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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심층기획(1)

소프트웨어 산업 역할 커지지만 타 분야와의 양보•협력 중요해져

컴퓨터에서 시작된 소프트웨어가 각종 오피스 도구, 인터넷, 음악과 영상, 스마트폰 등으로 확장되면서 10여 년 전부터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 두드러진 변화는 소프트웨어가 기존의 금융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으로 그 쓰임새를 급속도로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소프트웨어 기술과 기획 능력은 국가 경제와 기업 경쟁력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는 IT에서 태어난 자식이지만 수학이 없는 과학을 상상할 수 없듯이 디지털 경제를 작동시키는 기본 도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의외로 안이하고, 타 분야의 융합에서 이해관계 다툼으로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1세대로 달콤한 성공도 경험했고 지금은 기술 유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신동선 한국비즈텍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 후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본다.

 
Interview 신동선 한국 비즈텍 대표

오늘날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영세한 규모를 면치 못한 것은 대기업 그룹 안에
강력한 SI기업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대기업 그룹 안에 수십 개 수백 개의 계열사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룹 입장에서는 계열사 전체의 컴퓨터를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보안 문제도 있다 보니까, 그룹 자체 내에 이를 통합하고 운영할 SI기업을 자회사로 만들었던 것이죠. 이들 SI기업들을 2세들이 설립하면서 신생기업이면서 그룹의 물량이 쏠리면서 순식간에 조 단위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거죠.

1980년대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태동되고 나서 정상적인 성장의 길을 걷지 못한 것은 대기업 그룹의 SI기업들에게 종속되는 구조로 고착되었기 때문입니다.

SI기업들의 매출이 커지자 그룹의 비중을 낮추라는 정부의 압력 때문에 그룹 자체 사업에서 외부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외부에 수주할 곳은 대부분 정부의 공공 물량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정부 공공 물량을 놓고 대기업 그룹의 SI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겁니다. 그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저가 경쟁이죠. 저가 경쟁이 되면, 자기들의 수익 부분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 감수할 부분, 즉 형편없는 저 수익, 밤새기 일쑤인 힘든 노동현실 등은 고스란히 하청 협력사들에게 떠넘겨진 것입니다. 또 대기업은 임금도 높고 해서 코스트가 높잖아요, 그들이 누릴 수익 부분을 빼놓고 협력사들에게 나눠주다 보니까 유사한 일을 하면서 대기업과 협력사 직원들 간의 임금 격차가 너무 벌어진 겁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근본적으로 발전할 수 없는 구조가 이렇게 해서 생긴 겁니다. 갑을관계를 말하는데 특히 IT업계가 가장 심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발주 물량이 압도적인데요. 정부 IT발주 담당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에 따라 2년만에 자꾸 바뀝니다. 발주하는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기획하고 관리하고 평가할 정도의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 보니까, 대기업 SI업체에 다 맡겨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담당자가 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업무를 훤하게 꿰뚫고 있는 겁니다. 또 대기업 SI기업들은 기술상 문제가 있으면 대외적인 명성 때문에라도 해결해줍니다. 정부 공공 물량이 대기업 SI업체에 끌려가는 구조가 된 것은 따지고 보면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제, 비전문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 물량의 주도권을 쥔 대기업 SI기업들은 국산제품을 쓰는 게 아니라 클레임이 적다는 이유로 글로벌 기업들의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그래도 사용했습니다. 국산 소프트웨어가 불안하다는 이유죠. 이러는 과정에서 우리 토종 소프트웨어는 살아남을 공간도 가지지 못한 채 오라클, SAP, MS,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 판이 돼 버린 겁니다.

물론 대기업 그룹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활성화시킨 부분은 긍정적이었습니다만 질적인 성장을 하는 데는 상당히 문제점을 안겨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래서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해서 대기업의 정부 공공 발주의 제한을 골자로 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작년에 통과시키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된 겁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은 과거 정통부 시절에도 인구에 회자되었던 줄로 알고 있는데요.

정통부 시절에는 통신과 반도체 등 하드웨어 중심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도 미래창조과학부를 보면 소프트웨어 담당 부서는 국이 아니라 과입니다. 청와대에도 소프트웨어 전문담당이 별도로 없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소득 2만 달러 수준에서 아직 제조업 중심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소득 4만 달러, 5만 달러로 가려고 하면 전 산업에 걸쳐 소프트웨어화를 진행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무형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습니다. 남이 애써 만든 제품을 그대로 베끼고, 기술자들을 빼내 똑같은 기술 제품을 그대로 내놓는다든지 이래 가지고는 산업이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전문가들도 10여 년 전에야 구글이 발전해 가는 것을 보고, 스티브 잡스에 의해 재기에 성공한 애플을 보고, ‘아, 이제는 소프트웨어 시대가 열렸구나’하고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런 변화의 의미가 정부나 산업계 전체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IBM이 적절한 예인데요. IBM은 컴퓨터를 만드는 하드웨어 회사였습니다. 제조업체로서의 IBM의 몰락을 보면서 전체 미국의 기업인들, 경제인들, 정치인들은 ‘제조업으로는 안 된다. 이제 지식서비스,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가야 한다’고 인식한 겁니다.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스스로 깨달은 거라고 봅니다.

한국도 지금 이와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패러다임의 변화란 ‘전 산업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소프트웨어 기업과 제조업과 접목이 되는 분야는 어떤 곳입니까? 건설, 조선, 자동차, 우주항공 분야가 대표적이지 않습니까?

건설의 경우 시공 능력은 세계적이지만 고부가가치의 설계와 엔지니어링 능력이 뒤처집니다. 이것을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는 겁니다. 자동차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싸움이라고 봅니다.  나머지 제조업도 소프트웨어와 접목하여야 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독일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SAP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만 공급하는 SAP은 삼성전자보다 매출이 더 큽니다. SAP는 지난 40년 동안 제조업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개발해왔습니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의 패키지 상품을 분석해보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 오프라인 식의 제조업만을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소프트웨어는 어떤 곳이든 응용할 수 있고 그것을 피할 수도 없습니다. 문화콘텐츠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고, 요즘 많이 언급되는 빅데이터는 전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과 관련해 말씀을 드리면, 예전에 컴퓨터의 도입 시기에 전산 인력 양성방법을 놓고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전산 인력을 별도로 양성하느냐 아니면 현업 인력을 교육시켜서 전산 인력화하느냐 논쟁이 있었습니다. 저는 후자라고 봅니다. 현업을 잘 아는 사람들이 IT와 소프트웨어를 잘 이해해서 그 분야에 종사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생각하는 방안이라면 베이비부머들의 현장 지식과 젊은 IT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접목하는 겁니다. 그렇게 융합하면 창조경제와 고용창출이란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 제품을 소비만 하는 젊은 세대들은 그 소프트웨어 제품이 만들어진 원리를 전혀 모릅니다. 소프트웨어를 쓰기만 하면 소프트웨어 자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자들은 점점 더 적어진다는 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베이비부머들은 소프트웨어는 잘 몰라도 업무의 프로세스와 원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두 세대들이 협력한다면 새로운 창조력이 발휘될 걸로 보여집니다.

올해부터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발효되는데요. 어떻게 운영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올 7월부터 시행하는 중소기업 PMO(Project Management Office, 프로젝트관리조직)제도가 잘 활용돼야 할 것입니다. 또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요율을 현실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정부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진흥을 위해 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기업의 발전과 성장은 결정적으로 CEO에게 달렸듯이 한 국가의 특정 산업 육성도 그 나라의 CEO인 대통령에 의해 달성된다고 봅니다. 창조경제의 중요한 고리가 소프트웨어 산업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에 직접 진출한 적도 있는데요. 실리콘 밸리에서 배운 점을 든다면….

미국의 소프트웨어 인력 풀이 풍부하고 아주 세분화돼 있습니다. 그들은 책임감도 있고 수준도 높습니다. 또 사업 부문에서도 런칭에서부터 자금조달, IPO, 마케팅까지 모든 단계마다 전문 서포팅 기업들이 컨설팅해주고 도움을 주는 생태계가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그들은 다음 단계는 어디라는 걸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한국비즈텍은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스카우트되고 그와 함께 오랫동안 개발해온 고유의 ERP 제품을 무단복제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만….

한국비즈텍은 건설 산업에 IT를 접목한 ERP 제품을 만들어 한국IBM과 세계 건설분야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출하려고 노력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무렵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제가 평생을 바쳐 개발한 ERP 제품이 무단 복제 당하고 직원들도 빼앗긴 것입니다. 지적재산권 피해 소송 재판이 진행된 지 3년이 돼 갑니다만 아직도 1심 판결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외국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해서 신속히 법 적용이 이뤄지는 데 반해 정작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불법복제 침해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이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침해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관대합니다. 이러니 소프트웨어 침해사범이 줄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져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 피해 소송을 돕는 전문지원센터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한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영세한 중소기업이 소송을 벌였다가 소송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빼앗겨 회사의 경영을 더욱 어려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사법제도가 누굴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때 꽤 우수했던 소프트웨어 인력도 지금은 매우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만….

제가 1981년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업무를 시작해서 1990년대에 창업을 했던 때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비교해서 인재들이 오지 않습니다. 당시는 창업을 하면 대기업에서 우수한 박사 인력들이 따라 나올 정도였습니다.

왜 인재들이 오지 않는지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창의적인 제품들이 정부와 대기업들, 또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인건비 따먹기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곳에 누가 미래를 보고 오겠습니까.


우리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그동안 여러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도 장애물이 존재하지만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iOS, Window 등 OS와 같은 기반 기술은 우리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그걸 이용한 응용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끊임없는 M&A를 통해 제품들을 그룹화하여 국내 시장으로 들어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개별 제품으로 나눠져 있어 이러한 추세에 대항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개별 기업들의 응용 기술력은 외국산에 못지 않음에도 너무 영세한 까닭에 빚어진 문제입니다. 이런 형편인데, 정부와 대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외국산 일색으로 가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중소기업들은 너무 잘게 쪼개져 있습니다. 하나의 제품군을 형성할 정도의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이 없습니다. 그래서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의 육성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금융 지원 등 육성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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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장애아들을 평생 뒷바라지 하다 살해한 어머니에게 ‘집행유예’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을 평생 뒷바라지하다 끝내 살해한 어머니에게 집행 유예가 선고 됐다.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경남 김해시 주거지에게 20대 아들 B씨를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고 밝혔다. 중증 지적장애와 뇌병변을 앓고 있던 그녀의 아들 B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다. 배변 조절이 불가능하고 식도가 아닌 복부에 삽입한 위루관을 통해 음식을 먹어야 했다. 종종 발작까지 일으키는 탓에 간병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A씨는 이런 아들을 평생 보살펴왔다. 밤낮 없이 간병에 집중하면서 밝았던 A씨는 점차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다. 원래 밝았던 성격이었지만 십여 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 약을 먹어왔다. 그러다 2022년에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까지 받게 됐다고 한다. 주변에서 아들 B씨를 장애인 시설에 보내라는 주변 권유도 있었지만, 아들이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는 염려에 포기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부터 아래층 주민이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했고, A씨는 아들로 인한 것인지를 우려하며 심한 불안 증세를 느꼈다. 범행 전날에도 관련 민원을 받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