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자치분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자치분권’은 올 2월 구체적 실행계획을 확정지으며 속도를 내고 있고, 중앙정부, 광역정부, 지방정부가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간 권한 논의 속에 어느새 ‘국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주민과 함께하는 정부’로 시작하는 자치분권 정책의 목표가 무색하다. 국민들은 여전히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 의 정체가 궁금하다. 우정욱 서울시 자치분권자문관을 만나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시부터 “자치와 분권이 대한민국의 새 성장동력”이고 “지방분권이 국정운영의 기본 방침”임을 거듭 밝혀왔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지난해 9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후속조치로 올 2월 ‘자치분권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30년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법률제정권’ ‘재정·인사권 등’ 곳곳에서 심각한 진통이 일고 있다.
우정욱 서울시 자치분권자문관은 “현재 자치분권과 관련된 논의와 진통은 모두 법과 재정의 분권, 즉 권한의 배분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 시점에서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자치분권을 실천해 나갈 인적자원의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우 자문관은 “‘자치분권’은 단순히 법 개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사실상 국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이자 혁명”이라면서 “결국 ‘자치분권’의 마지막 단계는 ‘주민참여’인데 정부가 이 부분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우정욱 서울시 자치분권자문관은 인터뷰에서 자치분권 교육, 인적자원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우정욱 자문관과의 일문일답.
Q. 서울시 자치분권자문관으로 임명되셨습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조직인데요.
A. 서울시도 이제까지는 중앙정부인 것처럼 행동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님께서 서울시도 지방정부라는 점을 분명하게 정리하셨습니다. 앞으로 서울시는 자치분권이라는 큰 틀 안에서 지방정부의 맏형으로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자치분권은 나라의 근본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혁명입니다. 서울시는 전국의 지역자원을 연결해주고 육성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소비처이면서, 전국의 인력풀이 밀집돼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시 안에서 ‘자치분권’ 플랫폼 작업을 통해 전국지방정부를 연결해 지방자치가 우리나라에 뿌리내리는데 조율자 역할이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정부는 ‘자치분권’이 우리 삶을 바꿀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치분권’은 무엇이고, 현 시점에서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A. ‘자치분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나라의 주인인 ‘주권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단순히 선거에 참여해서 공직후보자를 선출하는 것만으로 주권자로서 역할이 끝난 걸까요. 주인이라는 것은 내 삶을, 내 공동체의 의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나아가 예산까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것은 시가 도와야 하고, 더 나아가 시가 못하는 부분은 도가 돕고요. 마지막으로 못하는 것은 중앙정부인 국가가 도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완전히 거꾸로 돼 있습니다. 이렇게 거꾸로 된 권한을 바로 잡는데 현재의 진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자치분권은 결국 혁신이고 혁명입니다. 나라가 근본부터 바뀌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한 땅에 최소 3개의 정부가 겹쳐져 있는 다중정부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방, 광역, 중앙 이렇게 말이죠. 문제는 이 정부간에 분권이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중앙정부, 광역정부, 지방정부는 각각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 논의와 합의가 여전히 부족합니다.
자치분권의 최종 모습은 결국 (지방정부)로컬혁신의 모습으로 현실화될 것입니다. 스위스의 아펜젤은 주요 사무 중 하나가 아펜젤이라는 브랜드를 지키는 겁니다. 끊임없이 투자 하고, 육성하고, 규제하고, 보조합니다. 지역 자체를 브랜드로 성장시켰습니다. 아펜젤이라는 이름만으로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게 만들었죠. 스위스의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어떤가요? 지방정부는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을 짤 수 있는 어떤 권한도 없고, 중앙정부는 권한만 있지 정책의 다양성을 현실화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자치분권’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방정부는 일상에서 주민들에게 공공성을 강화하고, 미래성장 동력 찾는 기능에 몰두하고, 중앙정부는 외교·국방 등에 있어서 안정성과 지방정부간 균형성을 잡아주는 역할에 그쳐야 합니다.
Q. 현실화된다면 국민들의 실생활은 어떻게 바뀌게 되나요?
A. ‘자치분권’이 현실화 된다면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드는 정책을 내 일, 내 가정에 도움이 되게끔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부분별로 자치가 현실화될 겁니다. 쉽게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지방정부에 내는 지방세 가운데 ‘재산세’ 부분은 해당 지역주민들이 알아서 사용해 봐라 하는 겁니다. 그럼 주민들에게도 일정 예산이 생기고 다양한 활동을 벌일 수 있습니다. 마을기업을 만드는 곳도 생길 수 있고요. 이게 수년간 지속되면 주민들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성공스토리도 만들어 내게 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도시의 이야기가 풍부해지고 달라지게 됩니다.
우리가 왜 세금을 낼까요. 내 삶을 도와달라고 내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은 내 삶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동네의 작은 일까지 주권자인 주민은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시에 시 의회에 끊임없이 도와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도 안되면 국회의원까지 찾아가 하소연해야 합니다.
Q. 우리나라 같이 작은 나라에서 ‘자치분권’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A. ‘자치분권’에 있어서 나라의 크기와 인구의 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위스는 850만명 인구에 우리나라 경상도만한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스위스에는 주는 26개, 2,222개 의 기초지방정부가 존재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3억 인구에 지방정부 숫자는 8만8,000개 정도에 달합니다. 우리는 지금 공무원 숫자와 공무원 직급으로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미국처럼 스위스처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제는 어떻게 정부를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숙의할 때입니다.
Q ‘자치분권’, 결국엔 지금 논의대로 법률과 재정분권이 먼저 이뤄져야 가능하지 않나요?
A. 맞습니다. ‘자치분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법과 재정의 분권입니다. ‘자치분권’의 경로는 첫째 법률의 분권, 둘째 재정적 분권, 셋째 인적자원 개발, 넷째 주민참여 이런식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 개발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법과 재정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것만 되면 자치분권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법과 재정의 분권도 결국은 마지막 단계인 주민참여를 위한 것입니다. 법과 재정의 분권만큼이나 인적자원 개발에 먼저 나서야 합니다. 교육과 인적자원 개발 없이 어떤 자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자치분권’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너무 부족합니다. 국민이 진정한 주권자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주고, 연구하고 인적자원을 키워야 합니다.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합니다. 동네 작은 축구단도 ‘대회우승’이라는 꿈이 있는데, 현 지방정부는 꿈이 없는 조직이 돼있습니 다. 혈세로 공동체를 만들어주고 잘하라고 해놨는데, 그곳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꿈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국민적 인식의 대전환과 함께 법과 재정의 분권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Q.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분권화가 됐을 때 ‘지방정부’의 역량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A. 지금은 당연히 잘할 수 없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시장형성이 안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상당부분 혼선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혼선이 무서워 안한다면 100년이 지나도 변할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치분권’은 혁명이고 혁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혁신을 이뤄낸다면 지방정부는 환골탈태급으로 달라질 것입니다. 즉 직접적으로 우리 삶이 달라지게 됩니다. 현재 인구감소로 지방도시가 사라져가고, 국토의 불균형 성장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저는 이 문제의 해결책은 ‘자치분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현 정부의 ‘자치분권’ 추진성과를 평가해 주신다면.
A, 민감한 부분인데 아쉬움이 많습니다. ‘자치분권’은 단순히 법 개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계속 반복하지만 나라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큰 아젠다 를 못 만들어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국민적 관심도 적고요. 쉽게 말해 ‘혁신’이 빠져 있다고 봅니다.
Q. 지난 2월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에서 ’서울선언문‘이 채택됐습니다. 이 선언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서울선언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서울선언을 했다’는 그 자체가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선언을 시작으로 앞으로 많은 지방정부에서 많은 선언 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