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산물”은 안전한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땅심 살리는 퇴비 만들기』 저자인 석 종욱 씨의 말이다.
석씨는 미숙(未熟)한 퇴비나 유박(油粕, 깻묵. 여기서는 종자에서 기름을 빼고 난 찌꺼기를 총칭) 같은 유기질 비료만 사용해도 ‘질산염’이 나온다고 한다. 유박 등은 탄질비(비료를 만들 때의 탄소와 질소의 비율)가 아주 낮아서 땅속에 들어가자마자 화학비료와 유사하게 분해되고 그 양분을 작물이 빠르게 이용하게 되어 역시 화학비료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아직 숙성이 안 된 퇴비는 퇴비 자체의 양분 보유 능력이 부족해, 퇴비에 있던 양분이 흙으로 나오게 되므로 작물이 그것을 다량으로 흡수하게 되어 문제를 일으킨다.
석씨는 일본의 한 조사자료를 인용해 흙에서 재배한 농산물보다 수경(水耕) 재배한 것에서 ‘질산염’ 수차기 무려 5배 이상 검출되었다면서 뿌리 부근에 영양분이 많이 존재하면 작물이 그것을 쉽고 빠르게 흡수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농업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은 농업담당 관리가 각 농장의 작물 수확이 끝나면, 1년에 한 번. 각 농장의 지하 1m에 있는 흙의 질산염 상태를 조사하며 기준치 이상이 나오면, 정부 보조나 각종 지원을 배제한다고 한다. 흙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건강한 농작물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흙이란 어떤 것일까?
한마디로 말해서 흙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상태다. 또 그렇게 되도록 유익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흙을 말한다. 흙의 건강상태도 다른 모든 생명체와 똑같다. 사람이 호흡하고 물 마시고 밥을 먹어야 사는 것처럼 건강한 흙은, 흙의 구조와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기상(氣相, 공기). 액상(液相, 물), 고상(固相, 무기물, 유기물)으로 구성된 3상이 적절한 비율로 분포한다. 적당한 양분, 수분이 있고, 미생물이 살아 숨 쉰다는 말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흙 1g당 수천만 개에서 수억 개의 미생물들이 산다. 바로 이들 미생물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이로운 일과 해로운 일을 쉬지 않고 벌인다. 이 활동이 너무 복잡해서 현대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들이 아직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흙은 살아있다고 한다. 이런 미생물들이 모두 죽어버리거나 이로운 미생물은 죽고 해로운 미생물이 더 많아지면 죽어버린 흙이 된다. 흙이 산성화가 되면 해로운 미생물이 많아지고 이로운 미생물은 적어진다. 양분의 유효도도 떨어진다. 그래서 나쁜 일이 더 많이 일어나고 흙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화학비료, 농약을 필요 이상 써 오면서 흙 속의 미생물이 건강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유기농산물(有機農産物)이라고 할 때 유기는 유기물(有機物)이란 뜻이다. 유기물은 동물, 식물, 미생물의 몸을 구성하고 있거나 이들 생물체가 생산해 낸 화합물로서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물질이다. 그러니 유기농산물은 미생물들이 분해해 완전하게 숙성된 퇴비(堆肥, 두엄)만을 가지고 흙에서 키워 우리 몸에 안전한 무공해 농산물을 말한다.
【특별기획】건강한 흙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는 국가 자원⑨ (m-economynews.com)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