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김미진>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에서 ‘어울림’이란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예술 분야에서도 ‘생명의 어울림’을 주제로 한 작품들 이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오는 5월11일~16일까지 제주도 문예회관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생명의 어울림’ 합동전시회는 생명의 작가 윤현식과 소나무와 인동초 넝쿨을 도자기에 담아 생명을 불어 넣고 있는 도예가 최대언이 함께 한다.
작가 윤현식은 한국적인 전통과 서양 현대미술을 접목 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그만의 깐깐한 작가정신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세상과 소통한다. 28세에 요절한 천재 낙서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세계를 추구한다는 작가 윤현식.
자신과 다른 세상을 품고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바스키아의 작품을 보면서 안주하려는 자신을 질책하고 자극하며 자기만의 고집을 작품 속에 녹여낸다. 늘 같은 소재보다는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그 소재를 통한 작품 활동에 몰입한다는 그는 획일화된 작품보다는 실험정신이 강하면서도 추상적인 작품을 추구하는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 윤현식이 내놓은 작품은 제주도를 소재로 한 그림 25편이다. 대부분이 대작(大作)이라서 전시공간이 가득차 보일 거라고 말한 윤 작가는 “지난 30년간 오직 한 길을 걸어온 작가의 정신으로 작품 속에 혼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이러한 시도들이 정체된 한국화단의 변화를 가져오고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제주도를 여행했다는 작가 윤현식은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해 오면서 가슴이 뛰고 설레었다고도 했다. 작가에게 있어 작품은 단순한 그림이 아 닌 관객과의 소통이다. 그러기에 작가 윤현식에게 제주도를 소재로 한 작품은 또 하나의 변화이며 시도임에 틀림이 없다. 하필 제주도를 소재로 작품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우리나 라 지방도시에서 제주도만큼 뚜렷하게 작품에 녹여낼게 없지 않냐”며 웃었다. 이번에 전시되는 윤 작가의 작품들은 주로 제주도 돌하르방, 해녀, 돌, 바람 등 한 눈에 봐도 제주도가 연상되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윤현식 (화가)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 한중 국제교류 서화 정예작가회 회장역임
- 국제수묵비엔날레 자문위원(현)
언젠가 제주도로 여행을 갔는데 밤바다를 구경하러 나갔다가 파도치는 ‘용바위’를 보면서 저걸 작품에 담아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는 작가 윤현식. 예술가는 때론 어린애 같은 발상을 해야 창의성이 생긴다고 말한 그는 정신을 쉬면서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갖다보면 새로운 발상이 늘 떠오르곤 한다고 했다. 어린애 같이 순수한 심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변화를 추구해 나가는 작가 윤현식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림을 위해 살고 그림을 사랑하는 진정한 예술가 윤현식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항아리에서 살아난 소나무와 인동초 넝쿨
최대언 (도예가)
-(사)한국미술협회 회원/ 디자인협회 회원
-제주특별자치도 도자기기능경개대회 지도교사
-대한민국도자기명장 포운 김옥수 선생 무안분청자 전수자
-제주전통문화평생교육원 원장
도예가 최대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항아리와 소나무, 그리고 인동초 넝쿨이다. 푸르스름한 분청항아리에 다양한 색채와 질감작업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 넣은 그의 작품에 서는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한때 제주도 전역에 재선충이 돌면서 확산방지를 위해 소나무가 베어나가는 걸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항아리에다 담아냈다는 도예가 최대언. 그에게 소나무는 어떤 의미일까?
“강한 생명력을 지녔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력만큼이나 강인한 나무이고요.”
그랬던 소나무가 몹쓸 병으로 베어지니까 마음이 찹찹했다 는 그는 늘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줬던 고마움을 작품에다 담아보고자 노력해왔다고 했다.
나는 재선충 품은 소나무의 영혼을 보았다.
살려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고향 길 언덕에서 발길을 멈추게 했다.
너무나 속상하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몇 년을 참았다가
흙 한줌으로 항아리를 만들었다.
수많은 소나무들이 고향을 떠나려 할 때
주변의 한 그루라도 도자기에 담아두고 싶었다.
제주도 토박이인 최대언은 성산출생으로 호남대 산업디자인과에서 도예를 전공(석사)했다. 이후 도자기 명장 김옥수 선생을 사사, 도공인생을 개척해왔다. 쉽지 않은 도예가의 길. 몇 번이고 넘어지고 좌절하면서도 이탈되지 않고 오직 한 길을 걸어온 도예가의 길은 많은 인내를 요구했다.
자연에서 온 흙이 사람 손을 거쳐 빚어지고 깎아지고 구워져서 하나의 도자기 로 완성되기 까지는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인내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그의 작품들은 한 마디로 말해서 옹골지다. 도예가 최대언은 초대전과 개인전을 통해 탐라(제주도)의 식품용기, 돌하르방 식품옹기, 흙 한줌으로, 분청자에 소나무를 담다 등의 작품으로 제주도의 자존심도 지켜오고 있다.
이번 합동전시회는 ‘생명의 어울림’이라는 주제에 맞는 작품을 전시해 관객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감사함을 일깨워 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현재 제주 전통문화평생교육원에서 젊은 청년들에게 서예, 문인화, 디자인, 도예 공부 등 을 지도해 오고 있는 도예가 최대언. 자신의 미래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는 그는, 장래 명장이 될 재목들을 격려하고 키워내는 일이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