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로 일상생활이 힘들었던 우즈베키스탄 어린이가 한국에 초청되어 무료수술을 받았다. 지난 17일 이대목동병원 11층 병동에서 만난 3살 소녀 딜도라와 아이의 엄마는 이제 곧 고국으로 돌아간다며 상당히 들뜬 모습이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된 의술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모녀에게 안겨준 감동의 현장을 담아봤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온 딜도라(만3세, 여)는 양쪽 고관절이 모두 탈구된 상태로 혼자 걷기가 불가능해 주로 집에서 생활해왔다. 생후 20일경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딜도라의 고관절에 문제가 있다는 얘길 들었다는 아이의 엄마는 의사선생님께서 6개월 정도 지난 후 깁스로 치료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치료를 해도 낫질 않으니까 걱정이 많이 됐다고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놓았다.
“아이가 커서 수술하면 걸을 수 있다고 했죠. 그런데 한국에서 의료봉사 오신 의사선생님께서 보시더니 수술을 늦추면 안 된다는 거예요. 딜도라는 심장수술까지 받은 아인데 3살이 돼도 걷지를 못하다 보니 성장도 더디고 밥도 잘 먹지 못해서 걱정이 많았죠.”아이의 엄마는 한국으로 초청해서 수술까지 해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게 평생 감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병실 침대에 누워서 회복 중인 3살 소녀 딜도라는 노란 장난감을 들어 올리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녕’하면서 손을 잡자 수줍은 잽싸게 손을 빼내 엄마의 손을 꼬옥 잡았다. 엄마는 “아이가 낯설어하는 것 같다”면서 내일이면 퇴원해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너무 감사한 나라
지난 2월 이대목동병원의 초청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온 두 모녀는 병원의 배려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생활해 왔다.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깁스를 푼 딜도라는 보조기로 고관절을 고정한 상태였다. 딜도라는 보조기를 찬 상태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간 후 한 달이 지나면 보조기를 제거하게 된다. 아이엄마는 “한국으로 와서 수술을 받아서 잘 돼서 너무 고맙다”면서 우리 가족에게 이런 행운이 왔다는 것에 대해 너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두 손을 모으고 러시아어로 ‘블라가다류 바쓰(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눈물이 글썽였다.
처음에는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낯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는 아이 엄마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님들이 친절하게 대해 줘서 잘 지낼 수 있었다”면서 같은 병실에 있는 분들도 항상 불편한 게 없냐고 물어보고 챙겨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엄마는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게 되면 꼭 한 번 한국을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딜도라가 혼자서 걷고 친구들과 뛰어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아이의 엄마는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며 딜도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어떤 나라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 엄마는 “우즈베키스탄은 다양한 민족이 사는데 한국인도 많이 산다. 그래선지 한국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 좋았다”고 한국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우리에겐 생소한 질환 ‘선천성 고관절 탈구’
딜도라가 앓고 있는 질환은 우리에겐 생소한 선천성 고관절 탈구증이다. 몸통 쪽의 엉치뼈(골반골)의 비구와 아리 쪽의 허벅지 뼈(대퇴골)의 골두가 소켓과 볼 같이 연결되는 볼 소케트 관절이 발달이 덜 돼서 생기게 된다. 아이들의 경우 볼처럼 연결되는 골반 안의 모양이 잘 되어 있어야 소켓도 발달이 되는데 그러질 못해 밖으로 삐져나와 보행을 어렵게 하거나 할 수 없게 된다. 딜도라는 지난해 8월 우즈베키스탄으로 의료봉사를 갔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이승열 교수팀에게 진료를 받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 교수팀은 딜도라의 상태가 아주 심각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올해 2월 딜도라를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수술을 시행했다. 의료진은 딜도라는 고관절 탈구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고관절의 관혈적정복술과 함께 비구주위 절골술, 동종골 이식술을 시행했다. 집도의인 이승열 교수는 정상 위치를 벗어난 딜도라의 고관절을 원위치로 되돌려 놓는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딜도라는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로 한 달 정도 걷는 연습을 시작한 후 보조기를 제거하게 된다. 이 교수는 “어제 깁스를 풀고 움직여 봤더니 잘 움직인다.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자주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엑스레이를 보면서 체크해야 한다. 한 달 후면 딜도라가 보조기 없이 정상적인 보행을 할 수 있다. 수술결과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
“40개월이 넘은 아이가 고관절이 빠져 있다는 건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이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의 열악한 의료 환경이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을 방치해서 변형이 고착화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우즈베키스탄 아이들은 변형이 참 많습니다. 사지 어떤 기형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정상적인 것과는 다른, 예를 들면 고관절이 빠져 있거나 불편하게 걷거나 그런 아이들이죠. 수술을 통해 잘 걷게 해주면 아이가 삶의 질이 높아질 텐데 의료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어려운 상황이다. 딜도라는 경우는 고관절이 아예 빠져 있는 상태였어요. 이런 경우 생후 6개월 이전에 치료를 하면 살짝 빠져 나간 다리 모양을 바로 잡은 후 보조기로 교정만 해주면 되는데 오래 방치하다 보니 아예 빠져나와 있어서 고관절을 넣어주는 수술을 했습니다.”
이 교수는 선천성 고관절 탈구는 우리나라에서도 드물게 발병되지만 영·유아 검진을 통해 발견즉시 보조기로 치료하기 때문에 보행에 불편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초청, 무료수술로 새 삶 찾아줘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과 이화여대 학생 등으로 의료봉사단을 구성해 매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현지에서 수술이 힘든 아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 수술을 해주고 있다. 매년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단으로 현지에 가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승규 교수는 현지에서 수술을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텐데 여건상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늘 아쉽다고 말했다.
“현지의 여건이 안 되니까 안타깝죠. 제가 지난해 의료봉사를 갔던 지역은 우즈베키스탄의 제2도시였는데도 의료시설이 아주 열악했어요.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것 같은데 아직은 의료기기라든가 의료기술이 열악하죠. 의료 봉사팀이 현지에서 수술을 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텐데 아쉬움이 많아요. 수술을 한다고 해도 수술 후 경과를 지켜봐 줄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도 없고 꾸준히 재활운동도 해줄 인력도 없고요. 많은 아이들을 다 데려와서 수술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초청해야 하는 인원이 한정되다 보니 그런 점도 아쉽죠.
그러다 보니 중증을 가진 아이들은 제외될 수밖에 없어요. 입원기간이 6개월 이상 걸리면 그들의 입장에서 부담이 되고 의료진들도 수술을 통해 아이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아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거든요. 걸을 수 없는 아이의 경우 고관절 수술을 한다고 해도 통증완화의 목적 밖에 되지 않잖아요. 딜도라의 경우는 수술을 통해 걸을 수 없었던 아이가 정상적이 보행을 할 수가 있게 되는 거라서 보람이 크죠."
이 교수는 요즘 우즈베키스탄에도 젊은 의사들의 배우려는 의욕이 아주 강해졌다면서,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면서 의료기술을 배워서 오기도 하고 아주 진취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많은 발전이 있을 거라고 전했다.
‘의료한류’ 통해 많은 교류하고 싶어
매년 해외로 의료봉사를 나가고 있는 이 교수는 오는 8월경 또 다시 의료봉사를 갈 계획이다.
“제가 가진 의술로 누군가의 삶을 보다 나아지게 한다는 건 뿌듯한 보람입니다. 지난해 수술해준 친구(환자)의 경우 아주 잘 걸어요다. 요즘엔 한국말을 배워서 편지도 보내오고요. 요즘은 의료 환경이 뒤처진 나라의 젊은 의사들이 우리 한국에 많이 옵니다. 그들과 함께 우리의술을 프로그램화해서 같이 공유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 그렇게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이 교수는 “저희 병원이 그쪽에 소아병원 설립하는데 주된 역할을 하게 됐다고 들었는데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력교류라든가 이런 걸 통해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싶다는 이 교수는 소아수술의 경우 많은 의료기기가 필요하진 않지만 내부 시설이라든가 갖춰야 할 게 많은 만큼 후원자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며 따뜻한 소망도 전했다. 외국에 나가서 의료봉사를 한다는 것이 ‘의료한류’가 아니겠냐고 말한 이 교수는 앞으로 시간이 허락하는 데로 의료봉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유일 ‘다학제 치료’하는 하지중증외상센터
이대목동병원 ‘하지중증외상센터’에서는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모여 동시에 환자를 치료하는 ‘다학제 치료’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센터가 생긴 지 2년 남짓이지만 치료 건수는 벌써 100건이 넘는다. 센터를 이끌고 있는 핵심멤버 중 한 사람인 이승열 교수는 ‘다학제 치료’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교통사고라든가 큰 사고로 다치게 되면 뼈만 다친다고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아요. 사고로 혈관이라든가 피부도 많은 손상을 입게 되고, 피부가 손상을 입게 되면 염증이 생기고 감염에도 노출되죠. 저희센터는 환자가 응급실에 오게 되면 여러 진료과 의사가 모여 동시에 환자 상태를 상담하고 어떻게 치료를 진행할 것인지를 논의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환자는 치료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고 의료진은 진료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시간, 비용 모두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 교수는 이런 걸 한꺼번에 응급으로 하는 병원은 국내에서 우리 병원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다학제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공사장에서 다친 응급환자의 경우 무릎 뒤 피부가 완전히 없어진 상태였어요. 대개 이 경우 8시간 이내에 수술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 수술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아요. 저희 센터에서는 혈관 외과 담당선생님께서 시급하다면 혈관을 이어주는 수술을 했고, 성형외과 선생님께서는 피부를 덮어주는 수술을 해서 환자의 다리를 살릴 수 있었죠. 그런 환자의 경우 시간을 늦추게 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이렇게 신속하게 의료진들이 협진해서 다학제 치료를 함으로서 환자의 삶이 보다 나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죠.우리센터는 그런 정신을 담아서 만들었습니다.”
외상센터는 돈이 안 돼서 기피한다는 뉴스를 많이 접한다. 그럼에도 ‘인간의 생명’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의술을 펼치면서 ‘사람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대목동병원의 아름다운 선행이 각박한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파란 눈의 엄마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블라가다류 바쓰’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은 한참이나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