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능력은 자기 앞에 놓인 모든 사실을 제대로 구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이론을 세우고 그 이론을 열심히 다듬는다. 놀라운 사실은 그 과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판매원이나 영업사원, 책 표지, 또는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에 대해 불과 몇 초 만에 판단해 버린다. 특히 타인에 대한 평가는 가히 무서울 정도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중요한 구매 결정은 대부분 즉석에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이런 순간적인 결정의 영향을 받으며, 일단 결정한 후에는 그것을 옹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우리 가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그래야만 외부 세계에 쉽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우리는 코끼리의 코만을 보고 코끼리의 상아와 거대한 발, 심지어 그 냄새까지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스타벅스 로고의 일부만을 보고도 우리는 거기서 파는 커피의 종류뿐 아니라, 어떤 의자가 놓여 있는지, 직원이 손님을 어떤 식으로 응대하는지, 심지어는 에스프레소 기계가 내는 소리까지, 보지 않아도 충분 히 상상할 수 있다.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은 유명한 저서 ‘블링크’에서 인간은 별다른 정 보도 없는 상태에서 2초만에 결정을 내리며, 일단 결정을 내린 후에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있는 정보를 무시하면서까지 자신의 결정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나와 생각이 같다고 결정하고 나면 말실수를 하든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미 마음을 정했고, 그래서 첫 만남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는 장밋빛 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선택'이라는 잔인한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순간적인 판단을 내린다. 상대방의 겉모습과 말하는 방식, 냄새, 태도, 옷차림 등으로 불과 몇 초 만에 그 사람에 대해 파악하는 것처럼, 소비자들 은 상품의 포장과 가격, 종업원의 유니폼, 조명, 가게 위치, 흐르는 음악을 근거로 곧장 결론에 다다른다.
각각의 스토리 단편들은 순식간에 하나로 모여 완성된 스토리가 된다. 그 스토리가 좀 혼란스럽거나 스스로 모순된 점이 있거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소비자는 당황하며 그 스토리를 무시해 버린다. 하지만 스토리가 마음을 잡아당기고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공포나 권력, 인정 같은 것을 풍부 하게 담고 있다면 그 즉시 마음속에 받아들일 것이다. 기업에서 명심할 것은 소비자가 스토리를 받아들이고 퍼뜨리는 것이 그들의 세계관에 달렸다는 사실이다.
가끔은 아주 강력한 상품이 탄생해 우리의 세계관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을 너무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처럼 판단이 불과 몇 초 안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무조건 완벽한 첫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99퍼센트의 경우 첫인상은 ‘진짜 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고가의 양복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고객은 당신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후 가게를 나가버리고 이후로는 그런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첫인상이 일어나는 순간 나 자신은 그것을 지각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첫 만남’이 아니라 ‘첫인상’이다. 그러므로 진정성이 중요하다. 기업의 스토리가 한 점 흠없는 완벽한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좋은 스토리고 소비자의 세 계관과 일치한다면 소비자는 스토리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담긴 이야기를 믿을 것이다. 진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가 스토리의 어떤 부분을 선택하여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사용할지 우리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인상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소비자들이 그것을 일관성 있는 이야기로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스토리텔링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 순간적인 판단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사람들은 자신들의 첫인상을 옹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합리화시킨다.
- 당신이 원하든지 그렇지 않든 간에 소비자들은 즉각적인 판단을 내린다.
- 사람들이 자신의 순간적인 판단을 옹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고객은 스토리의 어떤 부분이 중요한 첫인상을 이끌어낼지 알지 못한다.
- 진정성 있는 기업은 그들이 바라는 스토리가 소비자들에게 퍼져 믿음을 주고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제품’보다 스토리를 팔아라.
퍼뜨리고 싶은 스토리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마케터이며 우리 모두는 매일 같이 마케팅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책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책을 산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물건을 살 때 충분히 이성적이고 조심스러우며 사려 깊게 행 동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스토리가 중요하다. 이제 마케팅이 스토리텔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조직이 하는 모든 일은 스토리를 뒷받침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마케팅 부서의 모든 사람과 회사는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스토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스토리는 소비자들이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입할 때 비로소 작용 다.
사람들은 꼭 필요한 물건을 살 때는 그 물건의 본질적 기 능에 집중하게 된다. 배고픈 사람이라면 포장보다는 그 안에 든 음식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일 소비자가 꼭 필요로 하는 것이 모두 충족되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이 ‘원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사는 이유는 그것을 사면서 갖게 되는 그 어떤 느낌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은 포장과 주위의 인정과 색다른 경험을 중시한다. 그들은 제품의 생산지와 생산 환경에도 관심을 가진다. 물론 일단 구매한 후에는 제품이 얼마나 튼튼한가도 신경이 쓰이 겠지만, 그보다는 제품이 고장났을 때 판매 회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가에 더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효능이 사용자가 느끼는 기분과 관련 있을까? 소비자는 효능에 아무 관심이 없을 정도로 유행에 민 감하지는 않다.
하지만 제품의 효능만이 사람들이 욕구를 형 성하는 주된 요인이 될까? 이에 대하여 기업은 왜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 많이 팔리지 않는지에 대하여 필사적으로 알아내고자 한다. 들은 언제나 그 제품이 얼마나 좋은가, 다른 제품과 비교하여 어떤 장점이 있는가, 얼마나 빠른가, 얼마나 견고한지 등등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늘 제품의 효능에만 집착하면서, 타사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그토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는데도 왜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지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 은 감성적 욕구를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상호작용’
스토리는 당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는 당신이 있건 없건 만들어진다. 만일 스토리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 스토리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소비자 가 누군가와 직접 접촉하는 것뿐이다. 오프라인에서의 그 누군가란 소비자의 이웃이나 친구, 또는 선배나 직장 상사일 수 있다. 개인적인 상호작용이 통하지 않는 곳이란 없다.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든지 어떤 것을 직접 경험해 본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개인적 인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반면에 온라인에서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충성고객을 만들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구매 경험에서 얻어지는 상호작용까지 그들이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상호작용은 매뉴얼에 따라 제한된 이야기만 나눌 때는 절대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판단 아래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구매 후 댓글과 같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변화가 일어난다.
만일 어떤 임원이 자신의 사원들이 블로그에 정직한 글을 올리거나 메신저를 통해 고객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그 것 역시 소비자와의 정직한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객과의 상호작용은 때로는 번거로우며, 어떤 때는 자기 본위로 행해지기도 하지만 거기에 진심이 깃든다면 고객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스토리텔링은 반드시 효과를 거둘 것이다.
MeCONOMY magazine June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