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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개헌은 시기상조 지금은 선거제도·선거법 바꿔야할 때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리가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소위 ‘제왕적 대통 령제’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권력구조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국회로 분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논의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30년이 흐른 현 헌 법에 대한 개정 요구는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과연 이번 사태가 헌법 문제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비대해진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국회,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사 법부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권력구조만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은 단순히 권력의 중심을 대통령에서 국회로 옮기는 것에 불과해 또 다른 권력을 만드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선뜻 동의하기도 어렵다. 조기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시점에서 개헌논의보다는 선거제도를 어떻 게 바꿔서 정치개혁을 이뤄낼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달 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선거제도 개혁 그리고 개헌’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계, 학계, 시민사회와 언론인은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개헌 전에 선거제도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개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는 속에서 정치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예민한 문제이니 만큼 이날 토론회에는 각 정당의 원내대표들도 참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시민사회·언론인들은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부정·부패가 과연 헌법의 문제인가?’, ‘권력을 분산시킨다고 해서 과연 정치권력의 비리가 발생하지 않을까’에 대해서는 물음표 를 찍었다. 정치권력의 부정·부패는 헌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구조의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다. 토론자들은 정치구조를 바꿀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 없이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개헌을 경계했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은 톱니바퀴…

국민을 위한 개헌·선거제도 만들어져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원혜영 의원은 “11년 전 2006년도 정 기국회에서 개헌문제를 제일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헌이)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면서 “개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다. ‘표의 등가성’을 보장해 정치적 다양성을 구현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개헌은 절차상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의 찬성과 과반 이상의 국민동의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 합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절차적으로 쉬운 과제”라면서 “개헌논의 본격화와 함께 선거제 도 개혁이라는 과제를 함께 가야 우리사회의 변화와 발전이 제도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 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7년 체제가 만약 올해 개 헌이 이뤄진다고 하면 30년 만에 이뤄지는 개헌이다. 회 고해보면 1997년말 DJP 공조 때 연합의 고리는 내각제 였다”며 “그때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21세기에 개헌이 이뤄져 새 옷으로 갈아 입을 수 있도록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원 내대표는 “시간에 쫓기고 어떤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이뤄지는 선거제도 개혁이 아니라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선거제도가 미리 논의됨으로써 훌륭한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지는 해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헌 자체뿐만 아니라 개헌과 관련된 각종 제도를 병행해서 토론해야만 개헌의 의미가 훨씬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제도 개편은 시의적절 하고 의미가 있다”면서 개헌을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 논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또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개헌에 대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늘이 내린 기회”라며 “개헌과 선거제도는 톱니바퀴라고 생각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문제도 해결되고 선거 연령을 낮추는 문제,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보완돼서 20대 국회가 역사적으로 남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개헌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점이나 개헌의 핵심 내용보다도 ‘누구를 위한 개헌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라면서 “대선 후보를 위한 개헌이나 특정 정치세력 또는 정치세력 전반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개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원내대표는 “4년 중임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의원내각제든 국회의 권한이 지금보다 더 강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국회가 제대로 구성돼 있는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의 선거 제도에 병폐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현 선거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다면 오히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입장에서, 유권자의 입장에서 이해관계를 유선시해 선거제도 문제를 본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표의 등가성’과 ‘국민 대표성’이 잘 반영되는 선거제도가 만 들어져야 분산된 권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온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제 개혁 없는 개헌, ‘제왕적 총리’ 낳을 수도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1위 대표제’로, 특정 정당의 과반의석수 확보에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소선거 구제는 정치를 특정 정당 위주로 돌아가게 만들어 다양해진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게 한다. 때문에 선거 제도 개혁없는 개헌은 대통령에서 국회로 단순히 권력만 이동시켜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승수 비례 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는 “권력구조만 개편하는 개헌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면서 “선거제도가 먼저 개혁되는 것이 순서상 맞다”고 주장했다.


하 대표는 “현재 권력 구조 개편을 주장하는 분들 의 논리는 ‘대통령에 너무 많 은 권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 에 의회와 지방으로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문제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것이 반드시 권력을 분산시키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선거제 도와 같이 맞물려보지 않으 면 국민들에게 왜곡된 정보 가 전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에서 의원내각제와 우리나라와 같은 소선거구 1위 대표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는 영국, 캐나다 일본 등 3개국이며, 영국은 대처 수상이 12년 동안 장기 집권했다. 의원내각제는 임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장기 집권이 가능하고, 많 게는 60%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경우 사실상 무소불위 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12년 집권한 총리가 우리나라의 5년 단임 대통령보다 권력이 절대 적지 않아 ‘제왕적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제왕적 총리’도 등장할 수 있다. 하 대표는 “소 선거구제는 특정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기 쉽도록 돼 있는 선 거제도이고, 유권자의 표심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는,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며 “영국 보수당이 40% 초반 대 득표율로 50%를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소선거구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도 마찬가지다. 다만, 일본은 영국·캐나다와 다르게 비례대표를 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와 상당히 유사하다”면서 “일본의 하원이라고 할 수 있는 중의원에 서는 475석 중 180석을 비례대표로 뽑는다. 얼핏 보면 비례 대표의원 수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고 덧붙였다. 


그는 “2014년 일본 중의선 선거 때 아베 총리가 속해 있는 자민당, 공명당 연립 여당은 불과 46% 득표로 국회 3분의 2이상을 차지했다”며 “그래서 지금 아베가 평화헌 법도 개정하고 원자력발전소도 재가동하는 등 유권자의 다수 의사와 대치되는 정책들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표의 등가성’이라는 것이 완전히 깨질 수 있는 선거제도 는 자칫 ‘제왕적 총리’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이 권력구조 개편보다 먼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 역시 “권력구조 개헌과 관련해 주로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 등의 권력분산형 개헌얘기가 주로 나오는데, 의회 구성에 따라 이들 권력구조 안에서는 오히려 훨씬 더 강력한 권력의 독점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입법권과 행정권이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 제’에서는 사실상 통합되기 때문이다.  ‘3권 분립’이라는 개념 은 ‘대통령제’에서만 존재한다. 김 소장은 “지금 형태의 선거 제도가 유지된 상태에서 의회로 권력이 이동되면 양당체제 가 강화되거나 하나의 정당이 지역구를 독식하는 퇴행적 지 역정당이 출현할 수 있다”면서 “기존 정당들의 기득권 포기가 전제된 상태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이 이 뤄져야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우리나라는 정당민주주 의,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해서 대의민주제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에 대한 국민의 선택, 정당에 대한 선호는 대의기관 구성에 별로 반영되지 않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 대표성을 반영하는 기관으로 회복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 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헌법 문제이기 때문에 헌법을 바꾼다는 것은 허구, 왜곡”이라 면서 “그런 지도자를 공식 후보로 내고, 대통령으로 만든 뒤에도 국정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집권당의 책임이고, 대통령이 자기 마음 대로 측근들을 공천해 파벌을 공고히 구축할 수 있게 한 공천제도의 문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국회 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표의 등가성’ 보장되는 ‘연동

형 비례대표제’로 개편해야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이 보장되는 ‘연동형 비례대표 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승수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과 별로도 각 정당의 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해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 차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의 제도”라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 구성을 다당제 구조로 전환시키고, 다당제가 되면 한 정당의 독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립 정부가 구성돼 당 간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기식 소장 역시 “소위 ‘복지국가’라 불리는 북유럽 국가들 처럼 완전한 비례대표제로 가지는 못하더라도 독일과 같은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반반인 구조로는 가야 한다”고 했고, 박근용 처장은 “국민의 대표성을 높이는 대의기관을 만들고 협력이나 협치의 가능성을 높이는, 그래서 정치발전이 정책 중심으로 가게끔 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매우 적절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 ▲뉴질랜드 등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2015년 민주주의지수 (Democracy Index)’에서 상위 12위를 형성한 국가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다당제 구조를 갖고 있고, 삶의 질이나 행복에 관한 조사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다. 또한 국제투명성기구의 ‘2015년 부패인식지수 조사’에 따르면 1~7위 국가인 ▲ 덴마크(1위) ▲핀란드(2위) ▲스웨덴(3위) ▲뉴질랜드(4위) ▲네덜란드·노르웨이(5위) ▲스위스(7위) 등은 연동형 비례대 표제를 택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는 과거 국민당과 노동당 등 거대 양당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졌는데, 정당득표율과 의석수의 불일치 문제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가 높아지자 1993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제도개혁 이전 평균 2.4개에 불과했던 원내정당 수는 2011년 8개로 늘어나 다당제 국가가 됐고, ▲ 최저임금 인상 ▲소득세 최고세율 33% → 39% 인상 ▲공공 주택 임대사업 개선 ▲산재보험 국유화 ▲고용관계법(노조 설립 및 지위 강화) 제정 등이 이뤄졌다. 


기존의 거대 정당들 을 포함한 원내 정당들이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인 결과다. “한국정치가 ‘매와 협상에 의해서 이뤄질 수 있느냐’는 정치 문화와 태도, 행태의 문제지 대통령이 제왕적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이대근 논설주간은 “대통령제인지 이원정부제인지 내각제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실 질적으로 유연하게 집중시키고 분산시키도록 하는 것은 다당제 상황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선관위, 2015년 ‘권역별 비례대표제’ 제안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서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 위원회는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다.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가 국회 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에 대해서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투표가치 에 차이가 나 평등 선거의 원칙에 반한다”는 헌법소원에 대 해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대1에 달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획정된 선거구에 따르면 최소 선거구인 경북 영천시 선 거구의 인구수는 서울 강남구 갑의 3분의1, 서울 강서구 갑의 2.95분의1, 인천 남동구 갑의 2.97분의1에 불과했다. 결국 인구가 많은 지역 표의 가치는 인구가 적은 지역보다 3분의1 정도 낮게 평가된다는 의미다. 


헌재는 “투표 가치의 평등은 국민 주권주의의 출발점으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우선해야 한다”면서 “현행 법 조항대로라면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의 투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낙선한 후보의 투표수가 많을 수 있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폭적인 지역구 개편이 불가피해졌고, 중앙선관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표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 안을 마련했다. 신광호 중앙선관위 법제과장은 “개편안이 지향한 바는 첫째 ‘지역주의 완화’, 둘째 정당의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을 일치 시켜 유권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각 정당별로 취약지역에서도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도 록 같은 시·도 안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투표하도록 하고, 유권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늘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구상했다”고 설 명했다. 


선관위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서울, 수도권(경기+인천+강원도), 충청권, 호남권(호남+제주), 영남 북부권(대구 +경북), 영남 남부권(부산+울산+경남) 등 6개 권역으로 구분해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권역별 인구 비례에 따라 배분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2대1 범위에서 정하도록 하고, 권역별 의석 배분을 통해 정해진 정당별 배분의석에서 지역 구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비례대표 명부순위에 따라 권역별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의석 구성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권역별 정당배분의석은 권역별 총 의석수에서 무소속 당선인과 의석할당 정당이 아닌 정당 소속 지역구 당선인 의석을 뺀 나머지다. 의석할당 정당이란 전국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확보하거나 정당득표 율이 3% 이상인 정당을 말한다. 또한 같은 시·도 안의 지역구에 입후보한 후보에 한해 2명 이상을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의 같은 순위에 배치하는 ‘비례대 표선거 동시 입후보’를 통해 낙선한 후보자 중 상대득표율이 높은 사람을 비례대표 당선인으로 확정하도록 했다. 다만, 낙선한 후보자의 경우 득표율이 3% 미만이면 당선될 수 없고, 3% 이상이라고 해도 해당 시·도에서 소속 정당이 해당 시·도 전체 지역구 의석의 5분의 1이상을 차지했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입후보한 후보자는 당선인이 될 수 없도록 해 정당별 열세지역에서도 국회의원(비례대표)이 나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인구비율이 20%라고 가정하면 전체 300 석(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 중 서울에 배정되는 총 의 석수는 60석(지역구 40석+비례대표 20석)이 된다. 여기에서 무소속 5명, 비의석할당 정당 5명이 당선됐다면 각 정당은 서울에 배정된 총 50석(서울 배정 60석-무소속·비의석할당 정 당 당선인 10석)을 득표율에 따라 배분받게 되는 것이다. A 정당이 서울에서 3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A정당에 배분되는 의석은 50석의 30%인 15석이다. A정당이 지역구에 서 10석을 얻은 경우 서울에서 5명의 비례대표를 배출할 수 있다. 지역구에서 15명이 당선됐다면 비례대표는 없고, 20석을 얻었다면 5석은 초과의석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 앙선관위 안은 현 선거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표(死票) 양산’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신 법제과장은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늘릴 경우 정당 공천의 민주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며 “(비례대표 의석 을)100석으로 늘려놓고 민주적 절차가 생략된 채 정당의 소수 실력자들에 의해 공천이 이뤄진다면 계파주의나 파벌주의 같은 우리 정치를 퇴행시키는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어 “당원에 의한 민주적 공천 등 정당공천을 활 성화시키기 위해 정당의 세포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정 당, 지구당의 부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독일처럼 당원에 의한 후보자 선출을 법률로 명확히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의석 300석에서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하는 것은 초과의석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제도작동에 어려 움이 있다”면서 의석정수를 360석으로 하고 지역구를 240 석으로, 비례대표를 120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 교수는 “촛불 이전에 국회는 국민들 입장에서 ‘그들만의 리그’였고, 별 쓸모 없었다”며 “이번 촛불광장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국회의 재발견’이다. 2002년, 2008년, 2014년에도 광장이 열렸지만, 이번처럼 국민들이 광장에 모여 국회에 ‘이거 해라, 저거해라’ 요구했던 광장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들이 국회에 대한 정치적 효능감을 이 정 도로 각성한 것은 없었다”면서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식 소장은 “국회의원 수가 OECD 평균에 비해서 많지 않다. 오히려 적다.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되는 구조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면서 “350석 정도가 적당하다. 늘어난 의석수만큼을 비례대표로 하면 된다. 기존 정당의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한다면 국민적 동의가 있기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의원 1인이 대표하는 국민의 수는 경제협력개발기 구(OECD) 평균 9만9,000명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16만 8,000명 정도다. 박근용 처장도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을 국민들이 너무 싫어하니까 국회의원들이 손을 못대는 부분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1인이 대표하는 국민의 수가 전 세 계에서 가장 많다.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들을 설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장 경험한 국민들, 현 공직선거법 수용할 수 있을까?


개헌 전 선거제도 개편 못지않게 토론자들은 선거연령 하향, 사전 선거운동 금지 등 현행 공직선거법의 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서복경 교수는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촛불 이후’ 대한민국의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광장에 모인 국민들의 누적인원이 1,000만명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촛불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굉장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현대정치연구소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이번 촛불집회에 참여한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25% 정도가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유권자 4,900만명 중 25%면 서울이든 지방이든 실제로 1,000만명 정도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갔다는 것”이라면서 “지금 국회에서는 광장에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던 유권자들이 선거기간에 선거운동,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현 공직선거법을 받아들이고 집에 가만히 있겠느냐 하는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 전에는 청와대 1km 앞까지는 못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국민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대통령 하야’를 마음껏 주장했던 국민들이 선거기간에 이 같은 행동들을 제한하는 현행 제도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다. 서 교수는 “광장을 경험 한 국민들은 헌재의 결정이 나오고 조기대선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당장 길거리와 SNS 등에서 대선 후보들을 비판하고 각종 의혹들을 제기할 텐데 현행 공직선거법상 이런 행동들 이 모두 범죄”라며 “이 법을 지금 당장 정비하지 않으면 전국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기식 소장은 “선거법은 부분적 개선이 아니라 금지할 것만 금지하고 나머지는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형태, 소위 ‘네거티 브 방식’으로 선거법을 완전히 개편하는 것이 맞다”면서 “돈 문제와 관련해서 안 될 일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용 처장은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의 참여가 억제되고 있다면 선거제도는 진정 국민의 대표성을 보장하고 있는 제도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며 “선거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할 수 없는 행위들이 늘어나는 공직선거법을 손봐 국민들이 최대한 정치적으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국민 참여정치가 보장되면 국민의 대표성이 더욱 더 보장되는 대의 민주주의 정치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만 18세 선거 허용 문제와 관련해서 서복경 교수는 “10대들이 이번에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현대정치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참가자 중 15%가 10대였다. 그런데 현행 공직선거법상 18세 미만이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면 불법”이라면서 “과연 이번에 대통령 나가라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10대들이 ‘선거 캠페인 기간이기 때문에 너희들은 하면 안 돼. 불법이야’라고 했을 때 이것을 받아들이고 가만히 있겠나”라고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 대표도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문제에 대해 2016년 8 월 중앙선관위에서 제안을 한 상태”라며 “전 세계에서 선거 연령을 만 19세로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국회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만 18세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까지는 좋지만, 기회를 주면서 그들이 후보자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 ‘나는 이 사람이 싫어요’라는 피켓 하나 정도도 길거리에서 들고 있지 못하게 한다면 달랑 투표용지 하나 준 것으로 대단한 것을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선거연령 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선거 기간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근 주간은 “촛불집회에서 10대들이 자유 발언하는 것을 보면 40대, 50대, 60대들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훨씬 잘 알고 정확하 게 판단한다”며 “특별히 투표를 하지 말라고 규제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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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핵심기술 중국 신생업체에 넘긴 '산업스파이' 징역형
국내 최대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기업의 핵심 기술을 중국 신생 경쟁업체에 유출한 '산업 스파이' 4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오늘(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5형사단독 김희영 부장판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징역 1년∼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또 피고인 4명 가운데 수사에 협조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을 법정 구속했다. 이와 함께 A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대구 소재 반도체 및 태양광발전용 전문 장비 제작업체에 3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 등 피고인 4명은 2015년 8월∼2018년 3월 국내 피해기업의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를 위한 '단결정 성장·가공 기술'과 관련한 핵심 기술자료 2건을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신생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업체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기업의 단결정 성장·가공 기술은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첨단기술이다. 특히 중국 측에 넘어간 핵심 자료들은 피해기업이 1999년부터 상당한 연구비와 노력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 영업비밀에도 해당한다. 2015년 상반기 무렵 A씨 업체는 중국 업체로부터 반도체용 단결정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