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또다시 구속의 칼날을 피했다.
서울서부지법 박승혜 영장전담판사는 5일 오전 1시30분경 “범죄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3일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씨에 대한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한건 김지은씨가 쓰고 후임에게 줬던 수행비서 업무용 휴대전화 기록이 삭제된 점 등을 비추어볼 때 증거인멸 정황이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원의 핀트는 달랐다. 범죄혐의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의 2차 영장 청구서는 안 전 지사의 혐의입증 면에서 보면 1차 청구 때와 달라진 점이 없다. 단순 ‘불륜’이 아닌 ‘성폭행’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불륜이라면 현행법상 민사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함으로써 성립했던 간통죄는 지난 2015년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등을 이유로 폐지됐다.
한편 검찰은 향후 안 전 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에 대한 죄목을 추가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