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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첨단기술의 복수,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첨단기술이 경제적 실체로 나타나는 것은 대규모화와 효율화이다. 이것은 글로벌화에 의해 더욱 강화되는 모습을 띤다. 미국이 자랑하는 애플을 보자. 미국 내 고용인원은 4만3천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중국에 집중해 있는 하도급업체를 통하여 무려 70여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미국에는 엔지니어 실직자들이 넘쳐나고 있고 젊은 실업자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애플 임원들은 꼭 싼 임금 때문만은 아니며 중국 공장의 기동성과 유연성, 클러스터에 따른 효율성 때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물론 애플측은 공장이 대규모 소비자인 아시아에 위치해야 하는 이점도 잊지 않는다. 정부가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 건설을 허용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뒤를 따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는 한국 일자리가 중국으로 옮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증설은 오래 전부터 시작했다. 올바른 글로벌 전략으로 판단되고 있는 이면에는 일자리 이전이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한국은 벌써부터 중간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중국과 동남아, 인도 등에 빼앗기고 있다.

동남아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들보다 더 국제화되어 있고 실력도 있고 임금도 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대기업들의 중소벤처기업들에게 가격 후려치기로 압박을 주면 중소 벤처업체들은 코스트에 맞추기 위해 임금이 싼 해외노동자들에게 아웃소싱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코스트다운 방식으로 진화하면 일자리는 날아간다. 일자리를 끌어안고 가는 전제를 갖고 가면 다른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아직은 전례가 없는데, 한국이 만들어 가면 된다.

첨단기술의 복수는 일자리 축소와 일자리 없애기다. 창조적 혁신이 일자리를 없앴다. 혁신을 하여 회사는 살아남고 성공했지만 사람은 죽었다. 첨단기술은 중간 기술을 필요 없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중간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중간 일자리가 줄어들면 다른 서비스업종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쉽게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소질과 흥미,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중간 기술 인력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데 긴 고통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세 가지 유형의 직업인

서양의 프로페셔널 개념은 중세 시대의 길드와 산업기술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배경 때문에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기초한 것이다. 왕과, 귀족과 기업가에 대한 대립 개념으로서 자신들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적 우위를 지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일본도 철저한 계급사회에다가 오랜 전쟁으로 인한 전쟁기술의 요구에 힘입어 실용적인 기술자들이 존재했고 우대를 받았다. 그래서 장인 정신이 발달하였고 일본 기술의 우위를 이루는 바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술자들도 배타성이 강하다.

일본 기술자들의 지나친 자부심과 배타성은 오히려 기술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전인적 군자 사상이 발달한 반면에 시장이 좁고 무역도 발달하지 못해 프로페셔널과 같은 전문직업인 개념이 없었다.

전인적 사상은 완성된 인격을 지향하고 덕으로 아랫사람을 다스리고 널리 이롭게 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과거에 합격하고 관료로 진출한 사대부들에게만 적용되는 도덕윤리사상이란 점에서 오늘날에 맞지 않다. 따라서 새 시대에는 전통적인 전인적 도덕윤리관을 계승하여 공직자는 물론이고 노동자와 프로페셔널과 기업가에게도 전인적인 직업관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전인적 직업관이 최대의 특징은 이타성과 경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덕목을 가지므로 힘든 기술기능인의 길을 걷지 않는다든지 타 업종의 직업인들을 배척한다든지, 자신의 기술적 이익을 위해 발전된 기술의 도입을 배척하는 것과 같은 일을 완화시킬 수 있다.


지식전문 서비스업의 글로벌화

첨단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살펴보자.

첫째, 지식전문 서비스업을 육성한다. 이 산업은 미국에서 태동되었고 지금도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맥킨지가 대표적이고 그밖에 종류와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지식전문서비스업이 존재한다. 이 업종을 그냥 로펌과 회계법인, 경영컨설팅으로만 생각한다면 큰일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은 지식전문서비스 기업화할 수 있다는 데 핵심이 감추어져 있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톰 피터스는 지식전문 서비스 모델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1. 당신 회사의 모든 업무를 수요자에게 팔 수 있는 정도의 단위로 나눠라.
2. 그리고 세분화된 일을 웹으로 알려라.
3. 세분화된 일들 중에서 당신이 잘하는 못하는 것들은 전부 아웃소싱하라. 이렇게 하다 보면 당신의 일 중 95%까지도 외주를 줄지 모른다. 그래도 아웃소싱하는 것이 현명하다.
4. 그 중에서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만 선택하라.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지식전문 서비스기업이다. 내가 못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이 구매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라도 판매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대충 알고 있는 일로 판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하는 일을 잘 하는 데도 남이 구매하지 않는다면 그 일은 지식전문 서비스기업의 대상이 아니다.

지식전문 서비스기업의 첫 수주방법을 톰 피터스는 이렇게 권유한다. 오직 실력만을 인정하는 ‘괴짜’ 고객을 공략하라. ‘괴짜’ 고객을 확보하면 그 다음부터 수주가 쉽게 풀린다. 지식전문 서비스기업은 최고 직원들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들을 고용하면 그들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줘서 그들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라.


중간급 지식기술노동자의 양성

둘째, 미국이 양성에 실패한 중간급 지식기술 노동자들을 교육훈련 시켜 전 세계에 공급한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중국 노동자들에 의해 생산된다고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아이폰을 생산하고 싶어도 그걸 생산할 만한 노동자들이 없다. 미국의 산업 생태계는 허리 아래가 없고 머리만 비대하게 발달한 기형아이다. 말하자면 아주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엘리트들은 세계 최고의 창의성과 도전의식을 갖고 있지만 고교 이하의 보통 학생들의 학업이 하위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중간급 노동자들이 매우 부족하다.

로마가 말년에 시민군이 없어 용병으로 전쟁 했듯이 미국의 젊은이들이 공부를 소홀히 하여 인도 기술자와 이민 기술자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기업에서 천재도 중요하고 프로페셔널급의 전문가들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중간 근로자들이 없이 생산을 하지 못한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제조업을 갖고 있는 것은 일단 중간급 노동자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중간급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규직 환경이 중요하다. 비정규직은 안정적이지 않은 지위 때문에 품질관리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제조업이 약해진 이유가 기업가들의 요구에 따라 너무 일찍 비정규직을 정당화했다는 주장도 있다. 강력한 노조와 과잉 복지에 대한 불만 때문에 비정규직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것이 결국 미국 경제의 뿌리를 약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회사가 잘 되려면 기업가의 리더십이 뛰어나야 한다. 리더십 없는 리더들이 편하게 다루고 싶은 충동 때문에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외국인노동자들을 고용한다. 이래가지고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많은 중간기술자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중국, 대만 등 후발국들의 코스트 다운에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다. 중간노동자들이 많은 일본의 실패는 자체 내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순 노동자와 중간 노동자, 고급 노동자 간 순조로운 발전이 잘 이뤄지지 못하고 직종 변경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일본 기술자들의 불필요할 정도로 긴 도제과정과 배타성, 완벽추구 등이 그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창조적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는 나라

셋째, 창조적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면 일자리 창출과 기술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선진국의 지식과 경험을 열심히 공부하고 그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만으로도 과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중동 등 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는 열심히 따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욱이 이제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이 아직도 헝그리 정신만을 강조하고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조금 잘 살게 돼 배고픔을 면한 사람들에게 배고팠던 시절을 연상하며 자꾸 헝그리 정신을 되풀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시대에 걸 맞는 업그레이드 된 정신을 얘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창의적 정신이다.

창의적 정신은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품을 개발하여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진국 샐러리맨들은 주로 저축을 한다.

그러나 중진국이 되고 선진국민이 되면 주식과 펀드를 한다. 펀드의 경우 수많은 목적의 펀드들이 생겨났다. 이들 펀드를 가만히 생각하면 사업을 하지 않는 월급쟁이들이 뭔가를 투자를 하고 싶은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직접 사업을 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고 전문성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펀드를 만들어 고수익의 사업가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펀드 자금은 국경이 없이 마음대로 넘나든다. 그래서 펀드 자금들이 주로 개발이 왕성한 후진국이나 미국처럼 활발한 기업가들이 많은 선진국으로 몰리고 일본처럼 창업가들이 적은 나라들로는 가지 않는다.

한국에 기업가들이 적다면 그만큼 국내외 펀드자금을 쓸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한국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어갈 것이다. 일본이 바로 그런 길을 걸어갔다. 한국이 기업가들이 많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는 매우 절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창조적 기업가가 많아지려면 어떤 환경을 가져야 하는가?

첫째, 정신발달적인 면에서 독립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심리학에서 ‘어른 아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집단적인 국민성과 문화도 ‘어른 아이’와 같은 국가와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이성이 덜 발달돼 있으며 보편적 공정 의식과 공공 및 공익 관념이 부족하다. 지나치게 국수적이고 이기주의가 심한 곳은 당연히 ‘유아적’인 심성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지식과 기술, 과학 면에서 세계의 최전선에 나란히 도달해 있어야 하며 항상 첨단 수준의 정보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학과 연구소, 언론 등이 고루 발전돼 있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실험과 시도들이 끊임없이 도전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기업이 사회와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

애플은 초기에는 미국 노동자들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미국 노동자들 중에는 중간 노동자들이 없었고, 그들은 충성스럽지도 않았다. 시장도 멀었다. 그래서 애플은 공장을 미국에 유지하는 걸 포기했던 것이다.

아마도 애플도 미국에 충성스런 중간 노동자들이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를 바꾸는 건 정치다. 사람을 바꾸는 건 교육과 종교이다. 미국의 정치와 교육과, 종교는 모두 건실한 중간노동자들을 길러내는 데 실패했다.

미국에서 미셀 위라는 한국계 미국 교육지도자가 나서서 장래 중간 노동자들을 차지할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개혁하려고 했으나 기득권층 교사들의 반대로 물러서고 말았다. 여기서 언론은 어느 한쪽의 편에 서서 대리전을 할 뿐 사회와 인간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다. 때로는 모순을 극대화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언론의 이상적인 모습은 종교와 교육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아주 흡사하게, 급속도로 선진국이 쇠퇴하는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첨단기술의 발전은 피할 수 없고 첨단기술은 도입되고 발전돼야 한다. 문제는 우리도 첨단기술로 빚어지는 각종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했던 선진국의 정부와 교육계와 사회를 그대로 쫓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특히 정부와 교육계의 대책이 나오기를 기다릴 것도 필요 없이 노동자 자신과 가계, 기업 등 개별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선도해야 한다. 첨단기술의 복수가 가혹하게 한국의 직업인들을 절망으로 빠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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