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어떤 바이러스의 창궐도 이처럼 세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만한 적은 없었다. 혼돈은 언제나 발전을 동반한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코로나19는 패션유통에 있어 비대면 소비라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들은 달라진 소비행태에 맞춰 업계마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있으며, 활용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패션산업 전체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만연하면서 비대면(Untact)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패션업계에서 언택트 마케팅의 활용은 벌써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 예로 패션브랜드 한섬은 구매 전 옷을 미리 입어볼 수 있는 홈피팅 서비스인 ‘앳홈’을 런칭했다.
앳홈은 더한섬닷컴에서 판매 중인 상품 중에서 소비자가 최대 3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는 ‘앳홈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선택한 상품이 집으로 배송된다. 매장에서 점원을 대면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의 취향을 맞춰 만든 서비스이다. 또한 오프라인에 주력했던 럭셔리패션 브 랜드들도 비대면 매출이 증가하는 시대에 부응해 온라인플 랫폼확장에 더욱 힘쓰기 시작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 샤넬이 지난 3월3일 파리그랑펠리에서 진행한 2020년 F/W 여성기성복 컬렉션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바이어를 라이브스트림을 통해 비대면으로 미팅하는 움직임도 시도됐 다. 이뿐 아니라 언택트마케팅을 위한 최적화된 맞춤형 쇼핑기 술은 더욱 각광을 받고 있으며 다음은 그 예이다.
버츄사이즈
버츄사이즈는 기존에 소비자들에게 구매해서 입고 다니는 옷 사이즈를 기반으로 사이즈를 추천하는 솔루션으로 사이즈 미스에 따른 불만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된 앱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온라인패션커머스의 한계인 사이즈 이슈를 해결하기 때문에 실제로 버츄사이즈의 활용으로 반품률이 30%나 감소했다. 또 구매 전환율은 10%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재방문율도 40%나 향상됐다.
구매금액 역시 18% 이상 증가했다. 이커머스로 상품을 구매할 때 사이즈와 착용감이 확인이 생기면서 더 자주 찾게 되고 비싼 아이템을 구매할 때도 큰 고민없이 결제하게 되는 것이다. 버츄사이즈는 현재 이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는 뉴발란스, 캐나다구스, 아크네스튜디오, 올세인츠, 유니클로 등의 패션 기업뿐만 아니라 자롤라, 엘롯데 등의 플랫폼에 업로드 된 1,000만건 이상의 치수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확보돼 소비자들 데이터가 매우 방대하다.
AR의 액세서리 활용 사례 ‘로로젬’과 ‘블루프린트랩’
패션분야 중에서 AR기술이 가장 발달한 분야는 액세서리다. 의류와 신발이 아직까지 사이즈 측정을 통한 최적 사이즈정보에 국한되어 있는 반면 액세서리는 가상현실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된 상태이다. 가상착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로잼’은 앱을 기반으로 AR실 시간 카메라기술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착용하면 어떤 모습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로로젬’은 모바일, PC 외에 오프라인매장에서 인스토어 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착용에 있어 접촉성이 높아 위생에 민감한 소비자는 매장에서 직접 착용하지 않고도 어떻게 스타일링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준다. 블루프린트랩은 가상 피팅솔루션을 제공한다. 소비자가 원 하는 아이템의 색상, 크기, 형태를 선택하면 그에 맞춰 최종 디자인을 완성해 가상 착용된 모습을 구현해 준다. 블루 프린트랩의 강점은 아이템을 커스터 마이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맥라렌’과 제휴하여 VIP고객을 대상으로 선글라스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가상 착용한 모습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 공한다.
언택트마케팅의 한계
이렇듯 비대면 유통에 활용할 수 있는 패션관련 기술은 다양하게 개발된데 비해 아직도 대중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문제는 기술의 완성도와 비용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 대규모 패션브랜드가 아닌 이상 감당해야 할 비용은 상당하다. 또한 이러한 기술이 실제 패션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즐거운 쇼핑경험을 선사 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걸맞은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
또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줄 수 있는 지점을 찾아서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한때 획기적인 기술로 소개됐던 가상미러 등이 결국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한 것도 해당기술의 1차 소비자인 브랜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구현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패션분야에서 비대면 마케팅과 유통은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므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김자연
MIT(메사츄세츠공과대학)슬론 경영 대학원에서 ‘과학기술이 패션에 미친 파괴적 혁신’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하고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4차 산업에서 패션 비즈니스, 리테일, 마케팅분야에 과학기술이 미치는 혁신적이 영향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다. 2003년 SBS 슈 퍼모델 선발대회 1위로 입상 후 세계 패션 도시들에서 패션모델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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