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1,250개 도시와 1,661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도시가 세계의 도시와 ‘자매결연’, ‘우호협력’ 등 이름으로 맺은 국제교류 숫자다. 세계적으로 중앙정부 주도의 외교정책이 축소되고, 도시 간 수평적이고 다각적인 교류와 외교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도시브랜드·관광인프라를 홍보하는 수준에 머물며 전시성·행사성 교류라는 지적이 따른다.
한국자치행정학회는 2013년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 실태 분석’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국제교류를 추진함에 있어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다양하지만, 연구결과 나타난 특징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시스템과 매뉴얼 부족, 다양성, 지속적 교류 부진, 국제교류의 필요성 인식 결여, 민관협력 부족, 담당자의 역량 강화 등으로 나타났다”면서 “행정 편의적 사업, 퍼주기식 사업, 단체장의 홍보용 사업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국제 교류 사업의 콘텐츠 개발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 도시는 저마다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국제 교류를 통해 궁극적으로 경제 활성화는 물론, 주민들의 복리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협력 콘텐츠를 기획·개발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한 점을 알아야 함은 분명하다. 지난 5월12일과 13일, 1박2일 기간 동안 중국 산둥성 영성시인 민정부 대표단이 한국을 찾았다. 기자가 이들의 방한을 함께 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중국 산둥성 영성시인민정부 대표단 산둥성 호운각여행리조트구 정약문 서기(영성시위원회 위원)를 비롯해 상무국·개발국 국장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영성시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도 한국과 일본을 돌며, 선진화된 도시콘텐츠 벤치마킹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분야를 찾았다.
한국 방문 이면에는 인구 고령화, 생산요소가격 상승 등으로 고성장세가 꺾인 중국의 경제구조가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 고도성장을 이어왔으나, 인구 고령화, 생산요소가격 상승 등으로 기존 노동 및 자본 투입 방식의 고성장세 유지가 불가능해 지면서 산업구조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경제구조 개편 중심에는 ‘신도시화’ 정책이 있다. 도시화로 경제구조 개편을 이끌고 새로운 사업수요를 지 속 발생시키겠다는 것. 글로벌 거시경제 데이터를 제공하는 CEIC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도시화율은 57%로 선진국 평균치인 78%는 물론, 브릭스 3개국 평균치 64%, 기타 소득국가 평균치인 62%의 아래에 있어 여전히 잠재력이 상당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도시화율 1%의 상승이 서비스업의 GDP 비중을 0.1%p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창송 영성시장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최근 현대화된 서울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을 둘러봤다. 영성시가 중국 내 수산물 생산·가공 1위 도시인만큼 도심 한가운데 있는 수산시장 존재 자체에 대해 유 시장은 큰 관심을 보였다. 올해는 ▲한국잡월드 ▲성남아트센터 ▲광교푸른숲도서관 ▲수원컨벤션센터 등을 견학하며 경기도 내 문화·교육 주요시설과 콘텐츠 등을 둘러봤다. 영성시인민정부 주한국대표 처왕홍위 대표는 “올해는 교육·문화 등과 관련해 경기도 내 다양한 콘텐츠 등을 살펴보고, 벤치마킹은 물론 교류·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밝혔다.
한국잡월드 찾아 어린이·청소년 진로교육 벤치마킹
“중국, 진로지도 등 청소년 교육 강화 중”
영성시 대표단은 방한 첫 일정으로 한국잡월드를 찾았다. 영성시인민정부 주한국대표처 왕홍위 대표는 “현재 영성시는 어린이·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아, 관련 시설 건설 계획을 잡고 있다”면서 “이에 한국 내 어린이·청소년 진로교육에 특화된 한국잡월드를 알게 돼 견학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국잡월드는 국내 최대 어린이·청소년 종 합직업체험관으로 각종 맞춤형 직업진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영성시 대표단은 한국잡월드의 규모와 다양한 콘텐츠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놀이를 통한 적성 찾기 프로그램 등을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다.
도시의 미래와 직업을 접목시킨 미래직업관에서는 한참을 머무르는 등 집중력을 보였다. 중국 산둥성 호운각여행리조트구 정약문 서기(영성시위원회 위원)는 “청소년들이 와서 즐기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는 시설이 인상 깊다”면서 “영성시도 현재 청소년 교육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서기는 이어 “영성시는 한국과 다양한 경제적 교류를 진 행하고 있는데, 교육 등 교류는 아직 미진하다”면서 “한중 청소년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남아트센터의 지역밀착형 활동에 눈길
성남아트센터에서는 시설의 규모와 시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오페라하우스, 전문 클래식 공연장 콘서트홀, 소극장 규모의 앙상블시어터 등 각각 의 공연장을 꼼꼼히 살펴봤다. 특히 운영 시스템에서 성남아 트센터가 지역 시민들에게 무료로 오픈하는 공간과 각종 문화, 미디어교육 등에 관심을 보였다. 정약문 서기(영성시위원 회 위원)는 “각종 공연장에 한데 모여 있는 것과 이와 더불어 시민들과 함께 하는 각종 프로그램 등이 눈에 띈다”면서 “도심 속에 이런 문화공간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행복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성남아트센터 관계자는 “성남아트센터는 개관 이후 지역정 서를 보듬는 지역 밀착형 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 등까지 선보이면서 지역 내 문화 인구를 발굴하고 활동 지원에도 힘을 쓰고 있다”고 말 했다.
호수를 배경으로 도서관·컨벤션센터, 그 자체가 콘텐츠
영성시 대표단은 광교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하는 수원시립 광교푸른숲도서관과 수원컨벤션센터에 대해서는 자연환경 과 도시의 조화로운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았다. 영성시 허성 건설국장은 “숲속과 호수를 배경으로 도서관이 이렇게 어울릴 줄은 몰랐다”면서 “건물 자체로도 산을 깎지 않고 비 탈면을 활용해 지어진 건물과 건물에서는 옥상이지만, 지상에서는 1층과 같은 곳에 지어진 소규모 공연장도 인상 깊다” 고 전했다.
내부시설 외에도 대부분의 시설이 오픈돼 광교시민들의 광장역할을 할 수원컨벤션센터는 한정된 면적에 용도별로 잘 기획된 건물 자체에 집중했다. 최대 주차 대수까지 물어보는 등 세심하게 견학하는 모습이었다. 예전 같으면 국내 첨단 산업단지, 대기업 등의 기술견학을 위해 한국·중국을 찾은 중국이 이제는 다양한 도심 콘텐츠를 찾으며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자본력으로 고도성장시대를 지닌 중국이 이제 ‘신도시화’ 정책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중국 산둥성 호운각여행리조트구 정약문 서기(영성시위원회 위원)는 “비행기로 1시간, 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중국 영성시는 그동안 다양한 무역 교류로 한국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문화·교육 등 교류는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이번 방문을 계기로 협력·교류의 방법을 찾겠다. 한국 분들도 많이 영성시를 찾아 다양한 교류를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풍부한 자원과 자본력으로 고도성장시대를 지난 중국이 이제 ‘신도시화’ 정책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영성시를 비롯해 많은 중국 내 도시가 신도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중국 정부관계자들의 방문을 직접 맞이한 조재성 경기 영상위원장(중국 산둥성 영성시인민정부 경제고문)은 “뚜렷한 목적이 없는 형식적인 교류로 인해 도시 간 국제교류가 여 전히 문화와 인력만이 오고 가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게 현실”이라면서 “국가 또는 도시 간 서로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봐라보고 양쪽이 보완하는 방향으로 협력한다면, 자연스럽게 분야별 정책수출과 사업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tip. ‘도시외교’의 중요성 ‘중국의 사드 보복’ ‘미중 무역전쟁’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국가 간 분쟁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서 ‘국익’에서 자유로운 개별 도시 간 외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54%를 기록한 전 세계 도시화율도 도시외교의 중요성을 더해주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12월31일 발간한 ‘서울시 도시외교 가능성과 과제’ 보고서는 “도시외교는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공 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도시들과 협력과 교류를 바탕으로, 구속력 없이 느슨하게 펼쳐진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도시가 속한 국가 간 문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면서 도시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사태 국면에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앙정부와 달리, 서울시·경기도 등은 중국 개별 도시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경기도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 저감을 위해 한·중 청년단체들과 손잡고 2023년까지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 27만5,000 그루의 나 무를 심기로 했고, 서울시는 중국 베이징시와 ‘핫라인’을 가동해 미세먼지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
MeCONOMY magazine June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