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은 가장 주요한 쟁점이다. 혼인기간 동안 취득한 부동산이나 예금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장래퇴직 시 회사로부터 받게 될 퇴직금이나 보험금까지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난 12월14일 보건복지부가 부부가 이혼할 경우에도 국민연금을 분할청구할 수 있는 기준을 1년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왜 1년밖에 같이 살지 않았는데 연금 전체를 나눠야 하냐”는 반론부터 시작해서 “이혼 즉시 돈을 바로 나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져 논란이 증대되고 있다. 신년호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분할 청구 개선안을 살펴보고 어떠한 경우에 이혼 시 배우자의 연금을 미리 분할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변경 전 제도
종전의 규정에서도 이혼 시 상대방의 국민연금에 대한 분할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었다. 직장을 가지지 않은 이혼 배우자가 혼인기간 경제적, 정신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 노후소득 보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연금에 대한 분할청구를 인정하고 있으면
서도 까다로운 조건 탓에 분할이 쉽지 않았다.
이를테면 혼인 유지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이혼한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탈 수 있는 수급권을 가져야 했다. 또 전 배우자가 수급연령 전에 사망하거나, 최소가입기간 10년(120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반환일시금을 수령하거나 장애를 입은 경우에는 신청이 불가능했다.
변경된 제도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조건 탓에 많은 갈등이 발생한다고 보고 제도를 변경해 혼인기간 중의 보험료 납부기간 전체를 배우자 2명에게 적용하고 납부소득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혼과 재혼의 증가로 혼인기간이 5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진 현실을 반영해 최저 혼인기간 요건도 '5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완화했다.
예를 들면, 월 소득 평균 200만원인 A가 30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한 후 60세가 돼 총 8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A는 B와 10년간 혼인 관계를 지속하다 이혼했는데 이때 혼인기간인 10년 동안 낸 보험료로 인한 A의 연금 수령액이 30만원이라면, A가 60세에 도달한 이후에서야 이혼한 배우자 B는 그 절반의 액수 즉 15만원을 수령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방식이 현행법에서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수급권자가 연금을 받는 나이인 60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거나, 수급권자가 자신의 연금을 한 번에 찾아가게 되면 배우자가 현행법에서 연금을 받는 나이인 60세가 된다고 해도 연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개선안에서는 이혼 즉시, 60세 이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수급권자의 상황과 무관하게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무소득 배우자가 혼인기간 동안 재산을 축적하는데 함께 공헌하고 갑작스레 이혼하게 되면 빈곤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따라서 결혼 1년후 이혼하면 ‘연금전체’를 나누어 줘야 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부부가 같이 산 혼인기간 만큼의 연금만 나누는 것이다. 이는 연금 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이 혼인기간 5년에서 최소 1년 이상으로 줄어든 것을 오해한 것이다. 게다가 이혼 즉시 상대방의 연금을 곧바로 나눠서 갖는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두 사람 모두 연금 지급요건 나이인 60세가 돼야 하고, 국민연금 가입기간도 10년 이상이어야 그 시점에 분할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향후 전망
종전에는 이혼소송에서 상대방의 연금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함해 분할을 인정받더라도 실제 그 연금을 분할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까다로운 요건 탓에 연금에 대한 분할을 포기하는 경우도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혼소송 실무에서는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시켜 재산분할을 하되, 추후 연금의 분할을 청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조정이 성립하는 경우도 자주 있어 왔다.
금번 개정으로 분할청구 요건이 완화되면 이혼소송에서 상대방의 연금채권에 대한 재산분할 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민연금 외에 공무원연금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등은 각 관련법에서 연금의 분할청구에 대해 달리 규정하고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력을 받거나 관련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상대방의 연금에 기여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