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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의 ‘나비효과’

 

작년 10월 일제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일본제품 불매운동, 러시아 조기경보 통제기의 영공침범까지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를 떠나기 전 조국 민정수석이 강제징용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친일파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극언을 내뱉었다. 조국 수석은 페이스북에서 “1965년 한일협정으로 받은 3억 달러는 받았지만 이는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으로 받은 것은 아니다”라 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당시에도 지금도 일본은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불법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의 논리로 보면 맞는 것 같지만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하는 문제로 가면 갑갑해진다. 자신이 법학자임을 굳이 강조하면서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이란 점을 강조했는데, 그 사안이 얼마나 크고 복잡하고 지난한 일임을 알고나 한 말인지 모르겠다.

 

대통령 측근실세이자 고위 공직자로서 발언으로는 곤란하다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외교가 법적 정의 와 논리대로 바르게 된 적 없었고 정의만 바로서면 경제는 파탄 나도 된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작년 10월에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 그동안 어느 누구도 이 판결이 불러올 파장에 대해 눈을 감고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현 집권 세력의 인식이 조국 수석의 멘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듯이 정부 내 관료들이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어려웠을 거란 짐작이 간다.

 

한국 반도체 무너지면 글로벌 패권 경쟁도 영향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드러나고 있다. 하기야 중국산 불소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일본정부가 애초에 그런 카드를 이용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일본 정부가 내리치는 칼을 삼성과 하이닉스가 맨손으로 막아야 할 처지가 됐다.

 

삼성반도체와 하이닉스가 타격을 입으면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흔들린다. 한국경제는 지금 취약할 대로 취약한 구조다. 대규모 제조업은 고비용, 고임금, 저생산성으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을 하지 않고는 석유와 식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원자재를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일본의 경제제재로 벼랑 끝에 몰린 셈이다.

 

한국의 반도체가 무너지는 것은 핀란드의 노키아가 무너진 것과는 달리 글로벌 패권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미일 경제권에서 밀려서 중국경제권에 예속되는 경향이 커질 경우 글로벌 패권 경쟁의 발화 지역으로 전화될 우려도 커지게 된다. 한국은 강대국들의 힘이 부딪치는 지리적 요충지이다. 균형이 깨뜨려질 경우 국지적 군사충돌도 예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우리는 터키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잇다. 나토국인 터키가 미국산 무기 대신에 러시아산 무기를 수입하자 미국이 발끈하고 있다. 터키는 미국이 자국과 인근 국가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을 옹호·지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러시아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이같은 외교 노선 변경은 자국 내 반대세력들의 반발을 더욱 거세게 만드는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즉 내분 격화, 독재 강화, 반정부 활동의 폭력화, 국력 소모, 외세 개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터키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터기는 한때 이슬람 국가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민주적인데 정정 불안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강대국들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다가 터키의 경로를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21세기 국가전략 명문과 실리 동시 갖춰야

 

한·일간의 대립은 역사관과 문화적 인식의 차이도 크다고 본다. 한국은 이치와 옳고 그름을 중시하는 선비 문화의 사고가 강하고 일본은 사무라이 문화로 실리를 중시한다. 조선은 유연성을 잃어버린 명분주의로 인해 두 번의 호란을 겪었다. 자고로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외교는 실리로 대처하는 전략이 현명하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명분도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다. 유엔과 WTO와 같은 국제기구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또 군사적으로 볼 때 강대국이라고 해서 남의 나라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이란을 경제제재로 압박해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이 란은 영국이 자국의 유조선을 끌고 가자 영국 국기를 단 유 조선을 나포하는 맞대응하기까지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달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거인이 난장이에게 손을 내미는 모양이랄까. 김정은이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를 오가며 실리 외교를 펼치는 한편 미사일을 팡팡 쏘아대고 있다. 외교에서 군사력이 여전히 중요하긴 하나 예전에 비해선 훨씬 힘 값을 못하고 있는 추세다. 경제제재도 효과가 의문시된다. 강 대국들이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이란과 북한은 중국과 러시 아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21세기의 국가전략은 명문과 실리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일치단결하여 이번 위기 극복해야

 

한일 대결 국면을 계기로 그동안 일본의 소재와 부품 산업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산업구조를 바꿔 볼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가 일본의 장인 문화, 모노즈쿠리 정신을 부러워하고 대 충대충 적당주의 문화에 자괴감을 느껴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장인 문화란 것은 알고 보면 일 본만의 것은 아니고 선진국이라면 장인문화는 필수적이다.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또 현 시국을 조 선조 말에 비유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난할지 모르나 우리 국민과 기업은 못난 사람, 못난 회사들이 아니다. 여야 정치인과 민관군이 일치단결하면 이번 위기를 극복 못해낼 것이 없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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