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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통합과 대변화의 기대를 안고 여성대통령시대 열렸다


현대 한국역사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안 나온 여성 대통령이 나온 것이다. 유교적 가부장 의식이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 대통령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길고 깊은 여운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에게 반대표를 던졌던 사람들도 이것만은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과 같은 유교적 가부장 사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번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여성 대통령을 맞을 수 있는 시기는 아마 한참 후대의 일이 될 것이란 사실이다.

한국에서 여성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 여성 정치인들이 극히 소수인데다, 그들이 당 대표와 같은 중요 당직을 맡을 확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아직 한국에서는 여성에게 고위직의 경험을 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박 후보는 그런 희귀한 사례에 속하였던 예외적 인물이다. 이렇게 힘들게 탄생한 박근혜 대통령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며 또 그렇게 돼야 한다. 특히 우리의 인식과 관습같은 잘 변하지 않는 의식과 문화를 뿌리째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성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

남성들은 여성들이 어떤 차별과 고통을 받고 있는지 막연하게 알고는 있지만 그것으로 그만이다. 더 이상 알려고도 하지 않고 그걸 주장하는 여성엔 ‘낙인’을 찍기 일쑤고 페미니스트 남성들을 ‘별종’ 취급 한다. 한국 여성들은 4중고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여성이란 이유로 받는 성차별이다. 이 성차별은 때와 장소에 따라 폭력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나타난다.

둘째, 주부로서, 가사 일을 전적으로 혼자 감당한다. 남자들은 돈 버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하지만 집안에서 그 돈으로 살림을 사는 것, 요리하고 쇼핑하고 청소하고 관리비 내는 등 온갖 궂은 일을 조리 있게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기관으로 치면 재무장관, 행안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교육부장관 등을 도맡아 해야 한다. 남성들은 생산업에만 종사하면 되지만 말이다.

셋째, 어머니로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다. 이 일은 아무리 의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산모의 목숨을 거는 일이고, 아이가 혹시 잘못 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무엇보다 이 일은 끝없이 이어지는 평생업이다.

넷째, 이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돈 벌이에 나선다. 젊은 세대든 중년 세대든 남자들은 여성들이 돈벌이하기를 바란다. 요즘 ‘자아 실현’을 위해서 직장을 가진다는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남편들이 여성을 돈벌이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4중고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여성들을, 여성 대통령이 차별을 공감하고 위로하기만 하더라도 사회는 밝아지고, 여성들이 행복을 향하여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



한 집안이 잘 되려면 온 식구가 화합하고 힘을 뭉쳐야 한다. 그러려면 구성원들 중에 차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 한국이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려면 이제는 남성들만의 힘으로는 무리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차별 받지 않고 남성과 공평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우리 여성들만의 힘으로도 높은 문지방을 뛰어넘을 수 있음은 자명하다.

여성의 사회 및 경제 참여가 늘어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인식과 인정 차이로 여성들이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을 내세우고 당선되었다. 여성이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해지고, 나라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다. 한때 우리 민족의 장점이었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역동성’의 회복도 여성의 차별을 없앰으로써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가의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것을 운용하고 집행하는 사람들과, 그 대상이 되는 국민들이 불평불만만 하고 상호 소통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은 선택’이므로 선택 받지 못한 곳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런 것에서는 이미 불평불만과 저항의 씨앗이 잉태되고 있다.

이상적인 정치는 정책의 대상인 국민들 개개인이 소외된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고, 언젠가는 나에게도 공평한 기회가 온다는 믿음을 갖는다면 정책의 부작용은 최소화되고 효과는 극대화된다. 그러면 정책은 유연하게 순차적으로 적재적소를 찾아 시행하기만 하면 각 부문이 조화롭게 골고루 잘 살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정책을 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여성과 같은 차별 받는 자와 약자들을 공평하게, 진심으로 올바른 대우를 하고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성의 특징은 보살핌이다. 그 보살핌의 리더들이 사회 곳곳을 보살피면 사회의 불평불만은 점점 사라진다. 그리하여 국민 각자의 잠재적, 본원적 능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해낼 것인가.

여성의 힘과 여성 리더십의 평가

하버드대 심리학자인 캐롤 길러건은 ‘In a difference Voice’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 남성은 권위와 가족에서 떨어져 나오려고 하지만 여성은 그것들에 연결하고자 한다.
■ 남성은 자기 지향적(self-oriented)이나 여성은 타인 지향적이다.
■ 남성은 권리 지향적이나 여성은 책임 지향적이다. 여성 마케팅 전문가인 마사 발레타(Martha Barletta)는 ‘Marketing to Women’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남성은 개인 관점(individual perspective)이지만 여성은 그룹 관점(group perspective)이다. 즉 남성은 ‘me’, 여성은 ‘we’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 남성은 ‘자기 독립’에서 자존감을 찾는 반면에 여성은 ‘팀 성취’에서 자존감을 얻는다.
■ 남성은 비전에 초점을 맞추어 집중하는 한편, 여성은 비전의 주변을 아우른다. 여성의 시선이 넓고 배려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여성은 남의 얘기를 듣는 참을성이 남성의 두 배다.
■ 접촉감(touch)에서 가장 민감한 남성이 가장 둔감한 접촉감을 느끼는 여성보다 무디다.
■ 태어난 지 3일 밖에 안 된 여자 아기는 남자 아기보다 두 배나 길게 눈을 맞춘다.
캘리포니아대 비즈니스 스쿨의 주디 로제너 교수는 ‘America’s Competitive Secret’에서 여성은 ‘연결’과 ‘친밀감’의 언어를 말하고 듣는 반면에 남성은 ‘신분’과 ‘독립’의 언어를 말하고 듣는다. 즉 남성들은 ‘정보’를 얻고 ‘지위’와 ‘신분’을 앞세우고, ‘독립성’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반해 여성은 ‘관계’를 만들고, ‘상호교감’을 격려하고 ‘느낌’을 교환하고자 한다.
호주의 신체언어(body language) 전문가인 바바라 알랜 피스 부부는 ‘Why Don’t Listen & Wome Can’t Read Maps’에서 아래와 같이 성적 차이를 말했다.
여성은 자녀들의 친구들과 자녀들의 희망, 꿈, 로맨스, 비밀스런 공포와 그들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과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잘 알고 있다. 반면에 남성은 자기 집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희미하게 알고 있을 뿐이다. 구석기 시대 이래 남성은 동굴을 나서서 사냥에 나선 본능을 DNA에 각인했고 여성은 동굴을 지킨 본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냥의 본능을 받은 남성은 타깃에 집중하지만 여성은 동굴을 침입해오는 침략자들에 맞서 아이들을 지켜야 하므로 시야를 넓게 보고 아주 작고 예민한 움직임도 포착하는 데 능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여성은 직관이 발달하여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 남성들보다 탁월하다.
■ 여성은 말하는 걸 좋아하지만 남성은 조용히 자신과 대화한다.
■ 여성은 여러 가지 기능을 동시적으로 할 수 있고(multitrack)이고 간접적이다.
■ 여성은 감성적로 대화하고 남성의 언어는 드라이하다.
■남자 아이는 물건을 좋아하고 여자 아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 남자 아이는 경쟁적이고 여자 아이는 협력한다.
■ 남성은 틀리는 걸 싫어하고 그들의 감정을 감춘다.
■남성들은 도표와 비교와 랭킹을 선호한다. 여성들은 나레이티브에 끌린다. 여성들은 보다 더 맥락적이고 전체적(holistic)이지만 남성들은 헤드라인을 중시한다. 

여성이 얼마나 관계적인가를 알 수 있나? 그 예를 보면 미국의 한 주식중개인은 남성 고객은 자신에게 2.6명의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반면에 여성 고객은 무려 21명을 소개시켜 주더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 테렌스 오딘과 브래드 바버 교수에 따르면 여성 투자가들은 가족의 안정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와 장기적 투자를 한다. 이에 비해 남성들은 게임처럼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남성들은 충동적 투자를 한다는 걸 암시한다. 여성이 금융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여성들은 남성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이런 많은 장점을 가진 여성들을 한 사회가 충분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일임을 알 수 있다. 남성 중심 사고와 지배 체제는 몸과 마음에 붙어 있는, 마치 자연스런 옷처럼 ‘습관적’ 타성으로 각인돼 있다. 이는 대통령과 같은 최고 지도자가 여성이 되지 않고서는 완강한 저항에 균열조차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무거운’ 제조업을 여전히 중요시해야 하지만 IT와 바이오, 환경, 로봇 등 첨단 과학기술 산업과 서비스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분야는 여성의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는 곳이다.

세계적인 경제·경영학자들은 일찍이 선진국의 ‘여성 경제화’를 예고해왔다. 사실 한국은 원래부터 가정 경제를 여성들이 장악하고 있다시피 하기 때문에 부부간에 돈 주머니를 따로 갖고 있는 서구 국가들보다 ‘여성 경제’에서 앞서 갔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남아 있는 분야의 개척과 발전은 여성들의 손과 머리에 달려 있다.

이 시점에서 여성 대통령이 여성적 발상으로 기존 정책에 변화를 주고 섬세하고 구체적인 추진으로 뒷받침하여 잠자는 여성의 잠재력을 깨운다면 ‘대성장의 신화’도 가능한 그림이다. 이들 저명한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이 시점의 한국 사회에서 여성 리더십과 여성의 참여 확대는 매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남성들도 많은 장점이 있지만, 지금은 여성들의 역할이 더 필요하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남성과 여성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만들어가는 국가와 기업, 공공조직, 가정이 되어야 한다.

남성문화가 자초한 현대 문화의 타락, 지난 100년간 서양을 지배한 ‘분노’와 ‘반항’의 감정은 여성이 치유해야 할 과제다. ‘신이 죽었다’고 외치고 당당하게 섰던 서구 지식인은 허무감에 시달려야 했다. 두 차례 걸친 세계대전의 참혹한 상처와 그 후에 찾아온 풍요는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이유 없는 분노’가 대중예술의 상업성과 합쳐지면서 ‘분노의 아이들’이 대량으로 ‘생산’되었고, 그들은 타락의 늪에 빠져들었다.

이윤에 철저한 기업들은 심지어 이 ‘분노’를 마케팅에 이용했다. 할리 데이비슨은 ‘반항(rebel)’을 상품화했다. 점잖은 도시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검은 가죽옷으로 갈아입고 거칠게 질주하는 본능을 자극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걸 정서를 자극하는 ‘스토리 마케팅’라고 떠벌린다.

오늘날 서구 문화의 타락은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그 복잡한 요인들은 이미 다 밝혀져 있고 여기서는 그걸 논하는 자리는 아니다. 문제는 이런 정신적 ‘질병’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데 있다. 그러는 사이에 서구 경제의 근간인 금융 산업과 관료조직, 의료산업, 공기업 등 거대 조직들과 구성원들이 ‘타락’과 ‘무기력’에 빠져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서구 선진국이 유발한 세계경제 위기는 저 심연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여기에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무기력한 현상은 한국도 그 정도와 성격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뿐 별반 차이가 없다. 왜 그럴까? 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가? 주류 엘리트 출신 남성들이 지배하는 체제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핀란드, 독일, 영국 등 여성 정치지도자들을 가졌거나 여성들의 참여가 활발한 국가들은 위기를 잘 극복하고 발전하고 있다. 한국은 거대 조직부터 문화를 바꿔야 한다. 여성과 고졸 출신 사원들의 채용 확대로 조직 문화를 흔들어야 한다.


‘약자’가 더 사랑하는 이들이다

여성학자인 정희진 씨는 그의 책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쪽은 언제나 ‘약자’이거나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상황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쉬운데, 이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감정은 정치의식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22-23)

또 “한국 사회는 피해자가 직접 말하는 것, 사회적 약자가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배 규범에 벗어난 ‘다른 목소리’라도 내려 하면 그 작은 목소리마저 ‘폭력’이라고 흥분한다.”고 정희진 씨는 말했다. (42)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계기로 한국의 남성들은 새삼 자신과 자신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여성 경제’는 한국을 통째로 바꿔야 가능한 일

한국이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온적인 ‘개선’ 정도를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그동안 ‘여성 지위 향상과 참여’에서 늦었던 만큼 미국과 유럽보다 더 앞서 치고 나가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경영학자인 톰 피터스의 말처럼 총체적으로 여성 중심 경제 구조로 바꿔야 한다.

중동의 자유화 시위를 보면 여성들이 시위의 전면에 나서고 있고, 중동 이슬람 국가의 여러 국제 컨퍼런스에서도 여성들의 참여들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러시아 여성 로커들이 투옥을 각오하고 푸틴을 조롱하는 공연을 벌였다. 감히 남성들이 흉내조차 못 내는 일을 러시아 젊은 여성들이 해내고 있다.

한국 여성들이 좀 앞섰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제 여성의 참여는 선진국이 앞서고 그 뒤를 후발국이 따라가는 정도가 아니라, 동시에 진행 중인 세계적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마사 발레타는 “여성은 니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기존의 인식과 벽을 깨야 한다.

근혜노믹스의 관점

박근혜 경제공약은 이명박 정부와도 다르고, 노무현 정부와도 다르고 민주통합당과도 다르다. 이명박 정부의 소위 ‘7·4·7정책’, 즉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과 같은 공약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당시에도 그 공약이 지켜질 거라고 본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이명박 정부가 세계적인 두 차례 경제위기 속에서 선방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리한 목표 설정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적인 대통령이었으나 거창하고 추상적인 비전 제시라는 점에서는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였고 ‘신자유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박 대통령은 거시 목표 달성이란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중산층 비율을 현재의 64%에서 70%로 높이고, 고용율도 59.7%에서 70%로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전체의 담론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다.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와 주제는 비슷했지만 토론에서 보았듯이 박 대통령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오랫동안 숙고하고 준비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입에 따라다니는 ‘민생’은 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이 마련한 ‘국민행복지수’를 보면 그 핵심을 알 수 있다.

GDP 성장률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경제지표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선진국에서도 많았지만, 실제로 공약으로 제시하고 실천하려고 하는 정부는 아마 처음이 아닐까 한다. 국민행복지수란 고용률, 의료지표, 소득분포도, 지니계수, 교육지표, 가계부채, 저축률, 절대 빈곤율, 물가상승률 등이 반영된 지수다. 개인의 행복을 이런 지수 관리를 통해 챙기겠다는 뜻이다. 또 경제를 다른 것들과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복지와 교육 등과 연계해서 바라보고 그걸 실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획기적인 발상 전환으로 볼 수 있다. 국가 책임 보육,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 등은 역대 대통령 공약과는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준다.

이를 테면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공약을 보면, 0~5세 무상 보육, 초등학교 예체능 전일 수업제, 고교 무상 교육, 신혼부부 임대주택 확대, 자녀 대학 등록금 절반 완화, 4대 중증 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 질환) 100% 국가 책임, 노인장기요양보험 확대 등으로 이뤄져 있다. 또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혼용하였다.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일하는 복지’ 정책도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도 유심히 살펴볼 만한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는 ‘낙수 효과’로 성장정책을 옹호했다. 실제로 ‘낙수 효과’가 있었는지는 측정이 쉽지 않고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알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양극화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고, 이를 본 대기업들도 정부 성장 중시에 기대고 ‘낙수 효과’에는 인색했다는 비판을 면키는 어렵다.

근혜노믹스는 그동안 성장주의자들이 감행하기를 꺼렸던 근로시간 단축, 공공부문 고용확대를 제시했다.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정리해고 사유 기업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발상도 경제부처 관료들의 발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사실 이런 발상 개혁을 관료들이 주도하기엔 애초부터 어렵다. 학력차별 시정과 정규직 전환 확대,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비정규직 및 특수고용직의 사회보험 적용확대, 최저임금기준 인상도 과감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런 정책들을 내놓으면 경제 관료들은 일단 기업의 인건비가 부담된다며 단기적 부작용을 이유로 논의 자체를 거부할 테지만, 박 대통령은 내수가 갈수록 침체되는 상황에서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영국의 대처 총리 혹은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벤치마킹할 거라는 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출범식에 참여해 여성리더십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지금은 어머니와 같은 희생과 강한 여성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또 “여성 대통령 시대로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자.”고도 말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신라시대 선덕, 진덕 여왕을 제외하고는 여성 군주가 없었다. 여성의 지위에 있어서도 고려 시대 이전에는 비교적 높은 편이었으나,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 바깥의 일이라 하여 정치와 경제, 사회생활에서 철저히 배격되고 오로지 집안으로 제한되었다.

고대 문화에서 ‘여성성’은 ‘생명’과 ‘풍요’를 상징했다. 유교적 이념을 사회지배 도구로 삼은 동양 사회는 ‘여성성’을 폄하하면서 생명력을 잃어버렸고 결국 서양에 허물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왕을 꼽으라면 대영제국의 엘리자베스 1세라는 데 이견이 없으리라. 엘리자베스 여왕 1세는 당시 유럽을 좌지우지 했던 로마교황의 간섭을 뿌리치고 프로테스탄트 국가로서 영국의 독립을 확고히 했을 뿐만 아니라, 스페인무적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세계정복의 길을 열었다.

여왕은 또한 청교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영국 문화를 풍요롭게 했을 뿐만 아니라, 연극을 통하여 영국민을 세계화 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강한 아버지 밑에 강한 아들보다는 강인한 딸이 나온다고 한다. 딸이 아버지를 더 닮는다는 속설이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맞는 것 같다.

보수주의는 체제유지적인 남성문화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주의의 맥을 잇고 있다는 새누리당에서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한국의 보수주의는 ‘조국근대화’란 사명에 너무 열정과 혼을 다 쏟은 탓인지 어느 때부터인가 아이디어는 고갈되고 피로 현상에 젖어 있는 듯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사랑’과 ‘보살핌’, ‘구체성’과 ‘생명력’으로, 낡은 보수주의와 남성문화로 지쳐가고 있는 한국호에 새 희망을 불러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대처, 메르켈,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롤 모델로 삼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중에서도 같은 이공계 출신인 메르켈 독일총리에 더 친밀감을 느끼고 있으며 메르켈 시대에 열매를 맺은, 대화와 타협으로 안정적 노사관계로 튼튼한 산업 경쟁력을 갖춘 독일 후기경제 모델을 중요하게 벤치마킹할 것으로 짐작된다.

메르켈의 전임 슈뢰더 총리가 재임하던 2000년대초 독일 경제는 높은 실업률과 과중한 통일 부담으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우파인 메르켈 총리는 슈뢰더 좌파 정부의 개혁 정책을 계승하여 추진한 결과 오늘날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경제를 보여주고 있다. 근혜노믹스를 보면 메르켈 독일 정부의 정책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그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민주통합당의 진보 정책도 과감하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아버지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동시에, 인자하고 섬세하고 때로는 남편에 직언을 서슴지 않는 어머니의 훈육을 더 강하게 받았다. 아버지가 역사적 평가에서 부당하게 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해서 아버지 명예회복에 무척 노력했으며,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존경을 감추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는 나라와 결혼했다고 선언하며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영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엘리자베스 1세와 같이, 배고픔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아버지와 같이, 세계 강국의 꿈을 실현시킬 대망을 품고 있을 것 같다.

여성의 특질 중에서 흔히 남성들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여성은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는 특질을 갖고 있다. 남성들은 초반에 큰 소리 치다가도 나중에 꼬리를 내리고 슬쩍 감추고 잃어버리는 용두사미형이지만, 여성들은 누가 한 말을 기억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관성을 지키는 것도 이런 특질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처와 메르켈도 원칙을 고수했다. 세계에서 가장 전투적인 노조세력에 맞선 대처 총리, 좌파 개혁 정책을 자파인 우파 동료들과 좌파 노조들의 협공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이어 받는 메르켈 총리의 용기는 남성 지도자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여성 지도자의 면모다. 박 대통령에게서 보이는 믿을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 구축은 이런 ‘여성적 강인함’의 결과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관료와 기업들은 박 대통령의 입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성 리더와 같으리라고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초기에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의지의 상징적 사건인 ‘전봇대 뽑기’로 큰 호응을 받았지만 얼마 안 돼 ‘규제완화’ 의지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여성으로서 박 대통령은 그가 한 말, 그가 말한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의 과제

한국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질주해왔다. 길도 없는 거친 들판을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돌부리에 부딪치고 엉겅퀴에 상처가 났다. 때로는 천둥 치고 비바람 치는 광야에서 쓰러질 뻔하기도 하였다. 지난 반세기를 달려오면서 많이 지치고 갈등과 대립의 앙금이 켜켜이 누적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생이 바로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영광을 압축하고 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부모가 모두 총탄으로 숨지는 아픔을 경험했다. 이제 좀 숨고르기를 하고 달리기만 했던 말에 꼴을 먹이기도 하고 새 말을 갈아타야 할 시점이다. 그런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첫 번째 할 일은 무엇보다는 어루만지고, 쉬게 하고 상처와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 ‘대통합’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시절을 회고해보면 극한의 반대와 갈등이 있었다. 극렬 반대와 언론의 딴지걸기로 임기 초반부터 각종 정책들이 표류하고 많은 저항으로 국력이 낭비되었다. 이런 갈등과 앙금을 풀어내야 한다. 남성 대통령보다 여성 대통령이 그런 일에 더 적합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국민의 잠재력을 한곳으로 집중시켜야 한다. 국민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면 경제에서도 싸이의 ‘말춤’ 같은 한류 경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대통합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내야 한다. 해묵은 지역 갈등을 봉합하여 진정한 화합의 길을 열고, 과거 정치적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보상을 해주고, 그리고 경제적 최빈곤층을 확실하게 나라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도 경제적 약자들이다. 청년 실업자들의 취업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수단을 단기, 중기, 장기별로 꼼꼼하게 마련하고 어김없이 추진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경제민주화와 성장의 조화이다. 국민들은 퍼주기식 경제민주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의 양극화를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 모순을 풀 묘수의 안을 내놓아야 한다. 박 정부의 창조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세 번째 과제는 중산층 70% 육성정책의 효과를 내려면 열심히 하고자 하는 중산층과 중산층 후보군들에게 신명나게 일하는 판을 벌여줘야 한다.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족집게 지원책을 속사포처럼 쏘아줘야 한다.

네 번째는 반값 등록금 등 복지 공약을 시행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든다. 약 100조원이 든다는 계산도 있다. 복지 정책을 무조건 보편적으로 접근하면 남부 유럽과 일본과 같은 ‘부채 국가’로 갈 수 있다. 복지를 ‘지렛대’ 효과로 접근해야 한다. 복지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미치게 하되, 그들이 자립 의지와 안정감을 갖도록 하고 그런 정책이 지렛대가 되어 국민 전체의 역동성과 참여의식을 높이도록 한다. 이를 위한 수단은 ‘진정성 있는’ 소통밖에는 없다. 바로 여성의 보살핌 리더십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두레’ 및 ‘신바람’ 전통을 볼 때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진심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다섯 번째 과제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제시와 포용이다. 이번 선거를 통하여 표를 모으는 데 있어서 보수와 진보 이념은 별로 득이 되지 못했다. 양 후보 간의 차이는 별로 느낄 수 없었고 ‘신뢰성’, ‘능력’, ‘현실성’ 등이 주목 받았다. 이제는 이념적 논리성과 일관성은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중도가 많아졌고 ‘이념’에 대해 꺼리는 국민들이 많다는 의미다.

공허한 이념보다는 ‘발전 프로젝트’를 위한 실천 로드맵, 그 기저의 패러다임 등이 더 설득력 있다. 이는 정책의 홍보와 추진에서도 국민들을 용이하게 이끌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념’은 프로젝트를 담아내기에는 너무 막연하고 무겁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정치 패러다임은 선거용으로 급조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것을 지금이라도 실수요자이자 실제 영향을 받는 현장의 목소리를 규칙적으로, 심층적으로 들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그것을 노련한 전문가와 정책 집행자, 이해 관계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정책화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야당에게 설득하는 데 있어서도 백전노장의 노련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설득과 타협의 역할은 패기의 젊은 정치인이 아니라 경륜 있는 정치인들의 장기임을 유념해야 할 것 같다. 여섯 번째, 우리 젊은 30-40세대들은 상처 받고, 메마르고 이기적이다. 눈은 높고, 현실은 따라주지 않고, 인내심은 적고 성공에 조급증을 낸다. 이들을 다독여주고 그들의 성취 욕구를 분출하도록 해줘야 한다. 반값 등록금은 이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단서는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곱 번째, 초중고 학생들에게 인성교육과 진로직업 교육과 상담을 강화하여 자율적, 독립형 인간을 육성한다. 인성과 진로직업 교육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정규직 선생도 있어야겠지만 그보다는 덕망 있는 은퇴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은퇴자들은 유대인의 랍비처럼 청소년들의 인성과 도덕윤리관, 직업관을 경험과 모범으로 보여줄 수 있다.

여성대통령 시대가 막상 열리자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내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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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물망초人 수상자로 도쿄대 오가와 하루히사 명예교수 선정
국군포로와 납북자, 탈북자 등 역사의 조난자들을 위해 행동하는 양심 '사단법인 물망초'가 도쿄대 오가와 하루히사 명예교수(84세)를 제3회 물망초人 수상자로 선정했다. 오가와 하루히사 교수는 일본에서 ‘북한인권운동의 시조’로 불린다. 1994년에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北朝鮮帰国者の生命と人権を守る会)’을 창설해 대표를 역임한 이후 2008년에는 정치범수용소 폐지를 주장하는 No Fence(북조선 강제수용소를 없앨 행동 모임, 北朝鮮の強制収容所をなくすアクションの会)를 창설해 지금도 대표를 맡고 있는 현역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매료돼 재일 한국인 북송을 지지하던 학생이었던 그는 1993년 8월 일본 도쿄의 한 식당에서 열린 북조선 귀국자 모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1994년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을 창설했다. 이후 활동의 초점을 전반적인 북한 인권문제로 옮겨 강제수용소 철폐에 전력을 기울이며, 강제수용소의 실상을 고발하는 탈북자 수기 읽기 운동을 벌였다. 결국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에 이어 ’No Fence’라고 하는 북조선 강제수용소를 없앨 행동 모임을 만들어 80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