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3일 남양주시의회에서는 박영희 시의원의 이례적인 5분 자유발언이 있었다. 현재 남양주시의 중점현안도 아니고, 당대당 첨예한 논쟁거리도 아니었다. 박 의원은 작은 시골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발언했다.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를 모른 척 할 수 없다는 시의원과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서울시와 남양주시. 그리고 힘없는 시골사람들이라 무시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진접마을 주민들... M이코노미가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진접 차량기지 진입도로, 주민의견 반영해야 지난 10월23일 남양주시의회에서는 이례적인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남양주시의회 박영희 의원이 임시회 제3차 본회의 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지하철 4호선 차량진입 기지 진입로와 관련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는 호소였다. 박 의원은 “지난 2차 본회의시 시정질문으로 ‘지하철 4호선 차량 기지 진입로 민원과 관련해 주민들이 원하는 도로가 아닌 도 로를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했었다”면서 “하지만 이미 결정해서 돌이키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에 보 충질문을 할 여지는 물론 필요성도 못 느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주민들은 공람회 등을 통해 현황도로를 진입도로로 사용하기 원한다”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도 왜 서울시가 내세운 원안으로 남양주시가 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리 소수의 시민들이라도 할지라도 절실하게 원한다면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해야 하지 않냐”면서 “지역민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시정에 반영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집행부에 강력 주문했다. 당대당의 치열한 논쟁거리가 아닌 지역 현안문제로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원래 쓰던 길을 사용하게 해 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
박 의원이 집행부에 주문한 관련 진접 차량기지 개발은 지하철 4호선 연장에 따라 현재의 창동기지가 이전되는 사업지역이다. 위치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이며 개발은 서울시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국토부의 진접선 복선전철 기본계획 고시부터 시작된 해당 사업은 차량기지 위치 변경으로 기본계획이 변경되면서 예정보다 3년가량 지체된 상황이다. 공사는 남양주시의 도로에 대한 인가절차와 국토부의 차량기지 사업계획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내에 착수될 계획인데 이를 두고 금곡리 일부 주민들은 마을을 가로지르게 될 진입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사 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게 될 마을의 주 도로에 대한 도로계획 안에 마을주민들의 의견이 무시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역주민들 "우리 의견 무시됐다"
기자가 방문한 남양주시 금곡1리에는 ‘진접 차량기지 건설반대’ ‘주민의견 묵살하는 서울시는 각성하라’ 는 내용의 플랜카드가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금곡리 주민 A씨는 “차량기지 건설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에게 올 것이 분명한데,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 준 것이 없다”면서 “공청회를 할 때 자기들 (서울시) 공사편의를 위해 변명하러 온 것이지, 우리(지역민)들 의견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며 모든 게 통보식인 공청회는 애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우리주민들 의견이 갈린다면 몰라도 차량기지로 진입로와 관련해서는 모두 일치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서 “단순히 경제성만 가지고 수십 년 간 주민들이 사용하던 길을 놔두고 엉뚱한 곳에 길을 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마을주민 B씨 역시 “공사를 추진하는 서울시 보다 남양주가 더 밉다”면서 “서울시가 하자는 대로 마을주민들이 의견은 묵살하고 진입도로가 마을을 가로지르게 된다는데도 그 어 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을주민들은 “우리를 생각한다면 현재 쓰고 있는 길을 확장해 주면 되는 것”이라며 “있는 길을 두고 새 길을 내겠다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마을주민은 300여 명이다. 이날 마을주민 A씨와 B씨, C씨는 주민일동 서명 날인한 복사본을 기자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서명서를 가지고 서울시, 남양주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늘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지만 우리로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찾아다니며 호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C씨는 “서울시, 남양주시 모두 기존 현황도로로 할 경우 건물 열여섯 동이 저촉돼 새로운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도로와의 접속이 곤란하고 사고발생 우려가 있어서 반영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결국은 건설비용을 줄이기 주민들의 목소리는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팽팽한 주장...문제는 비용?
이들 주민들이 주장하는 현황도로와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진입로를 비교해 보면 마을주민들이 주장하는 데로 길을 낼 경우 도로 양측의 건물들이 철거돼야만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계획상 진입로는 한 개의 건물만이 철거되면 길을 낼 수 있지만 마을주민들이 주장하는 도로는 곡선으로 돼 있어 건물 열여섯 동의 건물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 건물들이 모두 철거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도로 곡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3개동의 건물만 철거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실제 철거우려가 있는 주민들 역시 진입로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그런데 도 남양주시는 현장에 나와 보지도 않고 탁상행정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을 주민 전체를 다 합쳐도 600여 명 밖에 안 되는 소수라서 남양주시가 관심도 없고 시의회조차도 관심이 없다”면서 “주민을 무시하는 지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울시·남양주시 관계자들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했다”
반면, 남양주와 서울시는 주민들의 입장과 달랐다. 남양주시 도시디자인과 담당자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어떤 주장도 할 수 있지만 해당 사안은 결정과정 속에서 주민설명, 의견청취 등 모든 절차가 정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청회를 가질 당시에는 관심도 없다가 공람공고와 고 시가 끝난 상황에서 갑자기 다른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난감해 했다.
이 담당자는 “마을 주민들은 경제적 이유로 진입로가 다른 곳에 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입장이 다원화돼 있는 상황”이라며 “차량기지 진입로 문제는 이렇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입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 도시철도과 담당자는 “이 사업은 2년 전부터 마을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눴고 협의했다”면서 “당시 협의된 데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올 상반기에 주민들 요구사항이 달라졌다”고 난처해했다.
이 담당자는 “애초 마을에 대책위원회가 4개나 있었고 사업을 계획하기 전부터 의견수렴을 진행했다”면서 “당연히 진입로는 이쪽(설계된)이 맞는 것 같다는 공감대까지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이 담당자는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사업”이라고 단언 하며 “당시 주민들 앞에 도면을 펼쳐놓고 여러분들 같으면 어디로 도로를 설계하면 되겠냐고까지 물어봤던 사업인데 주민들의 입장이 왜 바뀐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영희 시의원, “주민들 의견이 한곳으로 향한다면 들어줘야”
기자가 현장을 답사한 결과 진접차량 기지로의 진입도로 문제는 사실상 고시까지 완료되면서 실제 절차상의 문제나 변경될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주민들의 의견반영을 주장한 박 영희 의원은 “공무원들이 전문적인 경제성, 안전성 등을 고려한 상황은 인정된다”면서도 “차량기지 건설로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위협받게 될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평생 이곳에서 살아온 분들이 지금껏 사용하고 있는 길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것은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마을 분들의 목소리에 공사관계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이미 끝난 상황에서 주민들이 뒤늦게 주장한다고 하는데 라고 묻자 “나이 드신 분들이라 처음에는 진입로에 대해 잘 모르다가 뒤늦게 길이 다른 곳으로 난다는 것을 알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면서 “비록 늦었다고 하나 몇 십 년 터전을 잡고 살아오신 분들인데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모두가 피해자?...해결책은?
진접 차량기지 진입도로를 둘러싼 해당 논란은 서로의 팽팽한 주장 속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해당 사업은 4천억 가량이 들어가는 대형공사다. 차량기지가 들어가게 될 마을주민들은 사업계획 초기 집단이 4갈래로 갈라지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는 놓쳐버린 것으로 보인다. 기자에게 하소연하던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잘못도 일부 인정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문제점을 살피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았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몰랐다는 얘기다.
“우리가 눈만 뜨면 다니던 길이 없어진다면 말도 안 되잖아요.” 이 마을은 과거 사유지가 길로 사용되어 오면서 자연스럽게 마을길이 됐다. 마을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길이 다른 곳으로 나서 반대 방향이 막히게 되면 결국 마을 길(사유지)도 막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기지가 마을 위치와 너무 가깝다고 해서 주민들의 요구대로 최대치로 차량기지 위치까지 변경했다”며 “그러다 보내 차량기지가 해발 500m 지점까지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차량기지 건설로 주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고 최대한 요청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차량기지 위치 변경을 재차 실시해 애초 사업비보다 1천 억 원 가량이 증액됐다”고 말했다.
이 담당 자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로 진입도로를 하려면 교량 때 문에 감속차선도 있어야 하고, 삼거리로 좌회전 대기차선도 있어야 한다”면서 현실적 어려움도 호소했다. 진접 차량기지 이전 사업은 지난 2년동안 서로의 불신은 깊어진 가운데 행정소송 등 법적 다툼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각자의 입장만 피력하기보다는 진지한 논의를 통해 타협점이 찾아졌으면 한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