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와 80년대 미국을 곧 추월할 것 같았던 일본과 독일이 결국 내려앉아 버리고 말았던 원인은 무엇일까. 일본과 독일은 여전히 기계를 도구로 사용하는 장인기술에 묶여 있었다. 그 결과 그들은 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쫓아가지 못했다. 경영학 도입도 늦어졌고 벤처 투자금융 비즈니스라는 개념도 뿌리내리지 못했다. 중세의 길드 장인이나 오늘날의 장인 기술자들도 자신이 닦아온 기술을 숨기는 법이다. 그것이 직업과 사업의 안정과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걸 비난하기는 어렵다. 장인 문화 혹은 기술자의 직업적 성격은 엄격한 위계적 질서 속에서 급격한 혁신을 기피하는 경향이 노골적이다. 장인과 기술자들만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및 중간 노동자들도 변화의 바람에는 위기의식을 가진다. 대규모 단순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에서 잦은 파업이 벌어지는 것은 일자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들이 비교적 높은 임금임에도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고임금이고 정규직이기 때문에 변화에 더욱 두려움에 느끼는 심리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가진 게 별로 없으면 두려울 것도 없는데 많이 가지고 있으면 노심초사하지 않을까.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기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다치거나 아파서 병원 진료를 받거나 입원 치료를 받은 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본 경험을 누구나 한 번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각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 양식에 관련 정보를 기입하고,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갖춰 보내면 된다. 그러면 보험사는 그것을 바탕으로 심사를 거친 후 당일 혹은 수일 내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고객에게 ▲개인(신용)정보의 수집·이용에 관한 사항 ▲개인(신용)정보의 조회에 관한 사항 ▲개인(신용)정보의 제공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동의하도록’ 하고 있다. “왜 동의를 해야 하나”하고 물으면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과연 그것뿐일까? 우리가 무심코 체크 표시한 ‘동의함’이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을 포함한 보험사의 보험금 미지급 혹은 삭감에 악용되고 있었다. 그것은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깎거나 지급하지 않기 위한 각종 편법의 시작이었고, 그 끝에는 소위 ‘의료자문’이라는 보험사의 자의적 행위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큰 사고나 질병 등 혹시 있을지 모르는 미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일본경제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이른바 일본경제의 ‘10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종목인 반도체를 정조준한 수출규제를 통해 한국경제를 붕괴시키고, 결국 자신에게 굴복하게 만들려던 했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던 일본의 경제에 이 같은 위기설이 제기되는 이유는 ‘엔고(円高)’ 때문이다. 일본경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Abenomics)’의 근간인 ‘ 엔저(円低)’ 유지를 위한 사실상의 무제한 양적 완화와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지출 등에 의지해 되살아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의 증가하자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엔화에 몰린 투자금으로 인해 엔화 가치는 높아졌다. 여기에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있어 미국의 환율 압박으로 인해 엔저로 유지됐던 일본경제가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오르는 한편,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전후(戰後) 가장 오랜 기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경제에 ‘10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무제한적 양적 완화를 통한 경
담배인데 담배가 아니다? 지난 5월, 출시 2년 만에 미국 시장을 장악한 전자담배 ‘쥴 (JUUL)이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쥴은 기다란 USB 모양으로 담뱃잎을 쪄서 흡입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액상 니코 틴이 든 카트리지를 끼워 피우는 방식의 새로운 형태의 전자 담배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곧바로 인기를 끌며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기존 연초에서 나는 냄새가 액상형 전자담 배에서는 나지 않고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쥴과 같이 우리나라 KT&G에서 출시한 액상형 전자담 배 ‘릴 베이퍼’ 등은 한 달 남짓 기간 동안 600만 포드가 팔려 나갔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1포드는 궐련 1갑에 해당한다. 하지만 쥴의 출시는 세금 형평성 논란도 일으켰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다른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와 과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과세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를 아직 담배로 보지 않는 이유에서다. 법적으로 담배로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담배사업법’ 제2조를 보면 담배를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해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여유가 있는 50·60세대가 사회·문화 등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젊은 층이 주로 시청하는 ‘유튜버’에서부터 패션모델까지 다양하다. 50·60 세대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50·60세 대는 과거보다 노화 속도가 둔화돼 이전 세대보다 젊고 활 동적이며, 트렌드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장수경제’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장수경제는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어른’들이 패션, 취미·여가 등 여러 분야에서 주체적으로 즐거움을 찾으면서 발생하는 소비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데서 출발 한다. 기업들 역시 새로운 소비자로서 ‘젊은 어른’을 이해하고 접근 전략을 수립할 필요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에이 지 랩(Age Lab)’의 조 콜린 박사는 장수경제가 과거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던 미지의 소비 시장이라는 의미로 ‘미지의 대륙’(Undiscovered Continent)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미지의 대륙(Undiscovered Continent), 장수경제의 부상’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의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지난해 전주와 광주에서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에 대한 진료비를 심평원이 전액 삭감하는 일이 있었다.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은 필요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입원 후 받은 진료비를 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같은 입장이 심평원만의 것일까. 요양병원의 불필요한 환자 입원을 바로 잡겠다며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안’을 보면 보건복지부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개편안은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암 환자를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해야 하는 암적 통증을 가진 환자’로 제한했다. 종합병원에서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후 회복을 위한 의료적 관리를 지속적으로 받지 못하는 암 환자들이 궁여지책에서 찾은 대안인 요양병원 입원을 보건당국이 나서서 막겠다고 하는 것이다. 암 환자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문제는 보건당국의 이같은 입장이 그동안 암 입원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보험사가 보여온 입장과 같다는 것이다. “왜 개인의 치료권을 국가가 박탈하나” 2014년 11월 ‘고악성 활막 육종암’ 진단을 받고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다가 올해 6월 사망한 이진재 씨가 사망하기 일주일 전 영상을
# 회사원 김모씨(32)는 얼마 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 서트를 예매하기 위해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다. 사는 곳이 지방인 김씨는 평소 서울에서 하는 공연을 보기 힘들었 지만, 이번에 큰마음을 먹고 서울로 직접 올라가 해당 가수의 공연을 보기로 했다. 하지만 김씨는 티켓 오픈 시간인 오후 8시에 맞춰 결제를 진행하고도 앉고 싶었던 가장 앞쪽 좌석을 선택할 수 없었다. 김씨가 무대에서 가까운 ‘VIP석’을 선택할 때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선택했다’는 창이 떴기 때문이다. 김씨는 몇 번을 실패한 끝에 결국 앞 좌석이 아닌 뒤쪽 좌석을 겨우 잡아 예매에 성공했다. 하지만 예매 시작 30분도 안돼 해당 공연 티켓은 몇만원의 웃돈이 붙은 상태로 인터넷 중고카페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매한 뒤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이른바 ‘리셀러’들이었다. 김씨는 “비싸더라도 정당한 가격을 주고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처럼 피해 아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온라인 암표상들 때문이다. 이들은 티켓을 무더기로 확보해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나 SNS를 통해 웃돈을 주고 판매한다. 이들의 티켓팅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지난달 2일,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보복하기 위한 것인데, 과연 그것뿐일까.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집권 이후 꾸준하게 우경화의 길을 걸어온 일본 정부. ‘강한 일본’을 꿈꾸는 아베 총리를 필두로 한 일본의 극우파에게 한국은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다. 아베가 그리는 ‘강한 일본’, 그것은 제국주의·군국주의 시절의 일본이기 때문이다. 과거사 부정, 역사 왜곡, 헌법 개정 모두 그것을 향해 있다. 21세기에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지만, 아베는 집권 이후 꾸준하게 ‘강한 일본’ 만들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 배후에는 일본 내각의 80%, 일본 국회의원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우익 결사체 ‘일본회의’가 있다. 일본은 지난 7월1일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수출되는 3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일에는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제공하는 안보 우방국(화이트 국가) 목록,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에서의 한국 제외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10월30일 강제징용
<M이코노미뉴스 김선재 기자> 지난 8월2일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3대 핵심 소재·부품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한 데 이은 조치다. 산업 전반에 걸쳐 일본의 소재·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황에서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서의 불확실성을 높여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 초·중반대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국내외 신용평가기관과 경제연구기관, 투자은행 등에서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의 영향이 반영되면 2%대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30일 우리나라 대법원은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올해 7월1일 갑작스럽게 반도체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3대 소재·부품(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절차를 7월4일부터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자신들로부터 한국에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육아 부담을 줄여주 는 것이다. 육아휴직과 자녀돌봄휴직 제도를 법제화함으로써 근로자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보장하고 있다. 동시에 벌칙 규정을 만들 어 육아휴직과 자녀돌봄휴직을 이용한 근로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제도는 양부모 가족을 전제로 설계됐다. 때문에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는 한부모 가족에 대한 제도적 공백이 존재한다. 육아정책에서 소외된 한부모 가구 우선 한부모 가구(single-parent households)의 정의를 보자.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일반가구 중 엄마와 아빠 둘 중 한명 과 미혼자녀로만 구성된 가구를 지칭한다.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2017년 기준 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 가구는 총 42만5,046가구에 달한다. 이중 엄마와 18세 이하 자녀로만 구성된 가구는 21만9,115가구, 아빠와 18세 이하 자녀로만 구성된 가구는 8만9,026가구다. 엄마 혼자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페이스북이 ‘탈중앙’ 글로벌 암호화폐 ‘리브라’(Libra)를 2020년 상반기에 발행한다고 발표했을 때 기존 금융권과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세계 24억명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은 막대한 사회관계망 사용자들에 대 한 정보 축적을 바탕으로 결제나 송금 등 각종 금융서비스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 기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는 비교도 안되는 파급력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비록 페이스북이 리브라 발행 계획을 미국 정부 당국과 갈등 끝에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한 상태지만 금융의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리브라 발행은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만든 암호화폐 ‘리브라(Libra)’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의 출시 계획과 함께 공개한 리브라백서(사업계획서)를 보면 리브라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 등을 통해 거래 및 송금이 가능한 디지털 암호화폐 다. 리브라의 궁극적인 목적은 글로벌 화폐 및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를 통해 전 세계 수십억 명에게 ‘힘이 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포용적 금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막혀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텄다. 여전히 지난한 줄 다리기가 예상되지만 하노이 이후 멈춰 있던 대화의 동력을 다시 살렸다는데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개될 비 핵화 협상에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의 비핵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각각 경제적 상응조치와 정치적 상응조치를 분담하는 조합은 초기단계의 비핵화 프로세스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극적으로 이뤄진 사상 첫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6월 30일의 ‘드라마’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시작됐다. 그에 앞서 ‘김정은↔트럼프’ 친서 교환으로 예열을 거쳤다. 일본에서 G20 회의를 마치고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역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은 한국전쟁 정전 이후 최초의 일이다. 더욱이 이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해 사상 첫 남북미 정상의 회동도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에 대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하노이에서 판문점까지, 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