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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페셜리포트(1)-소비자 빠진 골목상권정책 시장도 산업도 죽인다

경제적 약자를 배려함으로써 경제를 근원적으로 살리자는 경제민주화가 역설적으로 내수를 더 위축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골목상권정책의 상징처럼 여겨져‘여론심판’을 받았던 파리바게뜨를 중심으로 되짚어 보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해본다.

주머니에서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소비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소비자를 고려하는 정책당국자도, 정치인도 드물다.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시민단체와 경제 이론을 인용하며 성난 듯한 얼굴로 얘기하는 일부 학자들의 목소리에 눌려 절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침묵을 강요당한다.  그러나 입을 다물고 있는 우리나라 소비자들만큼 행동파는 세계에서도 드물다.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통계는 없다. 그러나 통계보다 더 생생한 증거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나라 시장을 ‘약육강식’, ‘복수혈전’으로 한결같이 인용하고 있다. 세계의 명품 의류, 화장품, 승용차, 가전품들의 각축장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은 상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팔린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테스트 베드’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4가지에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 ‘품질’, ‘가격’, ‘서비스’다. 첫째, 트렌드에서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아니 지금은 첨단을 달리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일부 품목과 서비스에서는 첨단을 창조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어떻든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뒤쳐진 것은 참지 못하고 금세 버린다. 트렌드는 상품의 속성과 디자인, 매장의 인테리어를 포함하는 총체적인 개념이다. 매장의 간판이나 실내 인테리어가 ‘촌스러운’ 곳은 안 간다.  

 둘째, 우리나라 소비자만큼 품질에 까다로운 사람들이 과연 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소비재 기업들의 클레임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이 부분을 언급한다. 클레임을 개선하다 보면 품질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의 얘기도 이와 같은 극성스런 소비자들 때문에 나온다.

셋째, 저렴한 가격이다. 인터넷에서 가격 비교가 이뤄지기 때문에 제품 질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다고 소비자들이 느끼면 안 팔린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 무슨 제품이든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이왕이면 싸야 한다. 

 넷째, 서비스다. 서비스가 친절하지 않고 불편하면 한번 가보곤 다시는 안 간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왜 이렇게 트렌디하고, 까다롭고, 극성스럽고, 정보에 밝은 행동파가 되었는가. 그 답은 세계 10대 무역국가라는 네임이 말해주듯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집단적 심리 구조에다 초고속 인터넷 연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중심의 집중화, 균일화된 인구 5천만 명의 소비자군의 형성 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특성과 행동, 파워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실패가 예정돼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치열하고 극성스런 소비자를 두지 않은 선진국 시장을 분석한 이론과 원리를 바탕으로 한 각종 정책은 당초부터 디테일과 미묘함을 결여하여 핵심이 빗나간 까닭에 여러 가지 부작용만 낳다가 나중에 흐지부지 폐기되고 만다. 사실 빨리 폐기라도 되면 다행인데, 고집을 부리고 무리하게 장기간에 걸쳐 밀어붙일 경우 시장도, 산업도 죽이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지금의 경제 급랭이 그런 조짐이 아닐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실패 이유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솔직히 사업에서 거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세계 최강의 소비자들을 만나는 꼴이다. 그러니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만개 창업하면 만개가 폐업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자영업의 실패 원인으로 지나치게 많은 자영업자들의 존재와 대기업의 횡포에만 집중돼 왔다. 그러나 이는 단견이자 본질을 파고들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가장 준비가 덜 돼 있다고 보는 징후는 ‘사업을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기 때문이다. ‘사업’이란 것을 어렵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본인은 예외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실패해도 나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게 말하면 도전정신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나쁘게 말하면 무모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본인의 생각이야 어떻든 사업에서 행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은 충분히 준비된 자에게만 해당된다.

자영업의 종류를 복잡하게 분류하기도 하는데, 개인 창업자의 경우, 소비재를 판매하는 상점이나 먹는 거를 파는 것이다. 대부분이 점포를 두고 직접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해야 한다. 의사와 변호사, 회계사도 폼 나는 프로페셔널이라기보다는 이제는 치열한 서비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자영업자’로 변해 버렸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바대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우리나라 소비자의 4가지 ‘비위’를 맞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프랜차이즈는 자연 발생적인 것

소비재 판매업과 먹거리 제공업은 전 세계 어느 곳이나 진입자들이 쉽게 소자본으로 뛰어들기 쉽기 때문에 항상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따라 기술과 노하우 등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여러 점포들로 공동 대응하는 규모 키우기, 브랜드화의 필요가 대두되어 프랜차이즈가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났다. 이 세상에 모든 경영 모델이 그렇듯이 프랜차이즈는 필요에 의해 나타난 것이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만든 것이 아니다.

프랜차이즈는 최초부터 상생모델로 출발한 것이다. 상생모델이 잘 운영되고 있느냐 못하느냐는 내부의 경영 관리의 문제이지 외부에서 가타부타할 문제는 애초부터 아니다.

미국에서 처음 나타난 프랜차이즈는 1952년 KFC, 1955년 맥도널드, 1958년 피자헛 이래 버거킹, 스타벅스 등이 나타났고,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롯데리아에 이어 1988년 파리바게뜨가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직영점을 곳곳에 설치하면 매출과 수익 면에서 프랜차이즈보다 나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월급쟁이인 직영점의 종업원들이 자영업자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도저히 당해낼 수 없다. 그래서 대기업도 이 소비재 판매 시장과 먹는 시장만큼은 프랜차이즈를 선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은 아직 역사도 짧아서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거의 없다. 개인 자영업자들보다 수명이 길다고 하지만 5년을 넘기기 힘들다. 왜 그런가, 앞서 언급한 대로 세계 최강의 소비자들 때문이다.

 제과제빵업의 사례

사실 골목상권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일부 논리는 옛날 정감 어린 읍·면 장터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경제가 발전됨에 따라 모든 산업분야에서 첨단화와 다양화 되는데 골목상권만 시골 장터와 동네빵집으로 고립된 채 존재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특히 제과제빵업은 골목상권의 핵심 이슈인 동네슈퍼 문제와는 완전히 다른, 일종의 문화서비스산업이다. 제과제빵업은 식품기술과 빵에 대한 전문지식과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요구하며, 그 나라의 기호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우리가 파리를 떠올리면 거리의 ‘노천 카페’를 떠올리고, 고소한 바게뜨 빵집을 연상하고, 런던의 펍과 피쉬 앤 칩스가 생각난다. 이는 먹거리와 문화가 만난 것이기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점포 경영에서도 식자재 수급, 실내외 인테리어, 브랜드 관리, 마케팅 및 홍보, 종업원 관리 등 전문적 경영 능력을 필요로 하며 식품 기호 문화의 글로벌화로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국내 자영업은 물론 글로벌 프랜차이즈들끼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전문적 점포 경영은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 수단이다. 

그러므로 거의 모든 자영업 분야는 서양에서는 도시화와 함께 일찍이 전문화돼 있으며 같은 동양권에서도 일본에서 이미 대기업의 규모로 커졌거나 아니면 가업으로 승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음식점 가업 승계를 칭찬만 할 뿐, 속으로는 음식점을 가업으로까지야…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음식점을 제대로 수익을 내며 경영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평생 노하우를 전수받아야 한다는 말이 수긍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음식점 경영에서 노하우와 기술은 ‘치명적인’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닌 점을 우리나라의 음식점 창업자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제과제빵업에 요구되는 전문성과 문화산업적 의미를 간과한 채 골목상권의 보호라는 생존적 차원에서 다뤄지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 하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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