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8월16일부터 2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여의도 ‘SeMA'(세마)벙커’에 몽환적인 전시회가 펼쳐졌다. [Engram, 기억흔적]이라고 명명된 전시회는 신예 연여인(24) 작가의 개인전으로 기억흔적이 라는 이름 그대로 관람객들을 작가의 무의식속으로 안내했다.
‘얼핏보면 파도가 평온한 우물가를 덮치는 것 같다. 하지만 파도는 쇠막대에 막혀 그 모습 그대로 굳어 버려 아래로 잔디가 송송 자라고 있다. 그 속에 사람(?)들은 평온하다. 큰 사 람들은 평온하게 풀숲에 파묻혀 있고, 작은 사람들은 우물 안을 구경하는 것일까.’
예술에 문외한인 기자가 전시회 표제작 ‘Sleep’ 작품을 바라 보고 든 생각이다. 강렬하고 다양한 표현이 들어간 그림에 딱히 의미는 떠오르지 않는다. 무언가 떠오를 듯 말듯 한 느낌이다.
“이번 전시회 준비 말미에 그린 그림이예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주 지쳐 있을 때였죠. 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때문에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휴식’?”
연여인(24) 작가는 이렇게 작품을 소개했다. 연 작가의 작품은 하나같이 비슷한 구석이 없이 독특하다. ‘새부리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 ‘눈만 남겨둔채 새들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사람’ ‘무섭게 관람객을 바라보는 하나의 눈동자’ 등 하나하나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제가 던지는 메시지는 없어요. ‘기억흔적’이라는 말처럼 저에게는 의미가 많지만, 제 개인적인 의미가 관람객들에게 의미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보시는 분들마다 저마다의 감상을 가져가시는게 좋은 거 같아요. 만약 오는 심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냥 보시기에 재미만 있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연여인 작가의 작품들은 자기도 모르게 집중해서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실제로 정리되지 않는 꿈속에서처럼 알쏭 달쏭한 느낌 속에 누구는 위안을, 누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까.
2018년 8월 마포구 쉘터 갤러리에서 진행한 ‘dreams and nightmares’에서 연 작가는 꿈과 악몽을 이미지로 ‘현실속의 환상’을 표현했다. 이어진 올해 두 번째 개인전에서도 작가의 내면을 표현하는 이미지는 이어졌다.
페인팅·잉크화에서부터 일러스트·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선보일 기대되는 작품세계
이번 전시회에서는 페인팅 중심으로 작품 전시가 이뤄졌지만, 연여인 작가의 작품은 페인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dreams and nightmares’ 전시는 잉크화 신작 전시회였고, 연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SNS에서는 각종 일러스트, 단편 애니메이션 등이 화재성을 낳고 있다. 전시회 캔버스 위에서 만난 작품들이 온라인에서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는게 너무 좋았어요. 캔버스 위에 서든 포토샵·일러스트에서든 상관은 없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동적인 이미지까지 상상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도 배우게 됐어요. 예술을 업으로 살아가려면 생활을 위해 다양한 것들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연여인 작가는 만났을 때는 ‘SeMA 벙커’에서 전시회를 마친지 막 3일째. 연 작가는 다음 주부터는 단편영화 미술팀에 합 류한다며 밝게 웃었다. 첫 인사에서 “그림 그리는 연여인입니다”라고 소개했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어떻게 소개할지 연여인 작가가 그려나갈 다양한 분야에서의 작품세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