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관련 이른바 ‘드루킹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여당은 합심해 ‘김경수 구하기’에 나선 형국인데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23일 공동으로 특검법을 발의하는 등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야3당 대표 '특검도입 불가피'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마친 야3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공동입장문을 통해 “현재 경찰과 검찰이 진실규명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며 권력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지금의 경찰과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실세 중의 실세인 김경수 의원과 관련된 사건을 성역없이 수사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의 미심쩍은 태도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김 씨(필명 ‘드루킹’)등을 매크로 활용 여론조작 혐의(업무방해)로 긴급 체포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무려 한 달 가까이 지난 13일이었다. 검경이 언론에 사건을 들키기 전까지 숨긴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사건 관련 증거수집에 소극적인 모습과 수사관련 브리핑에서 말을 바꾸는 행태까지 종합해보면 ‘눈치보기 수사’라고 의심될만한 정황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야권이 특검을 하자며 맹공을 퍼붓는 이유다.
우리나라, 상설·별도 특검 병행...가장 큰 차이는 ‘특검 추천권’
특별검사제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가 수사대상이 됐을 때 독립 수사기구가 수사권과 공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비롯한 통제권을 가진 이상 검찰이 청와대나 수뇌부를 상대로 엄정한 잣대를 대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도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특검의 형태는 ‘상설특검’ 방식과 ‘별도특검’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상설특검은 지난 2014년 6월부터 시행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검으로 사건이 발생하면 이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특검을 구성해 수사토록 하는 제도다. 반면 임시특검은 상설특검법 제정 이전부터 실시해 온 기존 방식으로 특정사안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법을 만들어 특검을 구성해 수사토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1999년 이른바 ‘옷로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 파업유도 및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로비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처음 특검을 실시했다. 이후 2007년 BBK 주가조작 사건 관련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나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등 총 11차례에 걸쳐 특검법이 제정, 시행됐다.
사실상 이 같은 두 가지 방식의 특검이 병행 실시되고 있는데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누가 특검 추천권을 갖느냐는 점이다. 상설특검은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 국회 추천인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국회 산하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권을 가진다. 여기서 추천위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는 식이다. 이처럼 상설특검은 정부여당 측 추천위원이 최소 4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 ‘셀프특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2016년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당시 야3당은 고(故) 백남기 농민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 새누리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 제도가 법 시행 후 활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반면 별도특검은 개별 사안마다 개별 법률을 만들고 있어 그 내용을 단정하기 어렵다. 보통은 여야의 협상을 통해 정해진 자가 추천권을 행사하고 대개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한다. 때문에 대통령과 현 정권의 눈치를 안보면서 성역 없는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추천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바 있다.
野3당, 댓글조작 특검법 발의...추천권 행사는 ‘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김경수 의원의 댓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연일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범진보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까지 가세하면서 특검에 대한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관련해 이들 야3당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원 등의 대통령선거 댓글공작 및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야3당은 특검법 제안 이유에서 “올해 3월 하순부터 민주당원 김모씨(필명 ‘드루킹’) 등이 19대 대선 이후 현재까지 조직적으로 댓글부대를 동원해 불법적으로 여론조작에 관여했다는 언론보도가 계속돼왔고, 조작 과정에서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민주당 김경수 의원 등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의혹일수록 명명백백하고 신속한 수사가 진행돼야하는데 사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행태는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김모씨 등 3인을 네이버 업무방해 혐의로 한정하여 조사하고 있었을 뿐 ▲19대 대선과정에서의 조직적·계획적 여론조작의 진위 여부 ▲문재인 대선캠프·민주당과 김모씨 등 사이의 유무형의 대가성 존재 여부 ▲김경수 의원과의 연루가능성 등에 대한 수사는 미온적이었다”며 “경찰수사의 공정성·중립성 유지가 가능한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검찰 또한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로 지난해 대선기간 동안 중앙선관위에서 김모씨 등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는데 6개월간 시간만 끌다 지난해 11월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종결 처리했다”며 “이러한 행태들로 볼 때 검찰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건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수사할 수 없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적 지위를 갖는 특별검사를 임명,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엄중한 위협을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발의된 특검법상 수사대상은 ▲지난 1월 네이버와 민주당이 각각 경찰에 고소한 기사 댓글 조작 사건 ▲드루킹 및 드루킹과 연관된 단체·회원 등이 2012년 대선 1년 전부터 현재까지 저지른 불법 여론조작 행위 ▲IP조작, 매크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정보처리장치를 조작하거나 허위사실·비방을 포함한 글의 게시 등 불법적 행위 ▲이들 불법행위와 관련된 정당과의 연계성 및 대가성(금품, 인사청탁·추천, 편의제공 등) ▲김경수 의원의 역할 ▲검찰·경찰의 수사축소 의혹 ▲지난해 5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수사의뢰한 사건을 지난해 11월 불기소 종결한 사건 관련 사안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다.
야3당은 법안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합의해 추천한 2명 가운데 1명을 대통령이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특검 수사팀은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수사기간은 특별검사가 임명된 날부터 20일 동안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준비기간이 끝난 날의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기간 내 수사를 매듭짓기 어려운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해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다. 최대 14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공수전환 된 ‘드루킹 특검’...與 “안 받아” vs 野3당 “도입 불가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경수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경남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필요하다면 야권이 주장하는 특검에도 응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경남도지사 출마선언을 돌연 취소하면서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자신을 둘러싼 모든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특검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김경수 의원의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특검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의 경찰, 검찰은 지난 정권의 경찰, 검찰이 아니다. 정권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며 “특검까지 가면 진짜 정쟁의 소용돌이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검 법안은 본회의에서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면 통과되는데 현재 국회 의석수를 보면 민주당 121석, 한국당 116석, 바른미래당 30석,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20석(민주평화당 14석+정의당 6석) 등으로 구성돼있다. 법안이 본회의까지만 올라가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힘을 합쳐 무난히 통과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특검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먼저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검법의 경우 여야합의로 통과시키는 것이 관례인 만큼 민주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은 경찰·검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야3당의 특검 요구는 일방적인 정치공세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의당도 같은 입장이다. 한편 청와대는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며 민주당에 공을 넘긴 상태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특검법이 발의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상설특검’을,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별도특검’을 주장했다. 상설특검이냐 별도특검이냐에 따라 수사의지와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야 간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며 마찰을 빚었던 것이다. 공수가 바뀐 상황에서 야3당이 공동으로 특검법을 발의한 가운데 민주당이 특검요구를 수용할지, 수용한다면 ‘상설특검’으로 받을지 ‘별도특검’으로 받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MeCONOMY magazine May 2018