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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음주운전…도로 위 묻지마 살인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음주운전 하지 마세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자는 연평균 25만 명을 훌쩍 넘고 있다. 매년 2만6,000건 이상 발생하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700명가량의 소중한 생명 을 빼앗는다. 더 이상한 점은 죄책감에 시달려야 할 음주운전자들이 별다른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더 힘들어한다. 도대체 왜일까? 아이러니한 현상을 들춰봤다. 


음주운전자 25만명·음주사고 사망자 690명


지난해 12월 1일 오전 6시 10분경. 아직 동이 트기 전인 이른 아침이라 차로에 차량이 많지 않은데도 경찰은 전국에서 일제히 음주운전 단속을 했고 한 차량이 적발됐다. 단속에 걸린 운전자는 혈중 알콜 농도 0.057%. 100일간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 였다. 하지만 적발된 A씨는 상당히 억울해 하며 경 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A씨의 주장은 “솔직히 술을 좀 마시기는 했는데, 거 기서 3~4시간 잠을 잤기 때문에 지금은 술이 다 깼 다”는 거였다. 


이날 경찰은 전국 음주운전 취약지역 62곳에서 일제 단속을 벌여 총 552명의 음주 운전자를 적발했다. 단속이 이뤄진 시간은 오전 5시부 터 6시 30분. 고작 1시간 30분이었다. ‘음주운전은 하면 안 된다’는 법적, 사회적 규범에 대해 “잘못됐다”,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은 사고 위험을 높여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돌 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 이런 음주운 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관련 연구결과에도 잘 나타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운전을 하는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음주운전 억제방안 연 구(전영실 일반범죄연구실장·정진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010)’에 따르면 국민들은 ‘음주운전이 일반적’이라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았고, 사고경험, 주량정도, 개인의 운전 기능 등에 관계없이 음주 후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또한 ‘음주운전을 할 경우 부끄러움, 죄책 감, 후회를 할 것’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70%를 웃돌았다.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을 경우 가정과 사회적 제재 가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60~70%나 됐다. 이같은 국민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은 근 절되지 않고 있다. 


경찰의 음주운전 관련 통계를 분 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음주 운전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는 총 126만9,220명이 었다. 매년 25만3,844명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의 단 속망에 걸린 셈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단속에 적발되는 운전자는 2000 년대 초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37 만2,319명이었던 적발 음주운전자는 2004년 50만 446명으로 최대를 기록한 이후 30만~40만명 대를 보이다가 2010년부터 25만~26만명 수준을 유지하 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도 감소했다. 겉으로 보이는 숫자가 줄었기 때문에 음주운 전이 줄어든 것처럼 착각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 여다보면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습관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전체 교통사고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증가했다. 


2001년 9.6%(전체 교통사고 26만579건 중 2만 4,994건)였던 전체 교통사고 대비 음주운전사고 비율은 2015년 10.5%(전체 23만2,035건 중 2만 4,399건)로 0.8%p 상승했다. 음주운전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01년 12.4%(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8,097명 중 1,004명) 였던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대비 음주운전사고 사 망자 비율은 2015년 12.6%(전체 4,621명 중 583명) 로 0.2%p 올랐다. 이는 음주운전자가 줄었다기보다 단속시간을 피 해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운전자들이 ‘음주운전 단속정보 공유 앱’을 통해 능숙하게 단속을 피하 는 일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음주운전 단 속정보 공유 앱’은 약 10여개 정도 된다. 주로 대리 운전업체들이 제작한 것으로, 해당 앱에 가입한 회 원들이 단속정보를 올리면 그 정보가 전체 회원에 공유되는 방식이다. 또한 2013년에서 2015년 음주 운전 적발 운전자는 26만9,836명에서 24만3,100명 으로 3년 사이 2만명 가량 줄었지만, 같은 기간 야 간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 비율은 전체의 88%에서 85.9%로 감소했고 주간에 적발된 비율은 12%에서 14.1%로 늘었다. 게다가 새벽까지 술을 마신 후 출근길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운전자는 매 년 1만5,000여명, 출근길 음주운전으로 사고까지 난 경우도 연간 2,000건씩 발생한다. 바꾸어 말하 면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의식은 1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연간 경제적 손실 8,000억원


경찰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지난해 4월 ‘음주운 전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강화 방안에는 ▲출근 및 낮 시간대 음주운전 단속 ▲음주운전 취약장소와 연계되는 목 지점·이면도로 중 심의 불시 단속 ▲20~30분 단위 ‘스팟이동식’ 단속 을 지속·확대하고, ▲혈중알콜농도 0.1% 이상 운전 자에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 전치사상죄’ 의율(擬律, 죄의 경중에 따라 법을 적 용함) ▲동승자에 대한 형사처벌 ▲상습 음주운전 자 차량 몰수 등 처벌이 들어있다. 이와 함께 음주 운전에 의한 사고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 최대 징역 7년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음주 후 운전대 를 잡는 사람들의 의지(?)는 꺾이기 않았다. 


경찰은 연말연시 각종 모임 등 술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음 주운전 우려가 커지자 작년 11월 23일부터 1월까지 ‘전국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진행 중이다. 2016년 12월 20일 기준 총 2회(12월 1일, 12월 16일)의 전 국 단위 음주운전 일제 단속이 있었는데, 해당 단 속은 사전에 뉴스와 방송 등을 통해 단속일정을 사 전에 충분히 고지한 후 시작됐다. 경찰에 따르면 1 일 일제 단속 결과 전국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는 총 552명이었다. 면허정지 320명, 면허취 소 215명, 채혈 14명, 측정거부 3명 등이다. 16일 일 제 단속에서는 총 479명(면허취소 175명, 면허정지 271명, 채혈 26명, 측정거부 7명 등)이 음주운전으 로 단속됐다. 이는 일평균 단속 건수인 340여건보 다 38% 정도 많은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원에 따르면 단순 음주운전 (혈중알콜농도 0.05~0.10% 미만)으로 적발됐을 때 운전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321만원 (벌금 300만원/건×보험료 할증 18만원/건×특별 교육 수강료 3만원/건)이었다. 이를 2011~2015년 연평균 음주운전 발생건수 25만3,844건에 적용하 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최소한의 경제적 손실은 무 려 8,148억원에 달한다. 단순히 음주운전으로 적 발됐을 경우 이 정도 금액이니 사고가 발생해 재산 이나 인명 피해가 생긴 경우라면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만약 음주운전 사고로 재산피해가 발생했 다면 개인 손실액은 최소 521만원(대물피해 300만 원 시 본인차량피해 100만원일 경우 보험사 면책금 100만원+본인 차량 수리비 100만원+321만원)이다. 부상과 같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최소 1,970만원(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 벌금 700만 원+변호사 선임 500만원+형사 합의금 300만원+운 전면허 재취득 직·간접 비용 100만원+대인배상 보 험금 면책금 300만원+보험료 할증 70만원)의 경제 적 손실이 발생한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따질 수 없 는 각종 불편 등을 감안한다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산정이 불가능하다.


음주운전 위험성·심각성 알면서도 

“내가 걸리겠어?”


음주운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은 이유는 ‘음주 운전 적발에 대한 확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낮은 단속기준과 통상 벌금형에 처해지 는 처벌도 문제지만 일단 ‘음주운전을 해도 안 걸린 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기 때문에 음주운전이 계 속된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음주운전 적발 가 능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내가 음주운전을 한다면 반드시 경찰에 적발될 것이다’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47.5%(매우 그렇다 6.3%+대체 로 그렇다 41.2%)에 불과했다. 단속에 적발될 것이 라고 확신하는 응답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보통이다’ 31.5%, ‘그렇지 않다’ 21.0%(전혀 그렇지 않다 3.8%+별로 그렇지 않다 17.2%)였다. 


실제로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는 사람들 중 단속에 적발되 지 않았다는 응답은 전체의 84.3%나 됐다. 적발됐 다는 사람은 15.7%에 불과해 음주운전을 한 사람 들 중 대다수가 단속되지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 다. 음주운전 적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73.5%는 ‘도로상의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단 속에 걸려서’였다. 보고서는 “음주운전을 했지만 적 발되지 않았던 경험은 ‘적발의 확실성’에 대한 인식 에 영향을 줘서 음주운전이 지속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속기준이 낮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는 혈중알콜농도 기준은 0.05%이다. 


혈중알콜농도 0.05%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 통 몸무게 70kg인 성인 남성이 소주 2~3잔 정도를 마셨을 때에 나오는 수치이다. 본인이 느끼든 느끼 지 못하든 음주시에 몸은 사고력과 판단력, 자제력 이 떨어지고 수의적인 운동기능에 약간의 장애가 오는 상태가 된다. 혈중알콭농도가 단속기준을 넘 을 경우 처벌은 ▲0.05~0.1% 미만의 경우 면허정지 100일·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 금 ▲0.1~0.2% 미만은 면허취소 1년·6개월~1년 이 하 징역이나 300만~500만원 이하 벌금 ▲0.2% 이 상 1~3년 징역이나 500만~1,000만원 이하 벌금 ▲ 0.36% 이상 구속이다.


한잔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문제는 술을 먹었어도 혈중알콜농도가 0.05%를 넘 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 마시면 운전을 해도 안 걸린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단속기준이 음 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 한다.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은 “이같은 단속기준은 ‘한 잔 정도는 괜찮다’라는 인식을 키운다”면서 “‘술을 입에 대면 운전대를 잡 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 확산을 위해서는 단속 기 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찰의 음주 운전 단속현장에는 혈중알콜농도가 0.05%를 넘지 않는 음주운전자들이 측정 후 다시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간 운전 자에게 술 냄새가 나도 혈중알콜농도가 단속기준 을 넘지 않으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가 없다”면 서 “단속기준을 강화하거나 단속기준에 못 미치는 운전자들에 대해서는 벌점을 부과하는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따르면 2013~2015년 음주운전 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들이 행정심판을 통해 처 벌을 경감 받은 경우는 1만672명에 달한다. 


중앙행 정심판위원회는 음주운전과 관련해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되면 생계나 직장에 문제가 발생하는 사람 들을 선처하는 의미에서 1회만 처벌을 경감시켜 구 제해주는데, 이것이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전 문적으로 돕는 업체들도 많다. 포털사이트에서 ‘음 주운전 구제’라고 검색하자 처벌을 경감 받을 수 있 는 방법을 소개하는 각종 콘텐츠와 파워링크 업체 48개가 검색됐다. 업체들은 다수의 구제 사례를 소 개하며 처벌 경감을 자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잘 드러나도록 서류를 꾸미 면 110일 면허정지로 처벌을 경감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과거에 음주운전 전력이 있어도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낮은 처벌에 음주운전 재범률 41%…

결국 억울한 것은 피해자


억울한 것은 결국 피해자다. 지난해 10월 방송된 SBS ‘맨 인 블랙박스’에는 음주운전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박정수 씨는 2012년에 역주행한 음주운전 차량에 정면으로 부 딪혀 지금까지 총 16번 수술을 했다. 당시 그는 다 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 그의 부상은 의학계 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케이스였다고 한다. 뼈가 있 어야 할 자리에는 쇠가 자리하고 있었다. 상태가 더 나빠지면 박 씨는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앗아가고 인생을 송두리 째 망쳐버린 가해자에게 법이 내린 처벌은 고작 벌 금 500만원이었다. 박 씨는 “(음주운전자는)구속 돼서 재판받는다고 했었는데, 그런 것도 없이 벌금 500만원으로 끝나버리니까 너무 황당하다”며 씁 쓸해했다. 김경동 씨는 가족과 여수로 나들이를 다 녀오던 길에 음주운전을 한 대형화물차에 치여 뒷 자리에 앉아있던 아내와 3살 난 딸을 잃었다. 김 씨 의 사고 차량은 뒷부분이 아예 사라졌다. 김 씨는 “화물차 빛만 보였다. 빛을 보고 ‘어? 이상하다. 조 심해’라는 말도 못했다. 두 사람이 죽었는데 4년”이 라며 눈물을 흘렸다. 


가해차량 운전자는 4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형량이 많다며 항소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해 7월 방영된 KBS ‘추적 60분’에서 음주운전 피해자로 소개된 유선용 씨는 2015년 환경미화원 으로 일한지 3주 만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다리 뼈가 산산조각이 나 직장은 물론 한 쪽 다리를 잃게 됐다. 가해 운전자는 자기가 운전대를 잡았는지 안 잡았는지 모를 정도로 만취상태였다. 혈중알콜농 도 0.225%였다. 유 씨는 사고 후 약이 없이는 생활 이 어려운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같이 사고를 당한 박노흥 씨는 더 심각했다. 그는 두 다리를 모두 잃었다. 그러나 음주운전을 한 가해 자에게 내려진 처벌은 공탁금 6,500만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음주운 전 가해자)은 초범이고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 고 있다는 점, 피고인도 사고로 건강상태가 좋지 못 하고 피해자들과 뒤늦게나마 합의가 됐다는 점을 들어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박 씨의 부인 최윤정 씨 는 “(당하기 전까지)음주사고는 가중처벌이 될 줄 알았는데 너무 어이없는 현실이었다. 두 집안을 이 렇게 망가뜨려 놓고 감옥 한 번 안 가고 그냥 합해 서 6,500만원에 집행유예가 됐다는 것이…”라며 “변호사 사무실에서 여러 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 가능성이 너무 높다’며 선택을 하라고 해 서 돈으로도 보상을 못 받고 집행유예 떨어지면 너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합 의를 하게 됐다”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가 해자가)재판 전에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하더 니 재판 다 끝나고 나와서는 ‘어떡하라고요?’라며 손을 들면서 저를 때리려고 하더라”고 분통을 터 뜨렸다. 가해자의 아내는 “신랑이 ‘본의 아니게’ 술 을 먹고 운전을 하게 됐고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서’ 봉사활동도 많이 했다”면서 “아무리 잘못을 했 다고 해도 사람은 상황에 따라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할 도리 다 했고 합의도 봤지 않나. 이런 식 으로 할 것 같으면 합의는 왜 했느냐”고 따져 물었 다. 유 씨는 “이와 같은 판결이 나온 기준이 너무 궁 금하다”면서 “이것이 정당한 판결이고 정당한 처벌이라면 음주운전을 해도 된다는 얘기 밖에 안 되 는 것이다. 


‘음주운전은 실수니까 용서받을 수 있다’ 는 얘기가 돼버리는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박 씨는 “우리나라 법이 그렇다. 음주하고 사고를 내도 몇 천만원 지급하면 판사는 ‘돈 받았으니까 됐다’ 그리 고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이렇게 장애인으로 살아 가고. 그게 끝이다”고 말했다. 이 사연은 SBS 드라 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드 라마에서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의 보호자(모친)는 “술 먹고 운전하다가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돈과 법 뒤에 숨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 습으로 그려졌다.




처벌 가볍다 보니 재범률 높아 


사람이 죽고 크게 다쳐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 야 할 정도의 피해를 입어도 벌금형에 그칠 정도로 처벌이 가볍다보니 음주운전 재범율도 높다. 경찰 에 따르면 2010~2015년까지 음주운전 재범율은 41.7%에 이르고, 음주운전으로 3회 이상 단속된 운전자는 2010년 4만4,307명(14.6%)에서 2015년 4만4,986명(18.5%)으로 679명 증가했다. SBS ‘맨 인 블랙박스’에는 음주 뺑소니 등 3번의 음 주운전과 무면허 운전 등을 한 B씨가 출연했다. 일 반 상식으로 봤을 때 징역형을 살아도 몇 번을 살 았을 것 같은데, 그가 받은 처벌은 고작 벌금 500만 원, 면허취소 4년 등이었다. 재작년 그는 취소됐던 면허를 다시 취득했다. 


B씨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 다. 혈중알콜농도 0.1% 이상으로 면허 취소 3번에 벌금 200만·300만·500만원을 부과 받았다는 또 다 른 상습 음주운전자 K씨는 “음주운전은 무조건 만 취했을 때 하는 것”이라며 “감각과 신경이 무뎌질 때 운전을 해서 사고가 나면 (피해자한테)미안한 감 정도 들지만 그때뿐이다. 술 먹고 운전한 것이라서 심하게 잘못했다고 생각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속도를 올리면서 느끼는 쾌감이 상상을 초월한다” 면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겠다’ 생각을 못 한 다. 술을 먹으면 다른 사람 생각은 안 한다. 이기적으로 변하더라”고 털어놨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에 대해 국민들도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지난해 4월 동아일보와 대검찰청 이 공동으로 ‘음주운전 사고 처벌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일반인 200명 중 80.5%(161명)는 “처 벌 수위가 낮다”고 응답했다. 교통 전문가와 법조 인, 로스쿨 학생 등 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도 88.8%(71명)가 이같이 답했다. 일반인들은 음주 운전 사고의 형량을 결정할 때 ▲운전자의 혈중알 콜농도(34.7%) ▲사망자 및 부상자 수 등 피해 정 도(29.8%) 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음주운전 사례에 대해 일반인들의 81.9%는 집행유예보다 징역형을 선택했고, 전문가 들도 무거운 형량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국형사판례연구회와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등에 따르면 현재 음주운전 사망사건의 법정 형량은 평균 12.3개월.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적용돼도 13.9개월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66.7%, 위험운전치 사상죄가 적용된 경우에는 55.9%가 집행유예였다.


단속기준·처벌수준 높여 효과 본 미국·일본·영국…

관련 입법은 계속 폐기


전문가들은 단속기준과 처벌수준을 높여서 운전 자들이 음주운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 다고 입을 모은다. 한문철 변호사는 “음주운전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매우 처벌이 관대하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가볍게 처벌하니가 ‘별거 아 니구나’, ‘나중에 형사합의하면 풀어주는구나’ 생 각하게 된다. 집행유예가 지금도 50%를 넘는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음주 사망사고가 다를 바 없다. 국가의 처벌이 너무 솜방망이다보니까 음 주운전자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현행 0.05%에서 0.03%로 올리는 것과 동승자에 대한 처벌을 운전 자와 동일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 부개정법률안(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 의)’이 발의돼 있다. 이 의원은 해당 법을 17대 국회에서부터 꾸준하게 발의해오고 있지만 모두 회기가 종료돼 자동 폐기 됐다. 그는 “이미 일본과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알콜농도 적발기준을 0.03%로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은 2001년부터 형법에 음주운전치사상 죄 법조항을 신설해 음주운전 등의 사고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며 “법 시행 3년 만에 음주 운전 사망자가 58% 감소하는 등 음주운전억제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우리나라도 법 시행이 되면 음주운전이 대폭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아시 아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가장 낮은 국가이다. 일본은 2000년대 ‘음주운전과 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속기준과 처벌수준을 크게 높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도쿄에서 음주운전으로 두 자매가 사망했고, 가나가와현에서는 대학생 2명 이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나 형량이 너무 적게 나오자 피해자의 부모들이 이에 항의 하며 개정을 위한 운동을 펼쳤고 무려 37만명이 이에 동참해 정부의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이끌어냈다. 


2007년에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기존 3년 이하 징역이나 50만엔(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던 처벌 수준을 7년 이하 징역·100만엔(1,000만원) 이하 벌 금으로 대폭 강화하고, 음주운전 방조행위 처벌 조 항을 신설해 음주운전에 대한 높은 수준의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사 람이 사망했다면 최고 징역 30년까지 구형할 수 있 다. 실제로 2014년 여름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시에서는 만취한 운전자가 네명을 치여 여학생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힌 후 도주하는 사고가 있었다. 약 1년 뒤인 2015년 7월 삿포로 지방법원은 음주운전이 과실이 아닌 고의적인 범죄라며 가해 자에게 살인죄에 준하는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이 같은 음주운전에 대한 엄한 처벌은 향후 음주운전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1년 1,191명이던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5년 709명으로 줄었 고, 2010년에는 295명, 2015년에는 203명으로 15년 만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80% 이상 줄었 다.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 민들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난해 3월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540명을 대상으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조사를 한 결과 ‘찬성’이 70.0%로 집계됐다. 


반대하는 쪽은 27.2% 였는데, 이들은 단속기준 자체가 너무 지나치다고 말한다. 혈중알콜농도 0.03%로 단속을 하는 국가 는 일본과 스웨덴이 유일하고 대부분 국가에서는 혈중알콜농도를 0.05%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의 경우는 혈중알콜농도 기준이 0.08%이다. 때 문에 이들은 “단속기준을 강화한다고 억제력이 있 을지 의문”, “결국 담뱃값 인상처럼 세수만 확충하 려는 수작” 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중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은 2008년 기준 전체의 32%에 이른다. 


특히, 2010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총 1,347명이 었던 14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중 16%가 음주운전과 관련이 있었다. 또한 음주운전으로 인 한 교통사고 손실비용은 2009년 기준 640억 달러 (약 76조원)에 달했다. 이렇게 혈중알콜농도 기준 을 낮게 적용하는 미국이지만 이와 별도로 21세 이 하 운전자에 대한 혈중알콜농도 0.02% 적용, 만취 운전자에 대한 가중처벌, 음주운전 초범에 대한 강 화된 혈중알콜농도(0.05%) 적용, 무작위 검문소 운 영 등의 효과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 자가 1982년 이후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형 사정책연구소에 따르면 1982년 2만1,113명이었던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8년 1만1,773명 으로 줄어 무려 44% 감소했다.


음주운전 반드시 걸리고 불이익 크다는 인식 심어줘야 


단속을 강화해 ‘반드시 걸리고 걸리면 불이익이 크 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형 사정책연구원이 ‘음주운전 억제방안 연구’에서도 지적했듯이 음주운전을 했음에도 단속에 적발되 지 않았다는 응답이 전체(1,500명)의 84.3%나 됐 고, 음주운전 대책을 묻는 조사에서도 ‘경찰의 단 속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89.7%에 달했다. 단속 강 화에 따른 효과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찰된다. 경찰 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지 난해 같은 기간보다 53.6%(3,798건) 늘었다. 


상습 음주운전자 21명이 구속됐고 방조범 110명이 입 건됐다. 4월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한 이후 단속 방식을 바꾸고 처벌을 강화한 것이 주효한 것 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도 지난해 3,809명보다 376명(9.9%) 줄어든 3,433명이었다. 음주운전 사망자가 크게 감소한 덕분이다. 지난해 10월까지 502명이었던 음주운전 사망자는 올해 10 월까지 322명으로 180명(35.9%) 감소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에서는 음주운전 2번이면 상습 음주운전자로 판단해 1년 간 ‘음주운전 습관이 사라졌다’는 것을 수시로 검 증하고, 이 과정을 소위 ‘바보테스트’라고 부른다” 면서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수준이 상당히 높고 음 주 운전하는 사람을 정상인으로 보지 않는다”고 지 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적 편의를 위해 제정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당초 취지와 는 다르게 ‘교통사고는 범죄가 아니다’는 등의 교통 안전에 대한 낮은 인식을 확산시켜 음주운전에 대 한 양형기준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 어 “혈중알콜농도를 0.03%로 낮췄을 때 어느 정도 의 효과로 이어지긴 하겠지만 인식을 바꿔가는 노 력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언제 음주단 속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후차적으로 단속을 벌 이는 음주단속이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둘지 의문스럽다”며 “지금부터라도 불시 또는 비노출 단 속으로 365일 음주단속을 한다는 인식을 운전자 들에게 심어주는 한편 안전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도 힘을 기울 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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