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김미진 기자> 커다란 뿔테안경에 촌스러운 2대8가르마, 한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과 너무도 닮은 코미디언 라동근 씨. 자연스럽지만 어리숙한 그의 몸짓은 추억 속 코미디계의 황제 이주일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게 있다면 현란한 트위스트와 브레이크 댄스. ‘이주일 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해서 지금은 케이블방송에서 ‘라동근 쇼’를 선보이고 있는 라동근은 ‘끼’로 똘똘 뭉친 만능엔터테이너다.
코미디의 황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이주일’이다. 그를 꼭 닮은, 아니 똑같은 모습과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람은 코미디언이 면서 가수로 활동 중인 라동근 씨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전라남도 진도군의 조그마한 섬 ‘대마도’에서였다. 대마도는 진도항(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30분가량을 더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 중 오지다. 라동근 씨는 대마도에서 30여명의 봉사단원들과 함께 효도잔치 봉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기자가 가본 대마도 섬은 도시에서는 흔한 슈퍼마켓조 차도 없는 아주 작은 섬마을이었는데, 이 오지의 섬에 그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봉사활동을 많이 다닌다는 그는 각종 봉사상과 감사장으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고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중국, 일본 등을 오가는 크루즈에서의 공연에서부터 전국 지자체 행사까지 일 년 내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를 다시 만난 건 3년 만이었다.
꿈에 나온 ‘이주일’, 인생의 변곡점
라동근 씨는 얼핏 봐도, 자세히 봐도 ‘이주일’을 닮았다. 특유의 헤어스타일과 뿔테 안경 등 이주일의 모습을 본뜬 모습. 전매특허인 코믹한 말투와 어눌한 행동 등도 비슷하다. 라동근 씨가 무대에 올라 아무 말도 없이 서있기만 해도 관중석은 큰 웃음소리와 박수로 채워진다. 그 모습 그대로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의 ‘환생’이다. 지난 1988년도에 데뷔에 올해로 30년 가까이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라동근씨의 원래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고 했다.
“처음 컨셉은 아니죠. 24살 때부터 활동을 했는데, 크게 주목받지 못했어요.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다, 재연 연기자도 해보고 연예계에서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코미디도 지금과 비슷하게 어리숙하게 했는데 잘 안 됐어요.”
주목받지 못해 긴 무명 시절에 지쳐 잠시 연예계를 떠나있다 가도, 타고난 끼에 결국 다시 돌아오곤 했다는 라동근에게 어느 날 변곡점이 찾아온다.
“이주일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고 3일째인 마지막 날일 거예 요. 그날 밤 제 꿈에 이주일 선생님이 나오셨어요. (이주일 선 생님)부인께서 선생님의 휠체어를 저한테 넘기시며 손을 꼭 잡아주셨어요. 저는 그 휠체어를 끌고 그 동네 한 바퀴를 돌았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꿈이 너무 생생한 겁니다.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다 머리를 2:8로 가르마를 타 봤죠. 뭔가 느낌이 왔어요. 선생님께서 나한테 선물을 주고 가신건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죠. 이후 이주일 선생님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를 편곡해서 지역 축제 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와서 올라갔는데, 빵 터지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아 이거구나. 심장이 쉴 새 없이 뛰는데 미치겠더라고요.”
불 쇼~하는 이주일, 이제는 ‘라동근~쇼’
이후 라동근은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의 모습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주일의 노래인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는 물론, 자신의 노래 ‘내 여자 없냐’도 발표했다. 무명시절과 같은 공연인데도 관객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주목받지 못했던 공연까지 그는 뜨거운 관심을 몸으로 받았다. 코미디언 라동근의 무대는 다른 연예인들과 사뭇 다르다. 춤이면 춤, 노 래면 노래 숙성될 대로 맛이 든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여기 다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는 불 쇼까지 1인 3역, 4역을 해내는 초능력까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다.
“코미디언은 만능 엔터네이너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젊은 시절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불 쇼도 그중 하나죠. 우연히 아프리카 공연단 공연을 봤는데 너무 신기한 거에요. 무작정 가르쳐달라고 졸랐죠. 밤을 새워서 많은 노력을 해서 내 것으로 만들었고요. 제 쇼의 가장 큰 특징이죠.”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을 떠올리게 하는 재치 있는 스탠딩 코미디로 시작되는 그의 쇼는 촌스럽지만 화려하다. 트위스트 와 브레이크 댄스까지, 어딘지 안 아울릴 것 같은 조합인데도 그냥 재미있고 신난다. 쇼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이 앵콜을 외치며 자리를 떠나지 않는 이유다.
“제 쇼는 ‘중독 쇼’에요. 반면에 항상 고민이 많죠. 보다 더 화려하고 멋진 춤과 묘기로 쇼를 풍성하게 해서 관객들을 즐겁 게 해야 하니까요. 코미디언이 코미디만 하면 공연이 썰렁해 요. 공연을 하는 사람은 관객들에게 공백을 주면 안 되거든 요. 공연을 보러 와주신 관객들에 대한 예의죠. 앞으로 더 나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
멈출 수 없는 끼, 그리고 ‘코미디언’을 향한 열정
라동근이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면서도 여전히 목마름을 느끼는건 “진짜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열정 때문이다. 불에 입안을 데어 가면서도 배웠던 불 쇼는 그런 열정에서 비롯됐다. 자신의 무대, 그리고 무언가 다른 특색을 담아야 한다는 그의 욕심은 이제 독특하면서도 재미나고, 신나는 공연, 한번 보고 나면 또 보고 싶은 중독성 있는 공연이 됐다.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진짜 멋진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코미디언 겸 가수 라동근.
“이주일 선생님 같은 희극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주일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태어난 세대인 아이들도 저를 보면 ‘이주일이다’ 이렇게 알아봅니다. 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요.”
이주일 쇼처럼 ‘라동근 쇼’를 남기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친 그는 자신만의 공연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고 기획을 한다고 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자신의 재능을 다듬고 빚어서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