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획


절망에 내몰린 대리점들에 회생의 길 열리나

법과 집행, 의식에서 근원적 개혁 뒤따라야

남양유업의 대리점에 대한 밀어내기와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 자살 사건은 우리나라 유통업이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병들어 있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겉으로 보면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와 피해 대리점 간에 상생을 위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 같고 정부와 국회도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리점을 바라보는 본사의 인식과 태도가 근본적으로 개선될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그동안의 경과와 정부와 국회의 대책, 유통과 영업에 관한 의식 개혁방안에 이르기까지 심층적으로 짚어본다.

갈 데까지 간 밀어내기 관행

오랫동안 유통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현업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본사와 대리점 간의 밀어내기는 각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오랜 관행이라고 말했다. 판매란 항상 전년도보다 높게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고 밀어붙이다 보면 ‘밀어내기’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문제는 과도하게 높게 잡고 이를 억지로 달성하려고 하기 때문에 마찰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대리점의 입장에서는 초기에 그만둘 수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자존심 때문에 그만두지 못한다고 한다. 본사 영업부 직원들이 잘하는 대리점과 비교하면서 “같이 못가겠네요”하며 자존심을 자극하면 꾹 참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만둘 시기를 놓치면 이미 그때는 손해가 막심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끌려간다는 것이다.

대리점주는 대부분 자본이 취약하기 때문에 밀어내기로 내몰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빚더미에 올라서버린다.

밀어내기는 이번 사건처럼 유제품이나 막걸리 등 주류처럼 유통기한이 업종에서 심하게 벌어지고 있다. 본사는 미리 담보를 잡아놓고 있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고, 대리점주가 버티지 못하고 다른 또 ‘순진한’ 대리점주로 교체하면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이 일고, 정부와 국회가 나서고 성난 소비자들의 반응으로 매출이 떨어지는 등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본사가 대리점 달래기에 나서는 듯하다.

남양유업, 밀어내기 근절 방안과 영업직원 인성교육 다짐
남양유업 김웅 대표는 지난 달 9일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며 “인성교육 시스템과 영업환경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개선조치 하겠다”며 “대리점피해자협의회에 대해 경찰 고소를 취하하고 화해 노력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리점의 영업현장 지원을 확대하고 대리점 자녀 장학금지원 제도와 대리점 고충 처리 기구를 도입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며 상생발전을 위한 예산을 25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남양유업과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는 여러 차례 단체교섭을 가졌다.

남양유업은 종전에 제시한 상생자금 500억 원에 대리점 생계자금 1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해 총 600억 원을 출연키로 하고 자녀 학자금과 출산장려금을 지원키로 했다. 또 회계사,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보상처리 기구를 구성하고 그동안 남양유업 대리점 운영으로 인한 피해액을 전액 보상키로 했다.

남양유업은 “피해자협의회와 협상이 길어질 경우 정상 영업 중인 현직 대리점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보상액의 다소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기보다는 공정한 피해 산정 기구를 만들어 그 결정에 따르자는 취지로 ‘보상 처리 기구’의 설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 회사 측과 대리점 측 대표 각 7인으로 구성된 상생위원회 설치, 고충처리 위원회 설치, 발주내역 상시 확인이 가능한 대리점 발주 시스템 개선, 원치 않는 제품의 전량 반송하는 시스템 구축, 대금 결제 시스템 보완, 거래 중단 대리점 영업권 회복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배상면주가, 막걸리 밀어내기 시인, 상생협약 발표
남양유업 대리점 사건으로 시민들의 분노가 식지 않은 가운데, 이번에는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이모(44)씨가 지난 달 14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 있는 자신의 대리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본사로부터 밀어내기를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는 사건이 터졌다.

지난 2010년 신규 출시한 막걸리를 전국에 유통하는 과정에서 대리점의 주문 요청이 없는데도 본사가 일방적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등 물량 밀어내기를 한 것이 드러났다. 유통기한이 2년인 전통주와 달리 막걸리는 10일밖에 되지 않아 목표치만큼 생산해서 유통기한에 맞춰 강압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다 보니 대리점에서는 막걸리를 자체 폐기하는 등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이 밀어내기를 해서 우리 회사도 했다. 대리점에서 5박스를 주문하면 회사에서 10박스를 보내고 이 중 3박스는 공짜로 했다”고 말했다.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는 “대리점별로 차이는 있지만 손실이 발생해 폐업 위기까지 간 대리점도 있다”고 전했다.

배상면주가는 지난 달 22일 대리점주 20여 명과 관행개선회의를 통해 얻어낸 합의를 토대로 상생협약을 발표했다. 상생협약에서 배상면주가는 갑과 을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상생 파트너십의 길을 함께 만들며 대리점들과 합의한 사항들을 이행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밀어내기를 만든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유통업계 사람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대리점은 일종의 ‘소모품’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시장은 과점 체제로 경쟁이 지나치다. 시장 점유율 싸움이다. 시장의 정상적인 규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 시장이다. 시장 점유율과 실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의식과 관행이 뿌리내려져 있다. 오너와 CEO 자신들이 그렇게 커 왔기 때문에 그런 무리한 영업방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세법도 문제다. 공급업자와 도매상, 소매상을 두도록 규정돼 있다. 도매상인 대리점을 반드시 통과해서 거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세청이 거래를 잘 살펴보기 위해서 마련한 것인데, 모든 것들이 카드로 결제되는 요즘에는 불필요하게 유통 단계를 하나 더 두는 셈이라며 주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급업자들도 소매상을 직접 관리할 필요가 없어 유리하다. 도매상들이 소매상을 관리함으로써 도매상들만 ‘피’를 보는 구조다.

대리점들이 어렵게 된 데는 대기업의 유통업 진출로 대리점들의 설 땅이 한층 좁아진 탓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형마트와 대기업이 하는 편의점들이 생산자들과의 직거래 비중을 늘리면서 대리점들의 판매처도 사라지게 된다. 대형마트와 대기업이 운영하는 SSM과 편의점들이 적었을 때는 대리점들이 요즘같이 내몰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PB상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생산자들에게 타격을 준다. 이들 생산자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연쇄적으로 대리점을 압박하는 고리가 형성됐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나라 유통 가치사슬에서 대리점이 근원적으로 불리하고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현재 구조를 뜯어고쳐줘야 한다.

국회와 정부의 제도적 장치 마련 움직임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달 14일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대기업-영업점간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 사회를 맡은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불공정한 갑을 관계 개선 대책에 대한 의견’을 발제하면서 갑에 대한 을의 “경제적 이익 침해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 문제”까지 제기했다.

이 의원은 “착취적 갑을 관계가 협력적 대등관계로 전환되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며 (문제가 불거진 업체의)“사건 해결을 넘어선 구조적 해결이 이뤄져야 창조 경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사례에서 살펴 본 갑의 부당한 행태는 밀어내기, 금품요구, 유통기한 임박상품 보내기, 파견사원 임금부담, 재계약과 권리금 매몰, 증거은폐 데이터조작 등이다. 이 같은 부당행태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가운데 거래상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의 중지, 계약조항의 삭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공정위는 또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있지만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남양유업이 공정위로부터 불공정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은 것은 지난 2006년이다. 당시 공정위는 ‘상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아니 된다’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든 대리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전체 대리점 또는 유사 업체에 대해 조사를 하는 등 재발방지 노력에는 미흡했다.

지난 2009년 남양유업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남양유업이 제품을 공급하는 본사의 지위에서 대리점주가 주문한 수량을 초과하는 제품을 임의로 공급하고 대리점주는 이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는 점, 둘째, 본사로부터 공급되는 제품에 의존해 영업하는 대리점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서게 될 것이 쉽게 추측될 수 있는 점, 셋째, 남양유업의 제품이 짧은 유통기한을 가진 유가공 제품이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 처리되지 못한 제품을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 넷째, 일정 구역을 기반으로 소매상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대리점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이다.

불공정한 갑을 관계 근절방안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갑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국가가 징수하는 과징금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을이 직접 보상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전면 확대, 집단소송제의 도입, 사인의 행위금지청구 제도 도입, 공정위 결정에 대한 고발인(신고인)의 불복 기회 부여, 내부 고발자 보호 및 보상 강화 등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갑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불공정한 갑을 관계의 문제점을 풀 수 없고 피해자들이 공정위에 신고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없다는 이유로 보다 강력한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신광식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대기업의 양심불량과 탐욕이 지나친 상황에서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패소할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약자가 혼자서, 대기업측이 선정한 로펌을 상대로 싸울 수 없다는 것은 이 사회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신 교수의 지적에 대해 이종훈 의원은 “집단소송제를 도입함으로써 법률 전문가가 대리점주 등 약자의 편에 서게 될 유인을 부여하도록 하자”며 “특히 내부 고발자들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보상이 불공정한 갑을 관계 해소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노상섭 공정위 시장감시총괄 과장은 “공정위 신고 건수가 수천 건이 넘는다”며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증거 수집이 불충분할 경우 소송에 패소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어 “무리한 실적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갑을 간 불공정거래는 영업사원의 성향이나 제품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갑을 간 불공정거래에 대한 독소조항을 시정·삭제하고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해 불공정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택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 대표는 “농심 약정서에 이의가 있는 때에는 갑의 해석에 따른다”는 조항을 지적하면서 “이게 무슨 약정서냐”고 항변했다.

김 대표는 “현재 본사인 농심의 판매장려금은 경쟁사인 삼양·팔도·오뚜기의 판매장려금보다도 낮고 배송비용도 특약점 부담”이라며 “기존의 판매장려금이 특약점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비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에 부합하는 법 만들어야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약탈행위에 가깝다”며 “현실에 부합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갑을 관계로 상징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또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의 문제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매우 심각하지만 이에 대한 구제수단은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대기업-영업점 간 불공정 행위 해결이 어려운 이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또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이 대기업-영업점 간 불공정 행위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은 시장지배적 지위 판단 기준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판단은 시장점유율 기준 이외에도 진입장벽의 존재와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다시 말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판단부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또 남용행위의 세부 유형과 기준도 공정위 고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심사기준’에 규정돼 있지만 남용행위의 유형이 제한적이고 그 구성요건이 엄격해 최근 문제가 된 남양유업 대리점 사건 등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결과 수천 건의 신고 가운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 실적은 지난 10년간 일 년에 40건을 넘지 않았다.

김 교수는 “현행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우선 공정위 고시를 만들고 그래도 안 되면 특별법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신광식 교수는 “경제주체들 간의 대등한 관계를 부여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정부 규제, 행정력의 문제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시장경제의 프레임에서 소비자들과 피해자들의 권익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불공정거래를 “행정에서 규제해야지, 왜 사법에서 규제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효과적인 행정부의 법 집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재발 방지와 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가 명확해야 한다”며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공정위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10월 기준으로 5년간 공정위에 접수된 납품단가 인하 신고건수 345건 중 고발한 건은 불과 1건에 불과하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 접수건수가 1천384건인데도 공정위 고발건수는 단 1건이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 전체를 보더라도 공정위가 설립된 1981년 이후 2007년까지 약 30년 동안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검찰고발 건수는 127건으로 전체 위반 사건의 1.6%에 불과했다.

민주당 대책위에 참석한 김성진 변호사는 이 같은 통계는 전속고발권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급사업자의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

수급사업자가 재산적 피해를 직접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손해배상명령제 도입, 현재 몇 개 유형에만 적용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수급사업자의 재산적 피해 일반으로 확대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중소상인 보호 정책도 절실하다. 민주당 간담회에 참석한 이동주 전국유통상인회 기획실장은 “대기업 유통이 소매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대기업 독과점 현실을 지적했다.

중소상인을 살리기 위한 입법 방향도 제시됐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불황의 원인에는 투자수요 부족과 소비수요 부족 두 가지가 있는데 한국의 불황은 소비수요에 기인한다”며 “갑과 을의 양극화로 인해 소비가 침체됐고 이 때문에 불황을 겪고 있는 한국적인 불황의 이유”를 언급했다.

과도한 성장주의와 가치와 윤리관의 실종, 공존 없는 비인간적 경쟁의식
강조컨대, 우리나라 본사와 대리점주의 부당한 관계의 근본적 원인은 과도한 경쟁과 실적주의, 윤리 의식의 실종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의 상식을 벗어난 밀어내기는 비인간적 거래의 대표적 사례다. 또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주를 판매하는 윤리기업으로 일반인들에게 각인된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는 국민들에게 더욱 실망을 안겨줬다. 이것은 법과 제도 이전의 문제다.

전통주 연구가 정헌배 중앙대교수는, 한때의 한류바람으로 돈을 번다는 의식이 처음부터 무리였다며 애써 가꿔온 전통주의 좋은 명성과 이미지를 느긋하지 이어가지 못했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시장은 공존을 하지 못하고 경쟁 상대를 완전히 몰아내려고 하는 사고가 유통업 전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서양은 말할 것도 없고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주류시장도 수천 가지의 전통주가 있지만 다 저마다 그 지역에서 생존하면서 잘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공존은커녕 차별화는 무관심한 채 전국 시장을 놓고 비슷한 제품으로 이전투구로 싸우다가 공멸을 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술은 지역 특성화품목으로서 명문가와 지역 명품의 자부심과 가치 보존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는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가치를 추구하고 윤리 의식으로 내재된 기업 정신이 너무나 절실한 우리의 과제다.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관행보다 정상적인 광고와 마케팅으로 승부해야
외국 주류업체를 경영한 적이 있는 김정식 중앙대 겸임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판매가 부진하면 Below-the-line (인적활용)에 너무 의존한다. 즉 영업직과 대리점 등을 통한 영업활동에 너무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밀어내기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밀어내기’란 상상할 수 없으며 판매가 부진하면 창조적인 광고와 이벤트를 개발하는 등 Above-the-line, 즉 정상적이고 개방적인 마케팅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막걸리와 백세주와 같은 약주가 한때 인기를 끌다가 지금은 판매가 급격히 떨어진 것도 광고와 지속적인 이벤트 등에 의존하기보다는 한류 붐에 편승해 파는 데만 열중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선진국 영업사원들도 판매를 잘하면 좋아하지만 그들이 무리를 하거나 불법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처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업사원들에 대한 윤리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대충 교육으로 때우는 식이 아니라 비윤리적인 사실이 적발되면 아무리 영업실적이 좋은 직원이라도 용서를 받지 못한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한국의 오너들과 CEO들이 정상적이고 창조적인 광고와 이벤트의 효과를 잘 믿지 않는 것도 낙후된 경영의식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천대받는’ 세일즈: 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달라져야
미국에서는 세일즈를 아무나 시키지 않는다. 세일즈는 가장 우수한 자질의 사람들만 뽑아서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 일반적으로 세일즈 출신들이 나중에 사장이 된다. 세일즈를 모르는 사람이 사장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흔히 스티브 잡스는 기술자, 개발자로만 알려져 있는데, 그는 청년 창업시절부터 CEO 때까지 평생 세일즈를 해온 세일즈 협상과 고객 발표의 귀재였다.

세일즈맨은 고객과 접점에 있는 사람으로서 회사를 대표하고, 건전한 정신과 매너, 신뢰, 소통 능력 등 전인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상품을 팔 수 있다고 미국 기업가들은 상식처럼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머리가 우수하고 무엇보다 신뢰감과 성실함을 주는 최고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 세일즈를 한다.

그래서 미국의 사장들은 상품을 팔아주는 세일즈맨에게 최고의 예우를 한다. 연봉도 가장 높고 영업부 직원을 자르는 것은 회사가 망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회사의 상품을 팔아주는 대리점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대리점이 회사의 직원이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 한 개라도 더 팔아주는 대리점주에게 불만을 사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한국에도 영업직과 대리점 잘 대우해주는 기업들이 있다
한국야쿠르트 아줌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가끔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가벼운 목 인사를 건네는 아줌마들도 있다. 이런 영업직 사원과 아침에 인사를 나누면 그래도 세상은 살맛나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영업 사원들이 있다는 건 한국야쿠르트가 영업직 아줌마들을 잘 대우해주기 때문이다.

오뚜기도 대리점과 상생경영하면서 동반성장하는 모범적 기업이다. 지역별 대리점을 영업사원들이 수시로 방문해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이를 반영해·개선한다. 회사 차원의 개선이 필요한 내용은 영업관리부서에 보고해 조치하고 있다. 영업부서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대리점을 방문하고 점주와의 미팅 등을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함께 해결해나가고 있다. 또 영업사원들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예절은 물론 거래처(대리점)과 함께하는 영업인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영업에 대한 회사와 직원, 이해관계자들 인식을 확 바꿔야
한국에서는 보통 신입사원들을 영업부로 발령내면 그 다음 날 사표 내고 나가버린다. 영업이 힘들어서, 또는 성격에 맞지 않아서 그런 부분도 있지만 ‘세일즈’를 하찮게 보는 인식이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사농공상 서열 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자본주의에서 소득을 영위하면서 조선시대 차별의식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신입직원들은 외근보다는 내근, 내근 중에서 기획실 같은 곳을 가려고 한다. 이것이 잘못 됐다. 군인이 전장에서 총 들고 싸우려고 하지 않고 본부에서 편하게 행정을 보고 작전 계획이나 짜려고 한다. 그런 것이 ‘수준 높고 미래도 밝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이것은 특권 의식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비합리적 사고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생산과 판매인데, 우리나라는 생산과 판매부서가 가장 외면 받고 그 중에서도 판매가 생산보다 더 대우를 못 받는다. 영업 출신 기업가조차도 이런 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회사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한국 경영도 이제는 윤리 경영, 가치 경영을 해야 한다. 이는 이윤추구와 준법에 앞서 인간의 양심과 사회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따릉이 타면 내년부터는 돈을 지급한다고요? ...“개인 자전거 이용자에게도 지급하라”
정부, “따릉이 이용자에게 탄소중립 포인트를 제공하겠다” 이용빈 국회의원, “개인 자전거 이용자에게도 포인트 지급하라” 서울시 따릉이와 같은 공공자전거를 이용하면 내년부터는 주행거리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받게 되어 현금처럼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세계 자전거의 날(4월 22일)을 앞두고 15일 이와 같은 내용으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자전거 이용실적에 따라 탄소중립 포인트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일부 지자체와 2025년에 추진 후 그 결과를 토대로 2026년부터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정부의 추진방안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대상이 공공자전거에 국한한 것에 대해 국회 탄소중립위원회 소속 이용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 대상을 본인 소유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도 지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빈 의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을 높이는 방안에 소홀한 현실을 지적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기존 자동차 중심이 아닌,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며 ‘자전거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