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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M현장] 소화전에서 물이 안 나온다고? … 화재 초기 진압 '난국'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지난 3월 10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인근 오피스텔 신축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인부 300여명이 긴급 대피하 는 사건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화재로 인한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은 세 시간 넘도록 이어졌고, 결국 약 10억원의 재산피해를 내고서야 진압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은 화재를 진압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설치돼 있는 소화전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초기 화재 진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보면 인도 위나 도로변에 설치돼 있는 ‘소화전’ 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소화전’은 화재 현장에서 소방 용수가 부족할 경우 현장에서 빠르게 용수를 공급받을 목적으로 상수도의 급수관에 설치된 소화호스를 장치하기 위한 시설을 말한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각 시·도지사는 소방 활동에 필요한 소화전·급수탑·저수조(이하 소방용수시설)을 설치하고 유지·관리해야 한다. 이를 주거지역, 상업지역 및 공 업지역에 설치할 때에는 소방대상물과의 수평거리가 100m 이하여야 하고, 그 외 지역의 설치는 140m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도로교통법은 소화용수시설 주변 5m 이내에 불법 주정차를 하면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즉, 소방용수시설이 소방대상물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거나 차량 등이 소화전을 가로 막아 화재 발생 시급 수 및 용수 활용에 제한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화재 진압을 위한 급수 및 소방용수 활용에 없어서는 안될 것 중 하나가 소화전인 만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소화전을 상시 사용가능한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소화전에서 물이 안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국민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한 화재 현장에서 소화전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3월10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 인근에 있는 신축 오피스텔 현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공사 중인 건물 안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354명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현장과 그 주변은 화재로 인한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불에 탄 각종 자재들이 건물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자칫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검은 연기에 섞여 주변으로 날린 재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마포소방서에 따르면 불은 건물 18층에서 외부 마감재와 옥 상을 연결하는 용접작업 중 발생한 불꽃이 마감처리 전인 건물 벽 외장단열재에 튀면서 발생했다. 외장단열재에 튄 불꽃으로 인해 발생한 불은 공사현장 주변의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아래층까지 번졌고, 화재 발생 3시간 30분가량 지난 오후 5시24분이 돼서야 지하8층, 지상18층 규모의 건물 절반 이상을 태우고 완전히 꺼졌다. 이날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는 무려 9억8,000만원가량. 그러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마포소방서 관계자는 “18층에서 작업을 하고 난 후 5분 정도 지나서 외벽에서부터 불이 시작됐고, 외벽이 타면서 불씨가 아래로 떨어져 옮겨 붙으면서 아래에서 다시 상층부로 불이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며 “다행히 354명 인부 전원이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고, 소방관 1명이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 외에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현장에는 소방차 44대, 소방관 149명이 출동했다. 그러나 현장에 부는 거센 바람때문에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화재 발생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에는 소방헬기까지 동원됐지만, 한 번 타오르기 시작한 불은 무서운 기세로 건물을 집어삼켰다. 



문제는 화재 발생 초기에 소방차와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현장 주변에 있었던 소화전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을 위한 충분한 용수공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화재 초기에 불길을 잡는데 실패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화재 현장을 지휘하던 마포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서는 (소화전의)수리조사를 하고, 상수도사 업본부에서 공사를 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예산이나 이런 여러 가지 문제로 수리되지 않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내 소방용수시설 6만개 …99%가 소화전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설치된 소방용수시설은 총 5만9,782개. 그 중 소화전(지상식·지하식)은 5만 9,391개로 소방용수시설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많이 있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소화전은 옥외 소화전과 옥내 소화전으로 구분된다. 두 종 류 모두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옥외 소화전은 다시 지상식과 지하식으로 분류되는데, 길거리에 설치돼 있 는 50~60cm 정도의 빨간 기둥이 옥외 지상식 소화전(1만 7,070개)이고, 맨홀 뚜껑에 노란색으로 ‘소화전·주차금지’ 라고 표시돼 있는 것이 옥외 지하식 소화전(4만2,321개)이다. 


옥외 지하식 소화전은 총 5만9,391대의 옥외 소화전 중 71.2%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설치돼 있다. 지하식 소화전이 지상식 소화전보다 월등하게 많은 이유는 지상식 소화전 설치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골목에 설치가 가능하고, 겨울에 얼기 쉬운 지상식 소화전에 비해 동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옥내소화전은 건물 내부의 벽 한 켠에 비상벨과 함께 설치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화전의 관리는 기본적으로 소방서에서 맡는다. 그러나 시설에 보수가 필요한 경우나 소화전을 새로 설치해야 할 경우에는 상수도사업본부가 그 일을 맡는다. 이처럼 소화전 관리가 이원화돼 있는 이유는 수도법 상수도사업자 외에는 상수도 시설의 설치나 변조 등을 할 수 없기 때문 이다. 또한 소방서에서 이를 할 경우 별도 의 용수팀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진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재난본부는 소화전 설치 및 보수 소요가 발생하면 이를 위한 예산을 신청하는 것과 별도로 상수도사업본부에 이에 대한 공사를 요청한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소방재난본부의 요청에 따라 소방의 예산을 바탕으로 소화전 설치 및 보수 공사를 진행한다. 이는 수도법에 의한 것”이 라며 “상수도 시설의 설치나 변조는 수도 사업자의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공사를 위해서는 소방서 자체 적으로 별도의 용수팀이 필요한데, 상수 도사업본부에 공사를 요청하지 않고 소방서가 별도의 팀을 유지하면서 직접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상수도사업본부에 공 사를 위탁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 역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소방서의 예산을 받아서 소화전 설치나 보수를 위한 공사만 대행 하고, 기본적인 유지관리는 소방서 소관” 이라고 말했다.




물 안 나오는 소화전, 서울에만 2,000개


그렇다면 상암동 화재의 경우처럼 소화전은 설치돼 있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보수가 필요한 소화전은 얼마나 될까?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6월30일 기준 지상식 소화전은 881개, 지하식 소화전 1,320개 등 총 2,221개다. 또 다른 소방용수시설인 급수탑은 10개, 저수조는 11개가 고장 난 상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규정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소화전이 전체의 5%를 넘으면 안 되기 때문에 각 소방서 에서는 매달 관할지역 내 소화전에 대한 점검을 통해 소화전 기능을 확인하고, 동절기가 시작되기 전과 후인 3월과 10월, 연 2회에는 일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고장이 확인된 소화전에 대해서는 우선순위에 따라 상수도사업본부에 필 요한 공사를 요청하고 있다.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선 순위는 소화전에서 누수가 심각해 인근 주민들에 피해가 발생하는 곳이나 지역 내 소화전 여러 군데가 고장 나 있는 경 우, 전략지역 내 소화전 고장 등을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소화전 설치 및 보수를 위해 편성된 예산은 설 치비 3억6,000만원, 보수비 19억2,000만원이다.



내년부터 유지보수에 힘쓸 것


그는 “예산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고장난 상태의 소화전이 좀 있는 상태고, 서울의 경우 2002~2003년 당시 소화전 을 집중적으로 설치했기 때문에 현재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어 고장 난 소화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화전 유지관리를 위한 내년 예산을 편성해서 올렸는데, 얼마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새로 소화전을 설치하기 보다는 현재 설치돼 있는 소화전의 보수에 집중해서 고장 발생률을 낮추 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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