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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


1년 내내 축제가 열리는 ‘섬들의 섬’ 신안군을 가다

- 2월부터 12월까지 다양한 축제 열려

- 6월 병어·밴댕이 축제에 관광객 몰리며 성황

- 7월 병어 축제·8월 ‘신안 섬갯벌 축제’ 예정

- 국내 최대 염전 품은 증도…느리게 ‘소금이 오는’ 슬로시티

- 압해도-암태도 잇는 천사대교 4월 개통 관광객 배 이상 늘어

- 박우량 신안군수, ‘관광객 500만 시대’ 선언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섬들의 섬. 한반도 최서남단에 있는 섬들이 바다를 품고 있는 형세인 전남 신안군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포근함과 따뜻함을 준 다. 신안군은 압해도, 암태도, 자은도, 증도, 팔금도, 안좌도, 도초도, 비금도, 임자도, 신의도, 하의도, 장산도, 지도, 흑산군도 등 유인도 91개, 무인도 789개 총 88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안군에서 홍보하고 있는 1,004개의 섬과 차이가 있지만 천사(天使)가 쉬어 가고 싶을 만큼 평화로운 분위기는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여름의 문턱인 6월, 기자가 직접 신안군을 찾았다.

 

섬마다 웃음꽃이 피었다

‘1004섬 신안군’의 섬들에서는 1년 내내 축제가 열린다. 지난 3월 선도에서는 ‘신안1004섬수선화 축제’가 열렸으며, 4월 지도에서 유채꽃 축제가, 임자도에서 튤립 축제가 잇따라 열려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도초도에서는 간 재미 축제가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5월에는 신안의 대표적 수산물인 홍어축제가 흑산도에서 열렸다. 6 월에는 도초도 수국축제, 임자도 깡다리 축제 열렸으며, 지도에서 병어 축제와 증도에서 밴댕이 축제가 열렸다. 오는 7월과 8월, 9월까지 신안군 섬 곳곳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예정돼 있다. 말 그대로 1년이 축제로 시작해 축제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자는 지난 6월15일 신안군을 찾았다. 서울에서 오전 7 시30분 버스를 타고 지도여객버스터미널에서 내리니 12 시30분이 조금 넘었다. 지도에서 열리고 있는 병어 축제 현장을 가기 위해서였다. 병어 축제가 열리는 지도 신안 젓갈센터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다. 병어는 살이 통통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고급 어종으로 5월과 6월 이 가장 맛있을 때다. 신안군에 사는 사람들은 맛이 담백하고 고소한 병어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굽기, 조리기, 튀기기 등 조리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병어는 특히 고사리와 무를 넣고 간장,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을 한 병어조림이 별미다.

 

 

병어 축제 현장은 흥겨움 그 자체였다. 6월14일부터 열린 병어 축제에서는 유명 가수 공연과 민속놀이체험, 물풍선 던지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돼 관광객과 지역민이 함께 어 우러져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축제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은 트로트 가수의 공연이었다.

 


신안 출신 트로트 가수 현진우가 무대에 오르자 관광객들은 음악에 얼큰하게 취해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구수한 입담과 트로트 가락은 귀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전날인 14 일에는 요즘 인기 절정의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 축제 현장을 찾았는데, 하루가 지난 후에도 송가인 이야기가 축제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광주에서 왔다는 서모씨(69)는 “송가인 보려고 병어 축제를 찾았는데 시간이 오늘밖에 되지 않았다. 송가인을 못 봐서 아쉽다”고 했다. 서씨는 “그래도 친구들과 병어도 먹고 현진 우 노래도 좋다. 재밌게 놀고 있다”고 말했다.

 

서씨의 말처럼 축제에는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다. 병어 축제 이니만큼 병어회와 조림, 튀김 등 다양한 병어 요리가 제공 되는 먹거리 장터에서 관광객들은 병어회 한 점에 소주 한잔을 걸쳤다. 신안군민 오모씨(66)는 기자에게 “보통 회는 초장이나 기름장에 찍어 먹지만 병어는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제일 맛이 좋다”고 병어 먹는 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신안 병어의 맛을 집에서도 즐기고 싶은 관광객을 위해 현장에서 신청하면 병어를 배달해주는 택배 주문 시스템도 운영했다.

 

 

병어 축제 현장을 뒤로하고 다음으로 증도 설레미 마을 체험장에서 열린 밴댕이 축제를 찾았다.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란기 철인 음력 5~6월에 잡히는 밴댕이가 맛이 좋다. 송어라고도 불리는 밴댕이는 기름기가 많아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밴댕이 역시 병어와 마찬가지로 회, 무침, 구이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밴댕이 축제의 규모는 병어 축제보다 작았지만, 즐길 거리는 충분했다. 밴댕이 축제에서는 신안을 상징하는 1,004인분 밴 댕이 비빔밥 만들기와 시식회, 밴댕이 회 뜨기, 특산품 노래 자랑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또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바다낚시, 카누 및 오리배타기 등도 관광객을 즐겁게 하기 충 분했다. 특히 맨손 붕장어 잡기 체험은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느려서 더 행복한 증도
 

흥겹고 다양한 축제도 신안의 자랑이지만 아시아 최초 슬 로시티로 지정된 증도는 신안군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섬이다. 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 그레베인 키안티라 는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 운동이다. 증도는 지난 2012년 한국관광공사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 선’ 2위에 올랐고, 2015년에도 선정되는 등 대한민국 대표 생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증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염전이다. 증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염전인 태평염전이 있다. 462만㎡, 약 140만평에 달하는 태평염전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옛날 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증도의 염전은 섬과 섬 사이를 막아서 만들어졌다. 택시기사 정광복씨에 따르면 증도 염전은 전증도, 후증도 사이를 막으면서 태평염 전이 생겼다고 한다.

 

정씨는 또 태평염전에 대해 기자가 몰랐던 이야기를 전했다. 정씨는 “자유당 이승만 시절에 실향민 들을 먹고살게 하기 위해 염전을 개발했는데, 이기붕(이승만의 비서)이 이 염전을 착취해버렸다”고 했다. 이어 “이후 이기붕 일가가 붕괴되면서 다시 정부에서 개인에게 영업권을 넘겼는데 그분이 손말철 씨다. 그때가 1985년”이라고 했다.

 

정씨는 손말철 회장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소개했다. 정씨는 “내가 옛 사장님 손말철을 택시로 광주까지 모시고 많이 다녔다”며 “옛날 여기가 다리도 없고 진짜 섬이었을 때 그분을 모시고 광주 송정리 광주공항으로 모시고 다녔다. 그때 요금이 3만8,000원이었는데 4만원을 주시면 잔돈 2,000원을 꼬 박꼬박 받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커피 값으로 잔돈을 안 받을 만한데도 딱딱 받으시더라. 그걸 보면서 정말 검소하다. 허튼 돈을 안 쓰는구나. 그래서 돈 버는 사람은 역시 다르다 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창밖에는 염전이 뜨거운 6월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소설가 김훈의 산문 <자전거 여행>을 보면 염전 사람들은 소금을 채염(염전에서 소금을 채취)하는 결장지 바닥에 엉기는 것을 보고 ‘소금이 온다’고 말한다고 한다. 이를 두고 김훈은 “소금은 멀리서 오는 소식처럼 조용히 결장지 바닥에 나타난다”고 표현했다. 염전에서 바닷물이 뜨겁고 고통스러운 여름의 폭양을 견디면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금이 ‘오는’ 것이 신안군 증도가 슬로시티라는 것을 설명해주는 셈이다.
 

 

‘500만 관광객 시대’ 선언한 신안군

 

오는 8월과 9월에도 신안군의 축제는 계속 이어진다. 7월에는 지도에서 병어 축제에 이어 민어 축제가 열리고, 8월에는 증도에서 ‘신안 섬갯벌 축제’가 열린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이미 ‘관광객 500만 시대’를 선언했다. 박 군수는 지난 6월11일 ‘민선 7기 1주년 주요성과와 군정방향’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해양문화예술과 관광·레저, 사계절 꽃피는 1004섬 조성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소득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신안군은 관광산업에 있어 다른 지역과 차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박 군수는 “신안군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기반으로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든 신안을 찾도록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1읍면 1미술관 또는 박물관 설립과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웰니스 센터 조성, 세일 요트를 이용한 요트 관광, 국제 자전거 대회인 투르드 신안 자전거 대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안군의 관광 자원은 자연환경에만 있지 않다. 신안군은 이름 있는 인물 정치인과 예술인 등을 많이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관광 명소를 만들겠다는 것이 박 군수의 큰 그림이다. 박 군수는 “신안군 신의면 출신 민중 화가 홍성담 작가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 관’과 안좌면 출신으로 한국 추상화의 거장인 김환기의 생가를 중심으로 한 예술의 섬 조성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하의도에 있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생가를 중심으로 정치 사진 박물관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 군수는 “압해읍 저녁노을 미술관, 흑산면 박득순 작가의 개인미술관, 위치한 조희룡 선생 기념관 등도 운영 중이다”라며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섬에 대한 가치 보존과 지속가능한 관광 기능을 결합한 섬 공동체 활성화로 지역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4월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가 개통하 면서 신안군을 찾는 관광객이 배 이상 늘었다. 앞서 기자와 만난 택시기사 정광복 씨도 “주말이면 차가 밀려서 차라리 배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빠를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몰리는 관광객 수만큼 교통과 숙박시설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신안군에 따르면 지난 4월 천사대교가 개통한 이 후 하루 평균 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평일 5,400여대, 주말에 6,500∼8,700여대의 차량이 몰리고 있다.

 

 

이에 신안군은 압해대교와 김대중대교까지 4차선 도로를 개설하고 압해읍 소재지에서 송공항까지 가변 3차로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오관광레저타운과 마리포사리조트 등을 조속히 준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 군수는 “요즘 여행 트렌드는 큰 섬이 아닌 어머니 품같이 아늑하고 포근한 작은 섬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신안군이 가지고 있는 무수한 자원 을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활성화한다면 잘사는 신안군 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민 모두가 희망을 가진 다면 잘사는 신안군, 전남을 선도하는 신안군, 그리고 전남을 먹여 살리는 신안군을 만들 수 있다”며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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