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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사각지대’ 온라인 암표 거래 …뿌리 못 뽑나?

- ‘매크로’ 이용해 대량 예매한 뒤 웃돈 얹어 되팔아

- 현실적으로 처벌 규정 없어…경찰 ‘업무방해’ 적용 검토

- 처벌 규정 담은 ‘공연법’ 개정안 발의된 상태

 

# 회사원 김모씨(32)는 얼마 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 서트를 예매하기 위해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다. 사는 곳이 지방인 김씨는 평소 서울에서 하는 공연을 보기 힘들었 지만, 이번에 큰마음을 먹고 서울로 직접 올라가 해당 가수의 공연을 보기로 했다. 하지만 김씨는 티켓 오픈 시간인 오후 8시에 맞춰 결제를 진행하고도 앉고 싶었던 가장 앞쪽 좌석을 선택할 수 없었다. 김씨가 무대에서 가까운 ‘VIP석’을 선택할 때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선택했다’는 창이 떴기 때문이다. 김씨는 몇 번을 실패한 끝에 결국 앞 좌석이 아닌 뒤쪽 좌석을 겨우 잡아 예매에 성공했다. 하지만 예매 시작 30분도 안돼 해당 공연 티켓은 몇만원의 웃돈이 붙은 상태로 인터넷 중고카페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매한 뒤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이른바 ‘리셀러’들이었다. 김씨는 “비싸더라도 정당한 가격을 주고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처럼 피해 아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온라인 암표상들 때문이다. 이들은 티켓을 무더기로 확보해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나 SNS를 통해 웃돈을 주고 판매한다. 이들의 티켓팅 성공 비결은 예매사이트에 정보를 자동으로 반복해서 입력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로그인부터 좌석 선택, 결제창에 도달하는 경로를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애초 매크로는 엑셀 등에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매크로를 이용해 온종일 게임을 시켜 자신의 레벨을 올리거나, 대학교 수강신청 시 인기 있는 강의를 매크로로 선점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파는 일까지 발생했다.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 가수의 팬미팅과 공연 예매의 경우에는 문제는 더 심각하다. 웃돈을 주고도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려는 팬들이 ‘팬심’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가격에 티켓을 되팔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서울 콘서트 당시 11만원, 9만9,000원인 티켓 가격이 암표 상들을 거치면서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부풀려져 거래된 바 있다.

 

온라인 암표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티켓 예매를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사람에게 맡기는 ‘대리 티켓팅’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선입금이나 수고비를 받고 인기 공연 티켓을 대신 예매를 해준다. 실제 트위터에서는 아예 ‘대리 티켓팅’, ‘티켓 양도’ 계정을 만들어 대리 티켓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처벌 규정 없어…사실상 ‘사각지대’

 

문제는 이러한 온라인 암표, 티켓 리셀링 행위를 규제할 법적 장치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암표 행위는 경범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온라인 암표 거래행위는 사실상 처벌할 규정 자체가 없다.

 

공연 주최 측이나 온라인 예매 사이트들도 대책 마련에 있어 고민이 깊다. 예매 시 보안 문자 입력이나 1인당 구매 매수 제한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다. 매크로 프로그램 을 차단하더라도 이를 뚫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즉각 등장한 다. 사실상 기술적 차단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올해 초 한 공연 주최 측은 정식 예매에 앞선 ‘선 예매’를 진행하며 결제 방식을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선택한 경우도 있다.

 

한 온라인 예매사이트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일일이 단속하고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부정 예매 방지를 위한 기술 투자를 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라고 밝혔 다.

 

업무방해죄? 처벌 규정 담은 공연법 개정안 발의

 

실질적인 처벌 규정이 없어 단속의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최근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을 대량 구매한 행위에 대해 ‘업무 방해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관련 사건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지난 7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티켓 등을 대량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145건에 대해 서울청 등 전국 12개 지방청에 내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관련 판례를 분석하고, 한국여성변 호사회의 자문 등을 구하는 등 법리 검토 절차를 거친 결과 현행법 체계 내에서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 개최된 유명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티켓 판매과정에서 예매 제한(1인 1~2매)이 있음에도 불구 하고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해 동일한 주소지와 연락처로 다수의 티켓을 배송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142건, 티켓 2,652매를 해당 업체로부터 제공받았다. 이 사례 중에는 같은 주소지로 최대 166매를 배송받은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한음의 안갑철 변호사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고가의 암표로 재판매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티켓을 정당하게 구매하려는 사람의 접근 자체를 막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컴퓨 터장애업무방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아예 온라인 암표를 팔지 못하게 하는 법안 개정안을 내놓았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연 법’ 개정안은 공식 판매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자신의 재 산상 이익을 위해 웃돈을 매겨 티켓을 재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 규정을 명시했다. 신 의원은 “최근 암표 매매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복잡한 형태로 바뀌면서 처벌과 단속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 8월 방탄소년단 서울콘서트 티켓이 공식판매가 11만원보다 30배 비싼 320만원에 판매되는 등 유명 아이돌 콘서트 입장권 예매 과정에서 암표 매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그러나 현행 공연법에는 암표 매매 단속에 대한 단속 및 처벌 규정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암표 거래에 대한 유일한 처벌은 경범죄 처벌법상 현장에서의 암표 거래에 한해 20만원 이하의 과료에 처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일본의 암표 거래 처벌과 유사하다. 일본은 별도의 법을 두고 입장권을 행사주최자 등의 사전 동의를 얻지 않고 티켓을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우리 돈 약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신 의원 은 “암표 판매는 공정거래 시장경제 파괴행위”라며 “암표 예방을 위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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