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농협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농협중앙회에 근무하는 B씨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 기획실은 농협 내부통신망인 ‘아리오피스’를 통해 각 부서 서무과장들에게 ‘직원 한명 당 최소 다섯 명씩 NH멤버스(농협 멤버십 플랫폼) 가입을 받아오게 하라’고 지시했고, 이런 요구를 받은 서무과장들은 직원들을 계속적으로 압박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모객에 나서기보다 구시대적인 발상의 마케팅 전략을 추진했다는 얘기다.
B씨는 “서무과장이 한 시간에 한 번씩 소매 걷고 쫒아 와서 왜 가입을 안 시키느냐고 달달 볶았다. 마치 보험회사처럼 부서마다 실적표까지 만들었다”며 “물론 가입비용은 없지만 지인영업 등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한 사회에서 아쉬운 소리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이용이 미숙해 앱도 설치할 줄 모르는 부모님에게 부탁하기도 어려워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B씨의 직무가 영업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제17조 등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종사해야할 업무에 관한 사항을 근로조건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근로자는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B씨가 영업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아님에도 중앙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가입 실적을 압박했다면 근로계약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한별 김수현 변호사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 종사해야할 업무를 포함한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 근로조건을 준수해야 하는데, 종사하는 업무와 무관한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위반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근로자는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고용노동부를 통해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현실적으로 근로계약의 해지는 어렵고 손해의 입증도 쉽지 않기 때문에, 부당한 요구에도 이를 구제할 방법은 딱히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NH농협은행 NH멤버스사업부 홍00 과장은 “저희가 주관부서로써 농협 전 계열사 각 부서에 많이 추진 좀 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한건 맞다”면서도 “강제는 아니었고 NH멤버스라는 농협사업을 모든 직원들이 동참해 활성화 시키자는 취지의 자율추진 운동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가입 실적을 압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농협중앙회의 경우에도 협조공문을 보냈는데, 어느 부서에 접수됐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아마 사업 담당하는 기획실 쪽으로 접수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한편 농협중앙회 측은 관련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NH멤버스사업부에서 협조 공문을 받은 적도 없고, 각 부서에 가입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기획실 정00 과장은 NH멤버스사업부에서 주관하는 자율추진운동에 대해 묻자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며 “공문을 받은 적도 없고, 문서(지시)를 내보낸 사실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취재과정에서 기자와 접촉했던 다른 기획실 직원은 “NH멤버스사업부로부터 요청이 와서 함께 시너지를 내자는 차원에서 전략을 만들어주고 한 것은 맞다"면서 강제로 지시한 건 아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