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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0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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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진주 살인 사건’ 계기로 조현병 관리 가이드라인 필요

 

지난 4월 17일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있다. 이번 사건도 관계 당국이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더라면 무고한 시민의 희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심증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현병 환자에 의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 5명이 죽고 15명이 다치는 사고는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큰 사건이다. 이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종합대책 없이 말단 파출소와 경찰관에게만 책임을 묻는 선에서 유야무야 할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잠재적인 갈등 지수가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는 경고는 나온 지 오래다. 조현병 환자 등 정신질환자 및 후보군들의 이상 행동과 충동적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사건을 저지른 안인득은 2010년 행인을 칼로 위협하다 붙잡힌 결과 조현병 환자임이 밝혀졌다. 그는 그 이전부터 그런 증상이 있었음에도 사전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행인 위협 사건으로 환자임이 밝혀진 셈이다. 그가 언제부터 그런 상태였는지는 모르나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치료를 받았다가 그 후 범행 직전까지 2년여 동안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아파트 등에서 여러 차례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고 주민들의 신고가 잇따랐으나 그 누구도 그를 치료 받게 하거나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사례가 진주에만 있을 리가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지자체와 정신 병·의원과 정신건강증진센터, 경찰 간의 유기적인 정보 공유와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일선 파출소와 출동 경찰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본다. 경찰이 병력을 알고 있는 진주시와 정신병원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더라면 주민들의 신고를 유념하고 치료 및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또 설사 정보 공유가 있었더라고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조현병 환자와 환자 후보군을 섣불리 조치하다간 괜한 문제에 휘말릴 수 있겠단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우울증을 앓고 있는 형을 강제입원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검경의 조사를 받고 결국 재판을 받게 된 점도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기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우리나라는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인권,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의식과 제도는 상당히 강화된 반면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권력은 크게 위축돼온 것이 사실이다. 시민 안전의 직접적 피해는 나중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경찰이든 행정당국이든 위험 증세가 있는 정신질환자들을 사전에 조치를 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시민들이 희생됐다며 일선 경찰을 징계한다면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는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의 주장대로라면 적극적인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하려다가 오히려 처벌을 받는 모양새가 될지 모른다.

 

이재명 지사는 진주 사건이 일어난 그날 오후 “정신질환자로 인한 묻지마 범행을 막는 법 제도는 여의도 광장 질주사건으로 이미 1995년에 생겼지만 병을 인정하지 않는 정신질환의 특성상 고소고발과 민원이 많아 공무원과 전문의들이 이 제도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조금만 잘못이 있으면 말단 책임자에 대한 징계는 확실히 내리는 반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은 등한히 하고, 사전 조치로 인한 공적 포상은 흐지부지하거나 적당히 나눠가진다. 이와 같이 잘못했을 때 처벌은 크고 잘했을 때 보상은 미미한 행정 문화에서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을 기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을 계기로 인권과 개인정보보호 대 시민 안전 간의 상충되는 권리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균형 있게 합리적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만들 필요가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감정적인 여론과 희생양부터 찾는 언론 보도에 좌우되어 행정 책임자부터 처벌하는 관행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 성숙한 법치주의와 신뢰받는 행정이란 철저한 진상 파악과 책임 회피 문화를 차단하는 종합적인 제도와 구체적 매뉴얼 마련과 공정한 집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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