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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조용필과 방탄소년단에서 배울 점




 

[M이코노미뉴스 이상용 수석편집주간] 데뷔 50주년을 맞은 조용필이 오는 512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50주년 기념콘서트를 연다. 티켓을 팔기 시작하자마자 10분 만에 5만장 전석 매진됐다. 조용필 팬클럽 연합회는 이번 콘서트를 알리는 옥외 광고를 강남역 사거리에서 내보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내놓은 정규앨범 2집이 97개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저스틴 비버를 앞서자, 미국에서는 제2의 비틀즈가 나타났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대중음악의 한류가 다시 한 번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조용필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침체에 접어들고 한국경제와 각 경제주체들에게도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들에게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최근에 조용필의 음악만을 리뷰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작가가 있다. 구자형 작가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시작으로 <송승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신해철의 고스트 네이션>, 이수만의 젊음은 가득히> <안성기의 0시의 플랫폼> 등 다수의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의 방송작가 활동을 했다. 그는 <MBC 방송대상 라디오 작가부문 특별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또한 1998<한국청년문화 30주년 기념: 구자형이 뽑은 위대한 한국가요 100>를 기획해 음반 100만장을 판매한 적도 있다. 그 후 음악평론가로 라디오에 출연하면서 김현식, 김광석, 싸이, 밥 딜런 등 대중음악인들의 전기를 써오고 있다. 구자형 작가는 <음악과 자유가 선택한 조용필>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 ‘창밖의 여자’, ‘한오백년’ ‘대전 블루스’ ‘등 대표작 다섯 곡을 중심으로 조용필의 음악세계를 풀어냈다.  

 

Q. 조용필의 어떤 점이 그를 5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키게 한 건가요?

 

A.  마디로 그는 모든 장르를 섭렵하고 각 장르에서 히트곡을 냈다는 점입니다. 원래는 록밴드였는데, 트로트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등의 여러 히트곡들이 있었고, 록 음악으로는 ’, ‘단발머리등이 있습니다. 창밖의 여자는 록발라드인데요, 그가 1980년대 록발라드 시대를 열었습니다. 조용필은 음악의 흐름을 만든 가수입니다.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 송이’, 이용의 잊혀진 계절’, 부활의 희야’,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 김수희의 멍에등이 록발라드의 흐름을 이어간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가수들은 흐름에 따라 자신의 것을 집어넣는다고 할 수 있는데, 조용필은 새로운 흐름을 창조하고 앞에서 이끌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용필은 스스로 다양성을 추구

 

Q. 우리나라 대중음악인들 중에 흐름을 만든 사람은 누구를 꼽을 수 있습니까?

 

A. 조용필 이전에는 신중현입니다. 그는 소울 흐름을 만들어낸 가수입니다. 조용필 이후에는 서태지이고요, 지금은 방탄소년단이 서태지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방탄소년단은 처음엔 댄스였는데, 힙합과 절묘하게 버무려지고 무엇보다도 강력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담으면서 하나의 흐름을 창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글로벌 수준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서태지는 댄스음악이라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그도 메시지는 있었으나 지금 방탄소년단의 메시지가 훨씬 강력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싸이가 서태지 음악을 끝내리라 생각했는데, 그가 할 듯 했는데, 못했어요.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싸이가 왜 그러지를 못했죠?

 

A. 한 마디로 싸이가 세계 정상에 오른 뒤, 쉬어버린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수는 쉬면 안 됩니다. 결코 그게 쉬운 일은 아니죠. 1962년에 데뷔한 롤링 스톤스는 쉬지 않잖아요.

 

Q. 그러고 보니, 조용필도 인터뷰에서 평생에 쉰 적이 없었다고 말했어요. 모든 분야의 스타, 장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잠시 노는 순간, 감을 잃어버리고 작업장으로 못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A. 조용필은 노래로 번 돈을 모두 음악에 재투자하거나 기부합니다. 자기 집도 없어요.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해 80여억원을 기부했습니다.

 

Q. 조용필 음악의 장수 비결은 무엇인가요?

 

A. 조용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나는 더 이상 해외 무대를 원하지 않는다.” 그 말은 내 음악이 가장 잘 통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선언, 약속 같은 거죠. 이런 말, 아무나 못합니다. 한국인의 가수가 되겠다는 거죠. 이 말 한지는 꽤 됐습니다만 변치 않은 듯합니다.

 

Q, 모두들 해외 무대에 나가 돈 벌려고 혈안인데, 대단한 멘트인 것 같습니다. 일종의 깨달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A. 대중을 이용하려 드는 세상에, 한국 민중과 하나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그런 토해내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용필의 득음은 한오백년에서

 

구자형은 조용필 음악의 원천은 국악이라고 봤다. 구자형은 그의 책에서 조용필의 득음 비화를 소개했다. 조용필은 대마초 사건으로 1977년 은퇴선언을 하게 된다. 1976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빅 히트곡을 내고 난 뒤 갑자기 추락했다. 실의를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남도 지방의 허름한 여관에서 흑백 TV를 보다가 우리 민요인 한오백년을 접한다. TV 드라마에서 강물 위에 조각배가 지나가는데 한오백년이 흘러나왔다. 조선의 가객들이 불렀던 민요의 혼과 접신한 것이다. 이튿날 조용필은 그 당시 한오백년을 부른 모든 국악인, 가수들의 음반들을 구해다가 공부하게 된다. 민요를 두루 꿰뚫고 난 뒤엔 판소리까지 배우고선 득음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조용필은 마침내 민요의 애절함과 판소리의 파워를 같이 터득하게 된 것 같다고 구자형 작가는 덧붙였다.

 

 <위대한 탄생>과의 오랜 호흡도 조용필 무대 감동의 요소

 

1979년에 조용필이 결성한 위대한 탄생은 중간에 약간의 공백이 있었으나 지금까지 40년간 국내 최장수 밴드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조용필의 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위대한 탄생>과 완벽에 가까운 호흡 일치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소리가 항상 같은 감동을 자아내게 된 것은 위대한 탄생의 뒷받침이 크다.  구자형은 음악인이라면 누구라도 밴드를 결성하지요. 그러나 30대의 젊었을 때 만든 밴드를 중간에 멤버를 교체하긴 해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자존심과 개성이 강한 음악인들과 같이 작업하면서 얼마나 속상한 일이 많았겠어요.”라고 말했다

 

커다랗고 정교한 기계일수록 작은 볼트나 나사 하나가 헐거워지거나 빠져버려도 작동을 멈춰버린다. 우주선 챌린저호의 폭발 원인이 작은 고무링 불량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반면에 우주선의 완벽한 조화는 대기권을 뚫고 나가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조용필은 일찌감치 밴드와 완벽한 조화가 무대 감동의 절대적 요소임을 간파한 듯하다구자형은 “<위대한 탄생>도 중요하지만 뭐니 해도 우리 가요계에서 사운드 없이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가수는 극히 드문데, 조용필은 그게 가능한 가수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은 힙합댄스에 집중한 것, 즉 차별화 전략이 적중

 

Q. 방탄소년단이 서태지와 어떤 점에서 다릅니까?

 

A. 서태지는 음악을 했다고 하면 방탄소년단은 이 시대 청춘들을 사랑하고 있는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조용필이 한국인을 사랑하듯, 방탄소년단은 청년들의 아픔을 노래로 방탄(bullet-proof)하고 그들과 같이 공감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봅니다. 청년들을 향해 쏘아대는 억압편견이란 총알을 막아주겠다는 거죠. 다른 가수들은 음악이 먼저 있고 메시지가 있는데, 방탄소년단은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봐요.

 

미국 힙합음악은 저항의 코드다. 2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힘합도 미국 오리지널의 저항 코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오리지널의 코드와 형식은 그대로 답습한 채 약간 변화를 준 데 불과하다. 이에 비해 방탄소년단은 한국 아이돌의 강점인 미소년들의 완벽한 군무와 꿈과 순수함의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 미국 힙합의 저항과 어둠을 걷어내고 전 세계의 억압받는 청년들에게 방탄의 희망과 꿈, 위로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싸이에게서 전 세계인들은 한국적 흥과 해학을 발견했을 거라고 한다. 그러나 싸이는 뒷심이 부족했다. 방탄소년단이 싸이의 뒤를 이어 이제 한국인의 한과 설움을 극복하고 피어난 순수한 감정, 느낌, 착한 마음을 빛으로 비추고 있는 건 아닐까사실 미국의 힙합은 언제나 새로운 상품 거리를 찾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미디어의 과장광고일 수도 있다. 이제 비틀즈 이래 풍미했던 다크 월드를 끝내고 방탄소년단 등 한국 대중음악이 발견해낸 빛의 세계로 진군하자. 아마도 너무나 오랫동안 다크 월드에 지쳐버린 미국과 유럽의 완고한 주류들도 주목할는지 모른다

 

한국 예술계, 하루빨리 학습자에서 창조자로 나서야

 

한국 힙합도 미국 흑인 흉내 내 봐야 한 번 봐주기로 끝날 것이다. 미국 것과는 완전히 다른 자기만의 장르를 창조해야 한다. 온갖 문신 새기고 귀고리 해봐야 아류에 불과할 뿐이다한국 힙합은 20여년이 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자기들끼리 비슷한 성향과 같은 세대들이 모여 음악을 하고 있다. 동일한 사람들이 모인 동호인 클럽으로는 프로페셔널이 되기 어렵다. 경험이 축적된 선배들의 코치를 받고 피디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엄한 훈련도 감내해내야 된다. 청년들의 좋은 자질과 감각만 의존해서는 히트곡 한두 곡이 끝이다. 재능만 믿고 스승의 조련을 거부하고 타인에게 도움의 손길 청하지 않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은 미국과 영국과 일본 대중음악의 충실한 학습자 내지는 흡수자로서 이제 졸업할 때가 되었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성공은 오랜 기간 서양음악을 흡수한 한국대중음악계가 천신만고 끝에 창조해낸 작품이 아닐까. 그들은 방시혁이란 뛰어난 조련사 밑에서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고 좋은 콘셉트로 차별 시장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주류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같다.

 

서양 음악의 복사는 한국클래식 음악이 대표적이다. 작곡가는 극히 적고 연주자와 성악가들이 많은 것도 이를 반증한다. 얼마 안 된 클래식 작곡가들은 클래식이란 장르에 갇혀 있는 듯하다. 그들도 창조자이긴 해도 작은 범주의 개선에 그치고 있다. 장르의 벽을 깨고 나오는 용기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클래식 음악은 작곡자가 중요한데, 음대교수라는 온실 안에 있으면서 작곡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작곡만으로 생업을 걸어야 하는데, 여유 있게 창작하니 안전한고전 카테고리의 음악만을 작곡하는 것 같다. 대중음악 작곡자들처럼 전업으로 해야 한국인의 감정 코드를 뒤흔들 음악을 만들 수 있다.


홍난파와 윤이상은 시대의 아픔을 뼛속깊이 체험하였으므로 그런 음악을 만들어냈다. 해방 후 작곡자들이 대학이란 울타리 안에서 편안하게 작곡하니 고만고만한 음악만 만들어지는 듯하다. 한 마디로, 심심하고 싱거운 클래식 음악만 있다대중음악계는 철저하게 고객 위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무수한 음악인들이 시장에서 사라지지만 동시에 엄청난 영향력, 즉 음악적 생명력과 부, 명예를 얻는다. 반면에 장르라는 온실 속에서 갇혀 있는 클래식은 한정된 고객들만 만족시키다가 달라지는 현대인들에게 점차 외면 받고 있다. 한국 클래식인들이 장르란 무거운 갑옷을 벗어버릴 필요가 있다

 


묘목일 때만 온실이 필요하다. 온실에서 키워낸 묘목은 강렬한 태양 빛과 변덕스런 비구름에 노출돼야 강인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정부의 달콤한 지원금과, 국민들과 언론의 과보호에서 탈피해 야생의 본능을 깨워야 한다또한 크로스오버가 일반화의 함정에 빠져는 안 된다. 생태계에서 자기만의 특징 없는 캐릭터는 누구로부터 사랑을 받기 어렵고, 설사 일시적으로 관심을 받았다가도 금방 잊어진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한국의 거의 모든 산업은 이제 기술, 경영, 유통, 투자, 정부 지원정책 등 웬만큼 다 갖춰진 것 같다. 정부지원책의 경우, 선진국보다 더 나은 경우도 적지 않다이제는 각 산업의 당사자들이 방향성을 잘 잡아서 집중하는 의지와 그것을 현실에서 실행할 경영능력이 중요한 시대다조용필이 민요와 판소리를 발견하여 자기 음악화를 했다면, 방탄소년단은 조용필과 서태지, 신해철, 싸이의 자산을 딛고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면 된다. 20-30대의 창의성과 40-60대의 경험이 하나로 조화롭게 융합되어야 한류의 문명을 창조할 수 있다  

 

대중음악 전체 차원의 마케팅 전문가 필요

 

그동안 한류를 살펴보면 프로덕션 차원에서는 이수만, YG, 박진영, 방시혁 등의 걸출한 인재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음악 전체를 이끌어가는 피디는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류 산업 전체를 이끌어가는 전문가는 그 누구도 고용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공원 관리자인 셈인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공공영역이다대중음악의 한류는 수출산업 연관효과가 크므로 이번 한류의 경제적 파급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정부는 뒤에서 구경만 하지 말고 한류 시장 전체를 이끄는 공공적 마케팅 전문가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MeCONOMY magazine Ma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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