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이 기술 경쟁을 넘어 ‘IP 전쟁’ 시대로 접어들며 기술 고도화와 브랜드 영향력이 기업 생존 요소로 부상했다. 이제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은 단순한 법적 권리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 자산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국 TCL를 비롯해 글로벌 후발 주자들과 벌이는 상표권·특허권·디자인권을 둘러싼 분쟁은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TV·디스플레이·가전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IP 충돌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국가 기술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 전자기업, 미국서 특허 소송 급증 삼성전자·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몇몇 개의 기술 특허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미국 월풀(Whirpool)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LG전자를 대상으로 전자레인지 특허 침해 소송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했다. 월풀은 자사가 보유한 ‘오버 더 레인지(Over-the-Range)’ 전자레인지 특허인 조리+환기 기능 결합 구조를 삼성·LG가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삼성·LG 제품의 미국 수입·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삼성과 LG는 상대측의 소장 내용을 분석하며 법적 대응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NPE(특허관리기업)의 집중 타깃이 되며 미국 내에서만 연간 80건 이상 특허 소송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OLED·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 분야에 소송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 사례는 픽티바(Pictiva Displays)와의 분쟁으로, 이 회사는 OLED 관련 2개 특허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에 약 1억9140만 달러(한화 약 2800억원)의 배상 평결을 내렸고, 삼성은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NPE 소송이 증가하는 배경은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고의적 소송으로 표적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디스플레이·가전 분야에서 소송이 이어지며 미국 내에서 연간 10건 내외의 특허 소송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 NPE인 몬디스 테크놀로지(Mondis), 일본 맥셀(Maxell)과 미국 현지에서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TV·모니터 특허 소송이다. 이 소송과 관련해 LG전자는 지난해 8월에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서 최종 승소했으며, 약 1430만 달러(한화 약 210억원)의 배상 의무가 해소됐다. ◇기술 격차 축소와 시장 재편이 불러온 IP 전쟁의 장기화 OLED·Q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는 특허가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면서 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패널, 화질 엔진, 스마트TV OS 등 핵심 기술에서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디자인 모방 논란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TV 베젤, 스탠드, 가전 외관 등에서 유사 디자인이 반복되며 한국 기업들은 디자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술 상향 평준화로 제품 차별화 요소가 줄어들면서 디자인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고, 관련 분쟁도 확대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산업 구조 변화도 분쟁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동남아 제조사의 기술력이 빠르게 상승하며 한국 기업과의 격차가 좁혀지자 특허·디자인 충돌이 빈번해지고 있다. 여기에 시장 재편과 프리미엄 제품 경쟁 심화로 기업들은 IP를 시장 방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 기반 화질 개선, 음성 인식, 맞춤형 UI 등 신기술 확산도 분쟁을 복잡하게 만들며, 한국 기업에는 다층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기업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구조적 문제 국내 기업의 IP 분쟁은 산업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소송을 통해 한국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입증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난다. 이러한 갈등은 역설적이게도 특허·상표·디자인 등 지식재산 보호 체계가 정교해지고, 산업 생태계의 안정성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결국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IP 관리 역량은 기업의 생존을 넘어 경쟁력의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국제 소송이 장기화되면 막대한 법률 비용이 발생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판결에 따라 제품 판매가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매출 감소와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협력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쟁의 배경에 국내 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자리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보호·활용하기 위한 글로벌 IP 전략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IP 등록 속도가 경쟁국보다 느리고, 국제 소송 대응 전문 인력과 조직 역량 부족이 반복적인 분쟁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중국과 동남아 기업들은 특허 선점과 현지 상표 등록 속도를 무기로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공격적 특허 출원과 현지화된 IP 전략, 분쟁을 전제로 한 선제 대응 체계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글로벌 IT 시장이 ‘IP 전쟁’의 시대로 접어든 만큼, 한국 기업도 기술 개발 중심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IP 확보·관리·분쟁 대응을 통합한 경영 전략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내 기업 대상 특허관리기업(NPE)의 소송이 증가하는 현상은 한국 전기·전자 산업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따른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글로벌 무대 지배력이 확장됨에 따라 NPE의 수익 창출을 위한 소송 제기가 필연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특허 분쟁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는 의미다. 결국 세계 무대에서의 입지가 강화될수록 이를 노린 법적 공세에 대응하는 IP 방어 역량이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문가들은 제품 출시 전 해당 국가의 특허 조사와 회피 설계 등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조차 모든 기술 영역을 완벽히 관리하기 어려운 만큼 전문가 자문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는 조언이다. 중국·동남아 제조사들이 특허 선점과 현지 상표 등록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부 사례는 있으나 일반화하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다만,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한국 기업이 보다 공격적인 IP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AI 확산으로 인한 복합적 IP 충돌도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AI, 전기차·자율주행차도 통신·보안·센서·알고리즘 등 다층적 기술이 결합된 제품일수록 특허 침해 분쟁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이처럼 기술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 속에서 융합 제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관리와 분쟁 대응력은 향후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전략적이고 선제적인 IP 관리가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한다. ◇‘IP 전쟁’ 시대, 한국 기업의 전략적 대응 필요한 때 글로벌 IT 시장이 ‘IP 전쟁’의 시대로 진입한 지금, 지식재산권은 한국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삼성·LG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보다 공세적인 IP 경영이 필수적이다. 특히 AI·디스플레이 등 미래 기술 분야는 조기 특허 선점은 향후 시장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IP 경쟁력은 이제 더 이상 법적 보호 수단이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의 기반으로, 한국 기업이 향후 세계 시장에서 지속해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화해야 할 영역이다.
- ‘햇빛소득마을’, 재생에너지 기반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 주목 - 초기 제도 설계 미흡할 경우 마을 내 갈등과 사업 실패 우려 - 속도보다 안정적 정착 우선...현장 실행력 확보 중요 정부는 지난해 12월 에너지 자립과 주민 소득을 함께 높이는 ‘햇빛소득마을 전국 확산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햇빛소득마을’ 정책은 공공부지나 마을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발전 수익을 마을 복지나 햇빛연금 등에 활용하는 정책이다. 올해 안에 5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선정하고 2030년까지 2500개 이상을 조성하는 게 최종 목표다. '햇빛소득마을'은 에너지 자립과 소득 증대를 동시에 꾀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나, 이 모델이 지역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단순한 수익 배분을 넘어 주민이 기획과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창출된 수익이 복지, 일자리 창출, 공동체 활성화로 재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만 재생에너지가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주민 주도 ‘햇빛소득마을’, 재생에너지 기반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 주목 지난 23일, 국회에서는 ‘주민주도형 햇빛소득마을’ 활성화 입법과제와 국가균형성장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에 나선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태양광기획처 처장은 “‘햇빛소득마을’ 모델은 주민이 직접 참여해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라며 "그래야만 기존 외부 사업자 중심 개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간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외부 사업자 주도로 이뤄지며 수익이 생기면 외부로 가져가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이로 인해 주민 수용성이 낮고,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김 처장은 지금까지의 사업 시스템을 설명한 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지역 주민이 사업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주민이 주도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전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단위로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전력 판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공동체에 환원하는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며,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주민들이 참여해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치며, 수익은 개인 배당이 아닌 마을 복지사업에 활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구조는 총 사업비의 약 85%를 정책자금으로 지원되며, 나머지 15%는 마을공동체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며 "발전 규모는 300kW 이상 1MW 이하로 제한되고, 참여를 위해서는 주민 7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의 수용성 확보다. 발전 수익이 마을 내부로 환원되기 때문에 주민 반대가 줄어들고, 오히려 참여 의지가 높아지는 구조다. 또한 안정적인 전력 판매 계약을 통해 장기간 수익 창출이 가능해 지역경제에 지속적인 도움이 된다. 실제 성공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 마을은 협동조합을 설립해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해 연간 약 1억 원 규모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해당 마을은 수익 전액을 공동체 복지에 활용해, 마을버스 운영과 주민 식사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당 사례는 주민 교육과 참여를 통해 초기 갈등을 해소한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 “햇빛소득마을, 현장 실행 걸림돌 해소 시급”...계통·금융·부지 문제 지적 이어진 발제에서는 계통·금융·부지 등 핵심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질적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석우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재생에너지 정책의 큰 방향은 정해졌지만,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세부 기준과 실행 체계가 부족하다”며 "마을 단위에서는 여전히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올해 수백개의 햇빛소득마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신청 단계에서는 난관이 많다"며 "신청서 작성부터 사업 설계까지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주민과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는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계통 문제’를 지목했다. 전력 계통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그는, "현재는 선착순 방식으로 접속이 이뤄지다 보니 정보 접근이 빠른 민간 사업자가 우선권을 가져가는 구조로, 공익성이 큰 주민 공동체 사업에 대해서는 일정 물량을 별도로 배정하는 ‘우선 접속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ESS 설치 시 초기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실제 수익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지자체와 주민 모두 참여를 주저한다는 설명이다. 한 이사는 “ESS는 충·방전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발전 시간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운영 기간과 수익 구조를 명확히 제시하고, 필요 시 국가가 인프라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부지 확보 문제 역시 주요 과제로 꼽았다. 현재 공공부지 활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으며,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부지 정보를 체계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최대 85~90%까지 정책자금을 지원하더라도, 나머지 자부담이 수억 원에 달해 고령화된 농촌 마을에서는 현실적으로 마련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이사는 "마을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협동조합 운영 역량 부족한 만큼 표준화된 자치 규약과 교육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 지자체가 협력해 조속히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햇빛소득마을, 속도보다 안정적 정착이 우선”...현장 실행력 확보 과제 제기 한경구 균형성장정책개발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종합토론에선 양적 확대보다 안정적 정착과 실행 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영구 지역의전환연구소장(전 극동대학교 교수)는 “햇빛소득마을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소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나 현장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농촌의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주민 주도 협동조합 운영과 사업 기획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따른다고 강조한 그는, "행정 주도 방식과 실제 농촌 공동체의 괴리로 인해 성공 사례가 드문 만큼, 마을의 부족한 역량과 여건을 고려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햇빛소득마을은 기존 사업과 달리 발전소 건설부터 운영, 수익 관리까지 마을이 직접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난도가 높다"며, "정부가 500개, 700개 식의 목표 수치 달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기반 구축을 우선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러 부처와 기관으로 분산된 지원 체계를 하나로 묶는 통합 추진 체계와 전담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지자체와 마을에만 책임을 떠넘기지 않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명확한 기준과 실행 지침을 마련해 일관성 있게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 “햇빛소득마을, 속도보다 설계, 마을 권리·거버넌스 반영해야” 이어진 토론에선 ‘햇빛소득마을’의 추진 과정에서 현장 경험과 마을공동체의 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을 경우 반복적인 시행착오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공모사업이 쏟아지지만, 기존 현장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업 역시 성급하게 추진될 경우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특히 “농촌 마을은 단순한 정책 대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 유지돼 온 생활 공동체인데도 권리와 공공성이 제대로 존중되지 않는 구조에 높여 있다”며 “마을공동체의 기본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 사업이 먼저 진행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행정리 단위로 공모사업을 추진할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현실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마을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기보다 읍·면 단위로 확장해 여러 마을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의 잦은 순환보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책 전문성과 연속성을 떨어지기 때문에 담당자가 지속적으로 업무를 맡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햇빛소득마을, 기대와 우려 공존...현장 맞춤 매뉴얼·중간조직 역할 중요 햇빛소득마을 사업의 제도 보완과 함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매뉴얼과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규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사업 공고 이후 현장에서는 기대와 희망이 매우 크지만 여전히 제도와 실행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존재한다”며 최근 전국 각지의 설명회와 교육 현장을 다니며 확인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주민들은 사업 참여 의지가 높고 성공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준비 부족과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아주 많다”며 “정부의 방향성은 매우 긍정적이나 초기 단계인 만큼 오류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주민과 공무원용 표준 매뉴얼과 지침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태양과 수익이 식당, 돌봄 등 지역 서비스와 연결되는 순환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공무원을 대신해 전문적으로 돕는 광역·기초 단위의 중간 지원조직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고령화된 농촌을 지원할 청년 인력과 외부 활동가의 참여를 이끌어 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농촌 모델을 넘어 도시형 햇빛소득마을 등 지역 특성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확장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아니라 농촌 공동체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존의 에너지 사업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마을 공동체 기반 정책사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렸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햇빛소득마을’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아니라 농촌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라며, 주민 수용성 확보를 사업 성패 핵심 요소로 지목했다. 단순한 보조금 사업과 달리 주민 자부담이 따르므로 에너지 전환의 가치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또한 두 달 내외의 촉박한 공모 일정으로는 마을 단위 협의, 조직 구성, 재원 조달, 사업계획 수립 등을 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준비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행정 주도가 아닌, 민·관이 협력하는 통합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에너지 아닌 ‘마을공동체 사업’...제도 보완·현장체계 구축 병행” 남호성 행정안전부 햇빛소득마을추진단장은 “이번 사업은 기존의 태양광 사업과 달리 농촌의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정책 전환임을 강조했다. 남 단장은 "이를 위해 범정부 협업 체계인 추진단을 구성했고, 현재 국회와 협력해 법·제도 개선(계통 우선 접속, 금융 지원 등)과 현장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지역 금융기관(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금융 지원을 주도하며 지방소멸대응기금 등을 활용해 주민의 자부담을 대폭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통 문제와 관련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등으로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각 지자체의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전담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지원도 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속도보다 내실 있는 설계가 우선"이라며 초기 제도 설계가 미흡할 경우 마을 내 갈등과 사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햇빛소득마을 사업이 단순한 숫자 확대 경쟁이 아니라 농촌의 미래를 결정 짓는 핵심 정책인 만큼, 단계별 접근과 정교한 제도 설계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공감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김주영·김태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 (사)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사)균형성장혁신이 공동 주최했으며, 행정안전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후원했다.
지난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레이스에서 케냐의 시웨(31살)가 1시간 59분 30초로 결승선 테이프를 끊었다. 인간 마라톤의 마지막 성역으로 여겼던 2시간의 벽이 마침내 무너졌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뉴스가 아니다. 42.195km의 두 시간 이내 주파는 오랫동안 인간 능력의 경계선처럼 여겨졌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로써 과학자들이 계산한 이론적 한계치 1시간 57분 58초까지는 불과 2분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세계적 기록 뒤에는 인간 의지와 현대 문명의 총력이 숨어 있다. 241km에 이르는 고강도 훈련, 당일 빵과 꿀 섭취 같은 정교한 영양 전략, 아디다스 초경량 레이싱 신발과 같은 기술 혁신과 재료공학, 데이터 분석이 한 데 모였다. 이제 스포츠는 과학과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로봇이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게 된다는데 인간이 마라톤의 기록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산은 AI가 더 잘하고, 반복 노동은 로봇이 대신하며, 효율은 기계가 인간을 앞선다. 심지어 로봇 마라톤 대회도 열리고 있잖은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굳이 땀을 흘리며 달리려 할까? 로봇에게 시키면 더 정확하고, 더 빠르고, 덜 힘들 텐데 말이다. 인간은 효율적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가장 오래된 인간의 언어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사냥감을 쫓기 위해 달렸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렸으며, 소식을 전하기 위해 달렸다. 오늘날 우리는 생존을 위해 달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달린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질 때, 포기하고 싶은 순간 한 걸음을 더 내딛는 경험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고 느끼고 있다. AI 시대에 마라톤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머리는 디지털 공간에 묶여 있다손 치더라도 몸은 여전히 아날로그다. 종일 화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오히려 흙길과 강변길을 걷고 캠핑을 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삶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통해 자유를 확인한다. 이때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회복력, 절제, 자기 신뢰, 그리고 내일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인간이 극한에 도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바다를 건너고, 사막을 횡단하는 모험은 실용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일이라면 기계에 맡기면 된다. 반면 인간은 필요한 일만 하면서 살아가지 않는다. 문명은 불필요해 보이는 도전 속에서 진보해 왔다. 하늘을 날 필요가 없다고 말하던 시대에 비행기가 나왔다. 달에 갈 이유가 없다고 하던 시대에 우주선이 발사되었다. 한계에 도전하는 정신은 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마라톤에서 두 시간의 벽이 무너진 날, 우리는 인간의 종을 초월하는 빠른 다리와 인간의 정신력을 보았다.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러한 인간의 도전과 모험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인간의 위치는 그 무엇에 의해서도 뺏기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손훈모 순천시장 후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없어 기존 후보 공천 결정을 유지하기로 결론내렸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금품 의혹이 제기된 전남 순천시장 및 서울 종로·강북구청장 후보들에 대해 “수사기관이 아닌 당이 금품 수수 의혹 등을 조사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손 후보 관련 논란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이를 노린 조직적 음해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잇따라 공개되며 시작됐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특정 인사들이 '후보 관련 사안을 사전에 정리하거나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큰 파장을 일었다. 손 후보 측은 이번 의혹에 대해 "후보 낙마를 노린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천 유지 결정으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국면이다. 유찬종 종로구청장 후보와 이승훈 강북구청장 후보 또한 금품 및 식사 접대 의혹이 불거졌으나, 당 차원의 결론 유보로 후보 자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사태로 지역 정치권에서는 경선 검증 시스템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전국 4년제 일반대학과 교육대학의 약 70%가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은 727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1% 증가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6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내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이번 공시는 4년제 일반대학·교육대학 192개교와 전문대학 125개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사이버대학, 폴리텍대학, 대학원대학 등 86개교는 분석에서 제외됐다. 분석 결과, 4년제 일반대학·교육대학 130곳(67.7%)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했고, 62곳(32.3%)은 동결했다. 지난해 인상 비율이 70.5%였던 점을 고려하면 소폭 감소했다. 학생 1인당 평균 대학 등록금은 727만3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14만7100원 증가한 금액이다. 설립 유형별로는 사립대가 평균 823만1500원으로 국공립대(425만원)보다 약 두 배 높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의 평균 등록금이 827만원으로 비수도권(661만9600원)보다 크게 높았다. 사립대 154개교의 평균 등록금은 전년 대비 2.8% 올랐고, 국공립대 38개교는 평균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계열별 등록금은 의학계열이 1032만59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예체능(833만8100원), 공학(767만7400원), 자연과학(732만3300원), 인문사회(643만3700원)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은 4년제보다 더 높았다. 전문대 129개교 중 102개교(81.6%)가 등록금을 인상했고, 23개교(18.4%)만 동결했다. 전문대 학생의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은 665만3100원으로, 지난해보다 2.7% 증가했다. 사립 전문대는 평균 668만6600원, 공립 전문대는 223만1200원으로 나타났다. 계열별로는 예체능이 722만9300원으로 가장 높았고, 공학(678만8600원), 자연과학(671만8700원), 인문사회(592만4200원) 순이었다. 교육부는 올해도 국·공립대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공립 일반·교육대학 및 전문대학 41개교 중 한국교원대, 청주교대, 춘천교대 등 3곳은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공시 결과는 대학 재정난과 학생 부담 증가라는 두 축이 여전히 충돌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등록금 인상률은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사립대 중심의 인상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 재정 안정과 학생 부담 완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정책적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네이버가 온라인 공간에서의 악성 댓글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기술적 대응을 한층 강화했다. 네이버는 29일, 생명 경시 표현과 2차 가해성 댓글 탐지를 대폭 고도화한 ‘AI 클린봇 3.0’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사망 조장 표현, 신체 훼손을 가볍게 다루는 댓글, 사건·사고 피해자와 유족을 향한 조롱·비하·혐오성 발언 등을 집중적으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새 버전의 클린봇은 단순히 댓글 문장만 분석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사 제목과 본문까지 함께 고려해 악성 의도를 판단하는 ‘맥락 기반 탐지 능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 전반에서 악성 댓글을 보다 정확하게 걸러내기 위해 기사 맥락과 댓글 내용을 결합하는 최적화 작업을 지속해 왔으며,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악의적 표현을 더욱 정교하게 식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AI 클린봇은 2019년 업계 최초로 도입된 이후 꾸준히 진화해 왔다. 초기에는 욕설이나 비속어 등 명확한 악성 키워드를 중심으로 탐지했지만, 2020년부터는 문장 전체의 맥락을 분석해 욕설이 포함되지 않은 모욕적 표현까지 탐지 범위를 넓혔다. 이후에도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표현, 혐오·차별 발언, 기호나 문자를 활용한 우회적 악플 등 새로운 형태의 악성 표현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델 개선이 이뤄졌다. 또 네이버는 2023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반영하는 등 외부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온라인에서의 건전한 소통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김수향 네이버 리더는 “새로운 혐오·비하 표현이 계속 등장하는 만큼, 클린봇의 탐지 성능을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며 “특히 생명 경시 조장 표현과 피해자·유족을 향한 조롱성 댓글을 집중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적 대응과 함께 정책적 조치도 강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들어 정치·선거 섹션 기사에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으며, 특정 기사에서 악성 댓글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댓글 기능을 자동으로 비활성화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이는 악성 댓글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을 최소화하고, 이용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클린봇의 탐지 정확도를 높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악성 댓글 문제를 단순한 플랫폼 관리 차원을 넘어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업그레이드는 온라인 생태계 전반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레이스에서 케냐의 시웨(31살)가 1시간 59분 30초로 결승선 테이프를 끊었다. 인간 마라톤의 마지막 성역으로 여겼던 2시간의 벽이 마침내 무너졌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뉴스가 아니다. 42.195km의 두 시간 이내 주파는 오랫동안 인간 능력의 경계선처럼 여겨졌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로써 과학자들이 계산한 이론적 한계치 1시간 57분 58초까지는 불과 2분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세계적 기록 뒤에는 인간 의지와 현대 문명의 총력이 숨어 있다. 241km에 이르는 고강도 훈련, 당일 빵과 꿀 섭취 같은 정교한 영양 전략, 아디다스 초경량 레이싱 신발과 같은 기술 혁신과 재료공학, 데이터 분석이 한 데 모였다. 이제 스포츠는 과학과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로봇이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게 된다는데 인간이 마라톤의 기록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산은 AI가 더 잘하고, 반복 노동은 로봇이 대신하며, 효율은 기계가 인간을 앞선다. 심지어 로봇 마라톤 대회도 열리고 있잖은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굳이 땀을 흘리며 달리려 할까? 로봇에게 시키면 더 정확하고
2026-04-30 윤영무 본부장 기자
며칠 전, 일간 신문을 넘겨보다 눈길이 가는 광고 하나를 보게 됐다. 한반도미래연구원(필자는 이 연구원을 누가 세웠고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모른다)이 낸 광고였다. 요지는 간단했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문제에 대책이 있는 후보만 출마하라”는 내용이었다. 정치권을 향한 주문치고는 직설적인 광고였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는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지방은 사라지고 있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고, 대책도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미미하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광고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이젠 그만 좀 하시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정치의 언어는 늘 장밋빛이다. “아이 낳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지방”, “균형 발전” 익숙한 구호들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책은 속도를 잃고, 예산은 흩어지며, 책임은 흐려진다. 결국 남는 것은 통계 뿐이다. 합계 출산율, 인구 감소율, 소멸 위험 지수. 숫자는 냉정하고, 현실은 더 냉혹하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의 광고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를 다시 설명하지
2026-04-25 윤영무 본부장 기자
사회 운동과 반체제 인사들의 역사에 관한 글을 써 온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갈 베커먼(Gal Beckerman)은 “눈에 보이는 혁명보다, 그 이전의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을 탐구해 왔다. 그는 최근 발간한 《반체제 인사가 되는 법, How to Be a Dissident》에서 이란의 시민혁명을 다루지 않았지만, 혁명이나 대규모 사회 변화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존재했던 조용한 네트워크와 사상의 축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파했다. 그렇다면 그의 책을 근거로 할 때 이란에서 시민혁명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내부로부터의 균열이다. 베커먼이 다룬 사례들(이를테면, 바츨라프 하벨이나 레흐 바웬사)은 체제 외부의 공격자가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불복종(不服從)’이었다. 이란에서도 변화의 출발점은 마찬가지로 권력의 바깥이 아니라, 교육받은 중산층·종교 엘리트 일부·문화계 인사처럼 체제와 접점을 가진 집단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체제를 전면 부정하기보다, 체제가 스스로 내세운 가치(정의, 공동체, 신앙)를 근거로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이 더 넓은 공감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공적인 반
2026-04-23 윤영무 본부장 기자
지난해 9월 12일, 이재명 대통령과 강원도민이 만난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민은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님, 강원도는 매년 8조, 9조, 이제 10조 원의 사상 최대 국비를 확보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그런데 도민들은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고 우리 삶은 왜 그대로냐고 묻습니다.” 비단 강원도만의 일일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법한 질문이다. 이 질문 속에는 지방자치의 현실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함께 담겨 있다. 1952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되었으나 1961년 군사정변으로 중단되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1991년 지방의회가 재구성되었다. 이어 1995년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며 본격적인 민선 자치 시대가 열렸다. ◇선거는 정말 ‘민주주의 꽃’인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방자치의 수준은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자치단체장의 의식과 역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주민이 체감하는 지방자치에 대한 효능감은 매우 낮다. 단체장도 의원도 주민이 선출만 할 뿐이지 주민자치·주민통제와는 아직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하지만, 선거는 국민의 주권을 빼앗는 수단이 되고
2026-04-21 편집국 기자
생성형 AI는 이제 일부 기술기업만의 실험 도구가 아니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화의 축이 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실행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생성형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차이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했는가에 있지 않다. 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이 무엇을 바꾸었는가에서 나타난다. 많은 기업은 생성형 AI를 문서 작성, 회의록 정리, 홍보 문구 생성, 아이디어 보완과 같은 보조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일정한 효율은 얻을 수 있지만, 이 수준에 머무른다면 생성형 AI는 어디까지나 편리한 도구일 뿐이며,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동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생성형 AI 시대에 기업이 검토해야 할 전략은 단순한 업무지원 도구의 도입이 아니다. 그것 은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사람을 운영하는 방식,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 그 리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 전반을
2026-04-20 편집국 기자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공해인 아라비아해로 나오는 즉시 나포하겠다는 미국의 경고는 단순한 해상 통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선언이자, 동시에 체제의 선택을 강요하는 신호니까. 그러나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순한 압박을 넘어 명확한 ‘양자택일’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핵 개발을 지속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압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협 통제와 핵 개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국제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메시지를 이란 지도부에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 선택은 하나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때, 비로소 협상은 현실적인 궤도에 오른다. 둘째, 지금의 위기를 단순히 핵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협소하다. 이란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외부 제재보다 내부의 분노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희생된 사건 이후 누적된 민심의 균열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란 지도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 붕괴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촉발될 체제 내부의 붕괴다. 따라서
2026-04-17 윤영무 본부장 기자
전남 나주시에는 수십 년, 적게는 수년 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묵묵히 활동해 온 시민사회단체와 예술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사업 수행자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공동체를 실제로 만들고 지켜온 현장의 주체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사업이 ‘공모’라는 이름으로 전환되었다. 1월에 제출하고 2월에 심사하는 데 올해는 2월에 제출하고 같은 달에 심사했다. 사업이 이미 시작되어야 할 시점인데 선정 여부를 기다리는 꼴이다. 이 공모 방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윤병태 시장과 이 예산을 승인하고 행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원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사업은 원래 전년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며 다음 해로 이어가는 연속과 지속의 과정이다. 그런데 당해 연도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공모 방식을 정상적인 행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공모는 공정하다”고 하면 그만인가? 수십 년을 버텨온 나무와 어제 심은 모종에게 똑같은 물을 주고 “같이 대했으니 공정하다니. 이런 공정은 공정이 아니라 기계적 평등일 뿐이다.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부정하는 행정은 기록을 지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십 년간 다져온 시간을 다시 ‘0’에서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폭력이다. 연속성
2026-03-31 편집국 기자
지난 3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은 ‘2027년 국민주권정부 예산편성 방향’을 보고하며 국가 재정 운영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내년도 예산이 “현 정부가 처음으로 온전하게 예산편성 전 과정을 주관하는 진정한 국민 주권 예산”이라면서, 특히 성과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5대 구조 개혁 중심의 재정 재설계를 통해 인공지능(AI) 대전환, 인구구조 변화, 탄소중립, 양극화, 지방소멸 대응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예산 편성 지침을 넘어선다. 모든 사업을 지출 구조 조정 대상으로 삼고, 재량 지출(15%), 의무 지출(10%) 절감이라는 전례 없는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해당 부처의 핵심 과제에 재투자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국가 재정의 전면 재설계’를 선언한 것이다. ◇ 농안기금의 본질 이러한 재정 개혁 기조는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재정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농안기금은 대표적인 민생 재정이자 반복 지출 성격이 강한 기금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
2026-03-27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