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최근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지배구조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차등의결권 도입 증가 ▲여성이사 비율 증가 ▲주주행동주의 확대 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혁신기업과 기업지배구조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기배구조는 규모와 특성, 나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혁신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차등의결권 도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 11.3%를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은 ‘구글(Google)’과 ‘페이스북(Facebook)’, ‘VM웨어(VMware)’ 등이다.
박현성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1주 1의결권’ 원칙에 따라 차등의결권 도입이 불가능하다”면서 “기업의 장기비전을 설립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할 필요가 있는 혁신기업에 한해 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기업에 대한 주주행동주의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주행동주의의 증가는 주로 S&P100 대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져왔지만,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중 톱(Top)15 기업의 주주행동주의 비율(최소 1회 이상 공격)은 2016년 73.3%로 조사됐다.
박 연구원은 “최근 아시아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이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며 “특히,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은 IT혁신기업의 경우 차등의결권 도입과 같은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여성이사 비율이 증가하는 등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주로 여성이사의 비율 증가로 측정할 수 있는데,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경우 여성이사 비율이 1996년 2.1%에서 지난해 14.1%로 꾸준히 늘었다.
이같은 흐름은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외에도 미국과 캐나다, 노르웨이, 싱가포르 등 다수 국가에서 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 이사회 임원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이사회 여성임원비율은 2.4%로, 아태지역 20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박 연구원은 “우리도 혁신기업들이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등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