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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중 패권전쟁 속 한국의 선택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의 첨단기술산업을 전방위적으로 옥죄고 있다. 미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 공군기와 군함들이 대만 영해를 접근하며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중국 책임론을 거론했고 이에 대해 중국 측이 반박했다.


요즘 중국이 미국에 당하는 것을 보면 중국이 확실히 너무 샴페인을 터트렸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도 1997년 외환위기 때 샴페인을 일찍 터트리는 바람에 그리됐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우리는 샴페인 소리를 듣자마자 즉각 자숙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는데 중국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는 듯 미국에 맞설 기세다.


세계로 뻗어 나가려던 일대일로가 남지나해 산호초 인공섬에서 발목이 묶여버린 것 같다. 과학기술 굴기도 화웨이 사태에서 보듯 미국의 봉쇄로 날개 꺾인 봉황새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첨단기술만 있으면 될 줄 알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첨단기술을 시장에 팔리는 제품 기술로 만들어내기까지 기업가와 벤처금융이 뒷받침돼 줘야 한다. 중국정부가 벤처금융 역할을 해 막대한 자금을 퍼붓는다고 쳐도 뛰어난 기업가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같은 기업가가 계속 배출돼야 하는데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고 난 뒤엔 뚝 끊어진 느낌이다.

 

공산당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지면서 기업가들의 양성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가 크게 성장한 데는 미국 자본의 몫이 컸는데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가는 자금줄을 조일 게 뻔하다. 


중국의 조급한 굴기는 근현대사의 아픔에 대한 반작용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우리가 조선조 말과 일본식민지, 6·25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듯 중국인은 청대 18세기에서부터 1949년 마오쩌둥의 중공 탄생에 이르기까지 외세 간섭과 내전의 질곡에 철저히 유린돼온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민족적 수치가 너무 컸던가, 갑작스러운 경제성장에 한껏 고무됐던가, 오만한 중화주의가 용틀임하며 굴기했다. 오랫동안 중화주의의 피해를 봤던 주변 국가들은 중국이 굴기를 내세웠을 무렵부터 ‘너무 이르지 않나?’ ‘14억 인구를 가지고 있고 영토도 엄청나게 큰 강대국이 굴기를 하면 우리들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지난 인류 역사를 보면 많은 굴곡은 있었지만 인류는 조금씩 진보해왔다. 제1차, 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강대국들은 강대강의 국제전은 피해왔다. 한국전쟁과 같은 국지전도 양쪽 모두 피해만 가져왔을 뿐 어느 한 편의 일방적인 승리는 얻지 못했다. 아프간 전쟁엔 초강대국인 소련이 개입했다가 물러가고 미군이 들어가 무려 19년간 시달린 후 이제 발을 빼고 있다. 아프간 전쟁의 교훈은 아무리 군사력이 강한 강대국이라도 해도 약소국을 결코 컨트롤할 수없다는 사실이다.


미·중 간 패권전쟁이 남지나해에서 일시적으로나마 군사력 충돌로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에 비해 훨씬 약세이고, 사방에 적대국과 비우호국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군사력 충돌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경제 전쟁도 중국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미국은 모든 면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지구에서 유일한 나라다. 이에 비해 외부에 자원과 무역을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중국은 경제전쟁에서 미국을 이길 수 없다. 중국의 전략은 오직 하나다. 평화를 내세우며 지구전을 펼치는 것이다. 물론 지구전에서 미국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으나 그게 유일한 선택지일 것이다.


사실 미국도 ‘아메리카 침몰’이란 말이 회자된 지 오래된 바와 같이 예전만 같지 못하다. 트럼프는 중국이란 적대국을 부각시키고 위기를 조장함으로써 내국인을 다잡을 심산도 있을 것이다. 국가 최고지도자라면 누구나 쓰는 내치의 수법이다. 시진핑도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내치용 외부 위기를 이용할 것이다. 현재의 대결 국면은 단기적으로는 시진핑을 지켜주겠지만 장기화되면 교체도 예상된다.


코로나19 사망자 20만 명을 넘어선 미국은 정치리더십, 의료체계, 시민의식 등 총체적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국은 중국을 무조건 비난하기에 앞서 철저히 자기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지나친 개인주의가 공동체의 안전을 경시하는 행동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것을 ‘문화’라고 강변하는 데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있다. 미국은 극에 달한 사회 분열을 치유할 정치 지도자들의 능력과 의사가 과연 있는 건지 의심이 들정도다.

 

중국도 자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초상집인데 자국 방역을 자화자찬한다는 게 염치 있는 행동인가 자문해보기 바란다. 요즘 미국과 중국을 보면 그들의 안중엔 이 지구촌에 자기들밖에 없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을 보노라면 덩치는 큰데 생각은 자국이기 주의에 함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국이기주의에 있다고 함은 강대국답지 못하는 뜻이다.

 

내부적으로 강대강 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에는 중국이 너무 커졌다. 중국은 그들의 욕심이 만천하에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경계와 의심의 눈빛을 거두지 않게 됐다. 한국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인지하고 선택을 섣불리 할 필요가 없다.

 

항상 선택을 빨리는 하는 자는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은 조변석개요, 얕은꾀를 후회하기 때문이다. 선택에 앞서 자신의 경쟁력 강화에 게을리하지 말고 시대와 함께 가는 확고한 윤리성이 더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21세기는 전 지구촌이 화합하여 기후변화와 빈곤퇴치, 난민 문제 등을 공동 대응해야 하는 시대다. 아직도 20세기적 패권 의식에 사로잡힌 강대국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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