정부의 사업을 보조하느라 계속 악화되고 있다. 둘째, 해당 지역의 세금으로 재원 조달을 하다 보니 청년들의 생활을 제한하게 된다. 성남시의 경우, 지역화폐로 지급하게 되는데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 되어버린 현재 청년들의 활동 범위를 제한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셋째, 한정된 재원으로 소득 및 취업 상태를 따지지 않고 지급하기 때문에 정작 돈이 절실히 필요한 미취업 청년보다 취업 상태에 있는 청년이 훨씬 더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를 제기하는 이유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지방정부 정책의 단점과 한계를 보완한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 정책은 첫째, 구직과 직업교육 과정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실업상태의 청년들에게 ‘고용준비수당’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청년이 고용될 때까지 일자리를 함께 알아보고 주선해 주는 ‘고용도우미’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청년들에게 직접적인 소득보조를 해준다는 차원에서 서울시와 성남시 청년정책의 장점을 취하고, 구직과 직업교육 과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미취업 청년들에게 우선적인 기회와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이므로 지방자치단체 간의 불평등을 넘어 전국적 수준에서 청년들에게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다.


특히, 이미 각 대학에서는 취업상담센터를 운영하여 청년들에게 구직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일자리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이렇게 곳곳에 운영되고 있는 일자리센터들이 많지만,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중복되는 등 제대로 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기존 센터들과 연계하여 보다 더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직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별도의 큰 예산 없이도 고용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용준비수당 역시 중앙정부의 예산 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해 정부가 실시했던 청년들의 해외취업 장려 정책은 실제 취업자 수가 1천100여 명에 불과했으나 예산은 448억 원이나 투입되었다. 또 앞서 살펴본 청년고용증대세제의 경우 실제 고용창출효과가 미약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약 1천200억원의 세수가 소요된다. 이처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업들을 줄이면 약 1천500억원의 세수를 마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올해 비과세·감면 제도 15개를 신설하였는데, 이에 따른 세수감소 효과는 7천892억원이다. 특히 이중 9개는 ‘추정곤란’으로 아직 세수감소 총액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이처럼 새어나가는 예산들을 정비하고 추가로 세수의 일부를 청년에게 할당하면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를 위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사례가 많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했던 프랑스에서는 18~26세 청년들에게 직업교육을 조건으로 ‘알로카시옹’이라는 월 57만원의 현금수당을 제공했다. 호주에서도 16~24세의 청년들에게 소득수준과 결혼여부에 따라 주당 약 20만~60만원씩의 ‘청년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극심한 청년 실업을 겪었던 독일도 최대 월 670유로를 학생들에게 지원해주는 ‘바푀크’라는 생활비 지원제도를 운영하여 절반은 무상보조금으로, 절반은 정부보증대출금으로 지원한다.


이처럼 청년실업이 극심한 나라에서 청년수당을 제공한 것은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향후 나라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주기 위함이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의 홈페이지에는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는 실업 청년들을 위한 ‘신뢰의 조치’로 청년보장제도를 실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청년에 대한 이런 소득보장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과감하고도 생산적인 투자인 셈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 더 이상 청년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이 ‘헬조선 지옥불반도’를 만들어 놓았으면 그 피해자인 청년들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래의 주인이 되어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 주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정당하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은 하반기 공채 시즌이다. 많은 청년들이 밤을 꼴딱 새우며 수없이 자기소개서를 썼다 지우고, 어떤 이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을 향해 가고 있을 것이다. 일부 청년들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 환호하겠지만, 많은 이들은 실망으로 좌절하면서 또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 불쌍해서가 아니다. 생산적이고 지속 가능하길 원하는 사회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청년이 좌절하고 등을 돌리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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