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입은 남자' 이상훈 작가가 이번엔 한일 고대사에서 지워진 '제명공주'를 살려냈다. 백제의 공주로 일본 천황의 자리에 오른 ‘제명공주’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특유의 흥미진진함 속에 풀려나간다.
일본 천황에 오른 백제의 ‘제명공주’를 알고 있는 우리 국민이 몇이나 될까? 제명공주는 일본의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천황인 일본의 35대 고교쿠 천황(재위 642~645년)에 올랐다가, 다시 37대 사이메이 천황(재위 655년~661년)에 오르며, 일본 역사상 유일하게 두 번 천황의 자리에 오른 여인이다.
또 제명공주는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과 사촌 사이로 일본에 불교를 전파한 임성태자 밑에서 함께 자랐다.
이렇게 한일 양국 고대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임에도 일본의 역사에는 일부러 외면하려는 듯 언급을 회피하거나 사료 자체가 감추어져 있으며, 우리 역사에서는 아예 기록 자체가 없어 오늘에 전해지지 않고 있는 비운의 여인이기도 하다.
이상훈 작가는 “일본은 백제”라고 말한다. ‘삼국사기’에는 기록돼 있지 않지만, ‘일본서기’에는 중요한 인물·사건으로 자주 언급되는 백제의 흔적들은 여전히 일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전한다.
저자는 일본이 그토록 감추려고 애썼으나, 곳곳에 드러나는 백제의 흔적을 따라갔다. 일본 아스카를 직접 찾은 저자는 백제역·백제천·백제교·백제소학교 등 백제라는 이름과 마주하고, 본격적으로 흔적을 찾아 모으기 시작했다. 수십 번의 일본방문과 자료수집에 걸린 시간만 10년. 결국 2018년 5월 ‘제명공주’가 세상에 나왔다.
한일 고대사의 최대 미스터리, 백촌강 전투의 진실은 무엇인가?
백제 멸망 후 3년 후인 663년 ‘백제부흥군·왜 연합군’과 ‘신라·당나라(나당) 연합군’ 사이에 처절한 전투를 벌인 끝에 나당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이 전투에서 강에 집결해 있던 1천척의 함선 가운데 4백척이 불타며 ‘삼국사기’는 “연기와 불꽃은 하늘을 붉게 물들였고, 바닷물마저 핏빛이 되었다”라고 당시의 처절했던 전쟁을 묘사하고 있다.
이 전투를 위해 일본은 전 인구를 동원해 수년간 배를 건조했으며 5만명이 넘는 군사를 보냈다. 그야말로 국운을 건 대사업이었던 것이다. 이 지점이 바로 한일 고대사에서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대체 일본은 백제를 구하기 위해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것인가?
이 소설은 치밀한 역사적 고증에 기반을 두고 잃어버린 역사적 고리들을 상상력을 꿰맞춘 끝에 그 미스터리에 대한 답을 내린다. 바로 ‘제명 공주’라고.
작가는 말한다.
“백제는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다. 그리고 그 미래는 우리와 일본이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다. 그러려면 일본과 우리를 연결하는 백제의 진실을 찾아내야만 한다. 특히 일본에서 두 번이나 천황의 삶을 살았던 제명 공주의 삶을 밝혀낸다면 증오의 뿌리도 서서히 사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